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보다는 유니크한 아이로 크길

타인의 기대보다, 자기 마음을 먼저 들여다볼 수 있기를

by 솔솔솔파파

나는 감정을 억누르며 자랐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건 엄마가 자주 아프셨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주 아프면, 아이들은 금방 어른이 된다. 단순히 집안일을 돕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도 어른이 된다.


엄마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혹시 나 때문에 아픈 건 아닐까?'라는 죄책감이 더 컸다.

그래서 나는 더 조용해졌고, 더 착해졌고,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점점 잊어갔다.


이런 나를 가장 많이 닮은 것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2솔(4학년,여)이다.


어느 날 감기로 누워있던 나에게 2솔이가 다가와 이마를 만졌다.


"아빠, 열 좀 내렸어? 뭐 필요한 거 없어? 다른 건 걱정하지 마. 3솔이도 내가 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


열 살 아이의 생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어른스러운 말과 행동.

무언가 익숙했다.


그렇다! 그 모습은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다.


2솔이는 내게 종종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평소에는 어리광도 부리고, 투정도 부리지만 엄마나 아빠가 아프기만 하면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된다.

자기 방을 치우고, 동생을 돌보고, 거실 정리를 하고, 설거지까지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아이.


2솔이는 정말 착한 아이다. 하지만 그 착함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타인의 감정을 읽고, 그들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은 분명 아름다운 자질이다.

하지만 그 감수성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아빠가 좋아할 거야." "아빠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이런 말들은 예쁘고 기특하지만, 한편으론 아이가 스스로의 욕구를 억누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어른들의 칭찬은 이런 행동을 더 강화시킨다.


어느 날 2솔이는 그림을 그리다 펜을 멈추고 물었다.

"아빠, 이거 예쁘게 그렸어?"

나는 대답했다. "응, 예뻐."

그런데 아이가 다시 물었다.

"진짜 예뻐? 아니면 그냥 예쁘다고 하는 거야?"


그 질문이 내 가슴을 찔렀다. 아이는 이미 '진짜 마음'과 '그냥 하는 말'을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평가에 자신의 가치를 맞추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묻게 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진짜 나는 누구지?"


... 내가 딱 그랬다. 이건 거의 확실하다.


서른이 넘어 직업을 바꾸고, 취미를 찾고,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 시간은 내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는 것을.


아이의 유니크함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교육 방법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네 생각은 어때?" "너는 어떻게 느껴?"


이런 작고 단순한 질문이 아이를 자기 내면으로 이끄는 문이 된다.

그리고 그 대답이 내 기대와 다르더라도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아이가 '착한 행동'을 할 때만 놀라워하고, 칭찬하고,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그런 조건부 인정은 아이를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는 존재로 만들 수 있다.


"네 생각이 참 독특하구나." "그렇게 느끼는구나. 이해돼."


이런 말들은 아이가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들여졌다고 느끼게 해 준다.

그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무조건적 사랑의 표현이다.


유니크함은 그 사람만의 색깔이다. 그 색이 세상과 섞여 창의성을 만들고, 다양성을 키운다.

화가의 팔레트를 생각해 보자. 모든 색이 섞여 회색이 된다면 얼마나 단조로울까?

각자의 색이 선명하게 빛날 때 비로소 아름다운 그림이 탄생한다.


획일화된 세상에서 자기만의 색을 잃지 않고 자라는 것.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행복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2솔이를 바라보며 다짐한다. 너의 착한 마음을 사랑하지만, 더 사랑하는 건 너만의 색깔이란다.

그러니 때로는 불편한 질문을 하고, 다른 의견을 내고, 네가 좋아하는 것을 당당히 말해도 괜찮아.


빨주노초파남보가 모여야 무지개가 되듯, 아이들 하나하나의 색이 어우러져야

이 세상도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묻는다. "2솔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keyword
이전 03화때론 부모도 아이처럼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