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솔이의 팬이 된 하루
우리 집 둘째는 딸이다. 첫째와 막내아들 사이에 끼어 있는 둘째, 그래서 '2솔이'라고 부른다.
2솔이(초4)의 요즘 재미는 인터넷이나 다이소에서 예쁘고 귀여운 인형이나 액세서리를 사서 모으고, 때론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야구시즌인 요즘, 첫째와 셋째가 야구 놀이를 할 때면 둘째는 심심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검색이 잦아진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어김없이 사달라고 조른다.
값이 비싸지 않아 사줄 수도 있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몇 번 안 된다고 말했더니, "아빠는 맨날 안 된다고만 하고 내 맘도 몰라!"라며 토라져 버린다.
그래서 딸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항상 오빠와의 경쟁에서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동생이랑 비교해서는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둘 사이에서 공평하지 않음에 서운해한다.
안 보고 안 듣는 척하지만 2솔이의 눈과 귀는 CCTV처럼 항상 작동 중이다. 조금이라도 불공평하다고 느끼면 바로 짜증과 함께 이의를 제기한다.
이 억울함, 결핍감을 어떻게 풀까? 바로 쇼핑이다! 새로운 물건을 검색하고 비교하면서 고르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잘 안다. 날 닮았으니까...
결핍감을 채워야 하니 그런 것이다. 만약 그것을 안 들어주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역시 우리 아빠는 나만 사랑하지 않아!'
2솔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산책을 함께 했다.
"2솔아, 사고 싶은 거 참 많지?" 내가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꼭 산다는 건 아니고..." 2솔이가 말을 얼버무린다.
2솔이는 누구보다 상대방의 감정을 신경 쓰는 아이이다. 우리 집에서 누가 아프면 아픈 사람을 젤 많이 챙기는 아이가 바로 2솔이다. 그런 2솔이는 결핍감 때문에 사고는 싶지만, 아빠 돈이 없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꼭 사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빠가 맨날 못 사게 하니까 많이 속상했지?"
"아니..."
"아빠가 옛날이야기 하나 해줄까?"
2솔이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내가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하면 눈을 크게 뜨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아빠가 고등학생 때인가? 여름에 길을 걷고 있는데, 너무 목이 말랐어. 돈이 하나도 없어서 물을 사 먹을 수도 없었지. 집까지 가려면 10분 정도는 더 걸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더라. 그런데! 아빠의 발아래 천 원짜리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거야. 주위를 둘러보니 앞에 먼저 걷는 사람도 없고, 뒤따라 오는 사람도 없는 거야. 그래서 얼른 주웠어. 아빤 완전 기분이 좋았지. 그런데 두세 발자국 앞에 또 천 원이 떨어져 있고, 그 앞에 또 천 원이 떨어져 있는 거야. 총 3천 원의 돈이 생겼어. 너무 기분이 좋았지."
나는 실제 돈을 줍는 동작을 과하게 하면서 개그맨처럼 연기를 했다. 이 모습을 본 2솔이는 놀라면서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아까 아빠가 목말랐는데 돈이 없었다고 했지? 아빠는 음료수를 사 먹었을까?"
"응. 목말랐으니까 사 먹었겠지." 당연하다는 듯이 2솔이가 대답했다.
"아니, 안 사 먹었어. 돈이 생기고 나니까 갑자기 목이 하나도 안 마른 거야. '집에 가서 물 마셔야지' 하면서 기분 좋게 걸어갔어. 왜 그랬을까?"
"엥? 돈이 생겼는데 왜 안 사 먹었어? 갑자기 왜 목이 안 마른 거야?" 2솔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바로 모든 생각은 내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야~ 지쳐서 목이 마르다는 생각도, 기분 좋아서 목이 안 마르다는 생각도 모두 아빠의 마음에서 나오는 거야. 다만 지쳐 있는데 돈이 없을 때는 돈이 없어서 물을 마실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더 목이 마르다고 느꼈던 것이고, 돈이 생겼을 때는 나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 물을 마실 수 있다는 마음 때문에 목이 좀 말라도 참을 수 있었던 거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니 2솔이도 차분해졌다.
"2솔아, 네가 사고 싶은 게 정말 많은 거 알아. 그리고 아빠가 못 사게 하니까 더 갖고 싶어 하는 것도 알고. 하지만 사고 싶다고 그때마다 모든 것을 살 수는 없어. 그때는 안 사면 정말 싫고, 더 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어서 화나고 짜증도 나겠지만 지나고 보면 필요 없는 것일 수도 있거든.
그래서 아빠가 한 가지 제안하고 싶어. 우리 Wish box(위시박스)를 만들자. 그래서 2솔이가 사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적어서 Wish box에 넣어 두는 거야. 그리고 2주 뒤에 박스를 열어서 적어 둔 종이를 다시 펼쳐보자. 꼭 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조용해져서 안 사도 될지 보는 거지. 그리고 그중 꼭 사야 하는 것 1개만 사면 어떨까?"
나의 순간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정말 좋은 생각 같았다.
"와~ 재밌겠다. 알았어 해 볼게. 그리고 아까 사고 싶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니까 안 사도 될 것 같아." 2솔이가 살며시 웃으면서 말했다.
"아냐, wish box에 넣어놔 봐. 혹시 모르니까." 내가 장난치듯 말했다.
"아냐, 진짜 진짜 안 사도 돼~" 2솔이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말속에 단호함이 있었다.
부모로서 아이가 부모를 생각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참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돈이 많으면 원하는 거 다 사줄 텐데.' 하는 마음도 든다.
그런데, 2솔이가 느끼는 결핍이 물질에 대한 결핍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2솔이는 둘째로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라도 안 하면 자신은 정말 혼자인 것 같은 기분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2솔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면, 2솔이는 점점 더 결핍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사주는 부모님을 원망할 수 없으니 자신만을 탓하게 될 것이다.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팬이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며,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냥 자녀의 팬이 되어주자.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니다.
2솔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을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팬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응해 주고, 말할 때 눈을 마주치고, 재미있는 이야기할 때는 크게 웃어주고, 다쳤을 때는 괜찮은지 물어봐 주고, 잘했을 때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하고... 내가 누군가의 팬이 되었을 때, 그 스타와 마주하게 된다면 하게 되는 것들...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니다.
나는 지금 나의 스타와 함께 산책 중이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걷는 산책길은 즐겁다.
산책은 한 바퀴를 돌기로 했지만 어느덧 우리는 두 바퀴를 돌고 있었다.
인용글: <The daily Dad>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