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로레인 대스턴의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입니다. 이 책을 쓴 로레인 대스턴은 과학사학이라는 전공을 20년 넘게 연구한 학자입니다. 과학사학이란 과학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는 학문입니다. 문과, 이과를 모두 아우르는 지식을 가져야 하는 어려운 학문이죠.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는 이런 어려운 전공을 연구했던 로레인 대스턴의 정수가 담긴 책입니다. 어떤 책인지 함께 보겠습니다.
로레인 대스턴의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는 “왜 인간은 자연에서 도덕의 근거를 찾으려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과학철학 책입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연의 질서와 규칙 속에 인간 삶의 규범과 도덕적 기준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규범과 기준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반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당위성을 도출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라는 비판도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는 자연에 기대어 도덕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연'을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특정 자연: 각 사물이나 존재의 본질적 속성(예: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
지역적 자연: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고유한 자연(예: 유럽의 숲, 아프리카의 사막 등)
보편적 자연법칙: 만물에 적용되는 보편적 법칙(예: 만유인력, 자연법 등)
대스턴은 각각의 자연이 어떻게 도덕적 규범의 근거로 동원되어 왔는지, 그리고 ‘부자연스러움’ 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인간이 공포, 두려움, 경이로움 같은 감정을 느끼는 현상에 대해서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개미처럼 일해야 한다” “유전자변형은 부자연스럽다” 같은 일상적 표현들에서 우리는 자연을 도덕의 잣대로 삼는 경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스턴은 인간의 이런 경향을 단순히 인간의 ‘비합리성’이나 '오류'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대스턴은 “인간이 손에 잡히지 않는 질서와 규범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자연이라는 틀을 빌린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언급합니다. 자연에 기대는 것은 인간 이성의 한계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 합리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한 가지 형태일 수 있다고 얘기하죠. 다만, 특정한 내용의 규범을 정당화하려고 자연을 이용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임을 지적합니다.
또한 이 책은 과학적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역사, 문화,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자연 질서와 인간 규범의 연관성과 왜곡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과 도덕, 사실과 당위, 질서와 규범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았죠.
다만 아쉬운 점은 저자가 자신이 연구했던 정수를 이 책에 집어넣다 보니 책이 주제에 비해서 다소 간결합니다. 때문에 과학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책입니다.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에 대스턴의 책을 한 권 정도 읽어보고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가 자연에서 도덕의 근거를 찾으려는 집요함은, 어쩌면 인간이 규범적 질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