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개성 셋, 사랑 하나

다자녀 집에서의 흔한 일상

by 솔솔솔파파

모든 것을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일곱 살.


주방에서 분주히 반찬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뭔가를 스스로 해보고 싶은 욕망이 불타오른 3솔이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오렌지 두 개를 싱크대 위에 소리 나게 올려놓으며 당당하게 말한다.


"아빠! 이거 깎아줘~"

"아빠, 지금 반찬 하느라 바쁜데 조금만 기다려 주면 안 될까?"


그러자 두 팔을 당당하게 앞으로 내밀며 답한다.


"그럼 내가 할 테니까 칼 줘~"

"칼은 위험해서 혼자 사용할 수는 없어~"


물론 칼의 위험성도 있었지만, 솔직히 주방이 난장판이 될 것을 예상하는 내 마음이 더 컸다.

그때 내 안의 '척 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어질러 놓으면 피곤해. 내가 다 치워야 하잖아. 위험하다는 말로 못 하게 해~'


"그럼 하얀 칼(일명 케이크 칼)로 할게! 그건 안 위험하지?"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3솔이의 반격이 이어졌다.


내 안의 척 대장은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오늘따라 마음이 편안했다.


그래서 흔쾌히 OK 사인을 보냈다.


3솔이의 눈이 반짝였다.


"자~ 이렇게 하면 안 다치겠지? 나 잘하지?"

"아빠, 사과도 하나만 하면 안 될까?"


에라, 모르겠다.


"그래! 그리고 여기 두부도 잘라봐. 네가 자르기 대장이니까 해봐!"


'사장님이 미쳤어요~' 광고처럼,

오늘은 3솔이에게 '아빠가 미쳤어요~'의 날이었다.


반찬 준비에 정신이 없어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스윽~ 스윽~, 사각~ 사각~, 삐직~ 삐직~"

오렌지가 터지고, 사과와 두부는 으깨지는 소리만으로도 상황이 그려졌다.


그런데도 3솔이는 놀라울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주방에는 과일을 자르는 소리만 고요하게 울렸다.


"아빠, 아직 보면 안 돼! 내가 다 됐어라고 하면 그때 봐야 해."


아이들은 '짜잔~!' 하며 보여줬을 때 어른들이 놀라는 모습에 사랑을 느낀다.


3솔이도 그 마법 같은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 순간, 작은 가슴은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드디어 큐 사인이 떨어졌다.


"짜잔~~~~"


눈은 크게 뜨고, 팔은 'ㄴ'자로 뒤로 젖히며 적당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너무 과하면 진짜가 아니라고 오해받는다. 뛰어난 연기가 필요하다.)


"와~ 정말 잘했다. 대단한데! 전 세계 7살 중에 네가 제일 잘하는 것 같아."


영화 같은 상황이었지만, 내 반응은 결코 거짓 연기가 아니었다.


영혼을 다해 기뻐하면, 그것은 진실이 된다.


3솔이의 뿌듯함과 기쁨이 담긴 표정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쉬웠다.


그는 형과 누나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방으로 달려갔다.


예쁜 그릇 옆으로는... 과즙이 용암처럼 흘러내려 싱크대를 타고 바닥까지 적시고, 과일 껍질들은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껍질에는 여전히 과육이 붙어있었다.


현실 타임이 찾아왔다.


깨끗한 척, 알뜰한 척, 착한 척... 내 안의 모든 '척'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짜증이 올라오며 주방에서 벗어나지 못할 나의 신세를 한탄하고 싶었다.


깊은 호흡 한 번...


'척 대장'을 알아차리고 인정했다. 그리고 조용히 치웠다.


각 방에 흩어져 있던 3남매가 모였다. 뿌듯한 마음으로 3솔이가 과일이 담긴 그릇을 밀면서 형에게 자랑스럽게 말한다.


"내가 한 거야. 먹어봐~"

"야! 이거 여기도 잘라야지~ 이게 뭐야."

불평하면서도 맛있게 먹는 1솔이. 우리 집 유일한 T다.


"어머~ 이거 진짜 3솔이가 한 거야? 잘했다. 맛있어!"

리액션해주며 먹는 2솔이. 우리 집 흔한 F다.


"그럼, 형은 먹지 마! 누나만 먹어."

기분이 상한 3솔이.


"맛은 있어. 그래서 먹는 거야. 근데 다음에 할 때는 이런 거 깨끗하게 잘라야 해."

불편함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1솔이다.


"아! 맞다. 근데 너 손은 씻고 자른 거지?"

우리 집 청결지킴이 1솔이의 질문이다.


"그럼~~ 자른 다음에 손 씻었지!"

턱은 약간 들리고, 눈은 약간 찡그린 채로 당당하게 대답하는 3솔이.


(나는 여기서 웃음이 터졌다.)


당황해서 먹는 것을 멈춘 1솔이의 짜증이 폭발한다.


"아니, 손을 씻은 다음에 과일을 잘라야지! 자른 다음에 씻으면 어떡해~"


'내가 자르기 전에 손을 씻었나?'


형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3솔이는 혼란에 빠졌다.


난 3솔이를 보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이 세 아이의 상황과 표정을 한 화면에 담았다면 얼마나 멋진 순간이었을까...


진지한 1솔이와 혼란스러운 3솔이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중재에 나섰다.


"씻었어. 아빠가 봤어." 이 한마디로 상황은 종료됐다.


안심하며 들고 있던 과일을 다시 먹는 1솔이, 다시 당당한 얼굴로 돌아온 3솔이,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이 먹는 2솔이, 이 세 명의 아이들의 모습을 마음속에 한 장면으로 담는다.


투덜거리면서도 제일 잘 먹는 우리 1솔이.


우리 가족 중 유일한 T라서 많은 부분 공감받지 못한다.


때로는 동생들을 공감하지 못한다고 야단맞기도 하지만, 1솔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동생들을 걱정하고 챙긴다.


모든 자연현상처럼 F와 T는 모순 양립적 존재다.


서로 대립하지만, 그 대립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더욱 빛난다.


대립 속에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상대를 존중하고 함께할 때, 그것이 바로 자연의 균형이 아닐까.


1솔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려 노력해야겠다.


1솔아!

넌 잘하고 있어. 가끔 네가 혼자인 것 같고, 아무도 널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

그게 바로 네가 너로서 잘 살고 있다는 증거야.

우리가 서로 다르기에 서로 존중하고 인정해 주려고 노력하면 우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존재가 될 거야.


아빠는 네가 너이기에 사랑한단다.


오늘도 솔솔솔 덕분에 완벽한 하루였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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