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연대와 연민
오늘 서평해볼 책은 조금은 특이한 책입니다. 소설도 아니고 비문학도 아니며, 그렇다고 자기 계발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수필 또는 경험담에 가까운 책이죠. 하지만 책의 내용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비문학보다 더 많은 정보가 담겨있으며, 자기 계발서보다 더 나를 돌아보게 해 줍니다. 오늘의 책은 바로 그레이엄 스펜스와 로렌스 앤서니의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전쟁 한복판에서 동물원을 구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에겐 터무니없고 쓸데없는 일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는 바로 그 터무니없고 쓸데없는 일을 실제로 해낸 한 남자의 감동 실화가 담겨있습니다. 남아공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운영하던 로렌스 앤서니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바그다드 동물원에 남겨졌을 동물들 떠올립니다. 결국 동물들이 처할 비참한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전쟁터로 향하면서 책은 시작됩니다.
이 책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수도관이 파괴되어 물 한 모금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 약탈과 혼란 속에서 방치된 동물원, 그 속에서 굶주림과 공포에 떨던 여러 동물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포기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동물원 직원, 미군, 현지인들과 힘을 합쳐 동물들에게 물과 먹이를 나르고, 위험을 무릅쓰고 동물들을 구조합니다. 때로는 미군에게 자살특공대로 오인받아 목숨을 잃을 뻔하고, 암시장에 팔려가는 기린과 사자, 굶주림에 지친 새끼 원숭이 등, 한 편의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구조 과정이 이어집니다. 저자와 많은 조력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많은 동물들을 구해내지만, 전쟁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어느 선에서 만족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많은 생명을 구해내었죠.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사랑과 인간의 양심, 그리고 연대의 힘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동물들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이 인간의 양심에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믿었다”라고 고백합니다. 실제로 동물원 직원들과 미군, 현지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며 작은 승리와 좌절이 반복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죠.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동물과 인간, 그리고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와 한 사람의 용기와 열정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이 단순한 미담이나 동물 구조 이야기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전쟁이 남긴 상처,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민과 책임감까지 다양한 상황과 그 결과들이 등장합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다 보면 동물원과 동물들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과연 우리가 지구상의 생명을 이렇게 다룰 권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빠져들게 되죠.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는 전쟁과 혼란,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연대, 그리고 생명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힘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동물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오늘 서평을 끝내겠습니다.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요? 제정신이 아니시네요. 나라면 당장 되돌아가서 애인한테 달려갈 텐데……. 이곳은 시궁창이에요. 싸워서 뺏을 가치도 없는 곳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