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서평] 크눌프/ 헤르만 헤세

쓸쓸함과 자유로움의 한 끗 차이에서

by cm

오늘은 처음으로 같은 저자의 책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헤르만 헤세의 책인 <크눌프>입니다. <크눌프>는 헤세의 초중기 작품입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와 같은 유명한 소설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입니다. 그렇지만 <크눌프>는 다른 헤세의 소설들과는 뚜렷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크눌프>는 헤세가 자신의 단편 중에서 <초기 봄>, <내가 만난 크눌프>, <종말>이라는 3개 작품을 하나로 엮어서 크눌프라는 한 인간의 일생을 조용하고 깊게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소설 전반에 깔린 자유로움과 쓸쓸함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느끼면서 읽어나가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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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크눌프는 누구보다 자유롭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는 아무 연고 없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고 작은 책방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또한 어느 날 말없이 훌쩍 친구들을 떠나버리기도 하죠.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은 한심하다거나 착하면서도 조금 어딘가 부족한 존재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눌프는 남을 미워하지도 누군가를 탁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함을 알면서도, 그저 세상 위에 부유하듯이 살아갑니다.


<크눌프>는 크눌프 본인, 주변 인물, 헤세 자신의 화자라는 각각 다른 시선에서 크눌프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구조를 가집니다. 작가 본인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스며들어서 크눌프와 직접 대화하기도 합니다. 보통 중기까지 헤세의 작품들이 1인칭 관찰자 또는 주인공 시점임을 생각하면 이러한 구조는 굉장히 흥미로운 구조라고 볼 수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낙천적이었던 크눌프는 점점 세상과의 괴리에 자괴감을 느낍니다. 또한 병을 겪으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끝끝내 크눌프는 "단 한 번이라도 세상이 나를 정말로 반겨준 적이 있었을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하죠. 크눌프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는진 알 수 없지만 그는 "내가 세상에 조금의 기쁨, 조금의 자유를 남겼으면 그걸로 됐다"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답을 내립니다.


크눌프라는 한 인물의 생을 통해서 이 작품은 인간 근본의 쓸쓸함과 소속감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크눌프의 마지막 말을 통해서 세상 바깥에 선 듯 존재하는 방랑자 또는 '부적응자'라고 불리는 이들도 가장 깊숙한 내면에서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헤세의 소설이 주로 사람들과 치열하게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주로 그렸다는 점에서 <크눌프>라는 작품은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죠.


소설의 구조와 방향성에서는 분명 <크눌프>는 헤세의 다른 작품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헤세 특유의 정착하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고독과 자연 묘사를 섞어내는 문장은 이 소설에서도 여전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장들은 <크눌프>를 읽는 독자들을 붙잡아 두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높은 성취나 거창한 의미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방랑자들에게 이 소설을 권해봅니다.


"내가 떠돌아다닌 것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함이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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