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백광현
윤예지는 현미래와 상담을 마치고 온 후로는 온 갖 걱정에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백광현의 수업하고 있는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학원은 각 강의실 마다 cctv가 설치 되어있어서 교무실에서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가끔씩 있을 수 있는 학생들끼리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고, 또 아주 가끔씩은 학부모님이 찾아와 자녀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해서, 잠시나마 보게 해드리기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설치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들을 학생들도 다 알려주어 수업 시간에 딴 짓 하지 않고 더 수
업에 집중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상담할 때 이런 사실을 이야기 해주면 학생들
은 대부분 싫어 했지만 학부모님들은 대부분 좋아 하셔서 등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학생들은 싫어 했지만 아무래도 부모님께서 혹시나 오셔서 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수업에 집중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백광현은 여느 때와 똑같이 열성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자! 얘들아! 여기 봐~~아니! 아니! 선생님이 아무리 잘 생겼어도 선생님을 보지는 말고 칠판을 보라고~~"
백광현이 칠판을 두드리며 아이들을 집중 시키기 위해 농담을 하자
"우웩~~"
"우~~~~~우~~~~~"
학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알았어~ 알았어~ 그치만 니네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진실은 변하지 않아~~"
지지 않고 계속 농담을 이어가는 백광현이었다.
"우~~~우웩~~~~"
"선생님 집에 거울 없어요?"
"아니 왜? 선생님 잘 생기셨잖아?"
그때, 많은 학생들과는 반대로 그중 한 여학생이 백광현의 편을 들었다.
"그래~ 지윤이는 역시 거짓말을 못해~~ 지윤이는 오늘 숙제 없어~ 숙제 면제~"
백광현이 지윤 학생 숙제를 면제해 준다고 하자 반이 난리가 났다.
"백보검 선생님"
"백깨비 선생님. 공유랑 똑같아요~~"
그제서야 숙제를 면제받기 위한 아이들의 아부가 시작됐다.
"ㅋㅋ이제서야 인정하는구나~하! 하! 자 다들 잠 깼지? 이제 여기 칠판 봐~ 선생님이 알기 쉽게 등차수열의 합 구하는 공식을 유도해 볼게~~"
백광현은 역시 20년 차 베테랑 답게 학생들 쥐락펴락하며 수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수업을 잘 이어나가던 백광현이 갑자기 멈췄다. 말만 멈춘 게 아니라 진짜로 모든 행동, 손가락 하나까지, 눈동자 하나까지도 움직임을 멈췄다.
윤예지는 자기가 정지 버튼을 잘 못 눌렀나 확인해 보았지만 아니었다.
"선생님! 선생님!"
이상함을 감지한 지윤 학생이 백광현을 불렀다. 그제야 백광현은 칠판을 보고 학생들을 보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어? 어! 어디까지 설명했지? 어 그래~~ 계속해 보자~!"
윤예지는 깜짝 놀라 심장이 두근 거렸다. 그 뒤로 더 집중해서 관찰했지만, 백광현은 그 뒤
론 다른 별다른 특이 사항 없이 수업을 잘 마쳤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집에 가면 바로 복습하고! 시간이 자나면 지날수록, 배운거는 까먹게 되어있어! 알지?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숙제 꼭 해오고..... 오늘도 수고했어! 다음 시간에 보자!”
“네! 감사합니다. 아녕히계세요!”
“야~ 드디어 해방이다.”
인사를 하고 학생들이 마치고 나가면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야~ 아까 백깨비 선생님 이상하지 않았냐? 난 정지 화면인 줄......."
"그러게~ 오늘은 백보검 선생님 답지 않았어~ 잠시 첫사랑 생각하셨나?ㅎ"
"ㅎ야~~~진짠가?ㅋ"
학생들이 다 나간 뒤 백광현은 자리에 앉았다.
'뭐였지? 순간 기억이 없어. 내가 뭘 하고 있었던 건지? 내가 왜 거기 서 있었는지? 기억이 없어!!!'
'뭐지? 사고 후유증인가? 뭐였지?'
"오늘 수업 끝났어? 많이 피곤해 보이네?"
그때, 모니터로 교실을 지켜보고 있던 윤예지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물었다.
"어~ 괜찮아! 항상 마지막 수업 마치고 나면 그렇지 뭐!"
백광현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얼른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했다.
"그래~ 가족 먹여 살린다고 고생이 많네~ 어때? 이따 애들 일찍 재우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콜?"
윤예지는 백광현이 안쓰러워 보였다. 꼭 가족들 건사한다고 온 갖 스트레스를 속으로만 삭히다가 걸린 병인 거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티를 내면 모든 게 무너질 거 같아 슬픔 따윈 가슴속 저 깊은 곳에 묻어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내가 무너지면 끝이다. 강해져야 해! 강해져야 해!'
이 말을 오늘만 백만 번은 곱씹은 듯했다. 하지만, 백광현을 볼 때면 눈물이 터질것만 같았다.
"어! 웬일이야? 나야 자기가 원하면 언제나 콜이지?"
“그래! 그럼 이따 준비해 놓을게..!”
“오케이~~ 땡큐~”
이따 하루 일과를 정리 한 후 한 잔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있다는 생각에 백광현은 콧노래를 부르며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 백광현으 모습을 보며 윤예지는 홀로 눈물을 훔쳤다.
‘불쌍한 사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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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막 잠들었어~ "
백광현이 애들을 재우고 나오면서 얘기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두 아들은 아직까지 부모님이랑 같이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몫은 항상 백광현의 몫이었다. 그렇게 하자고 정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정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애들은 재우는 동안 윤예지는 삼겹살을 굽고 술상을 간단히 차리고 있었다.
"어. 마침 삼겹살도 잘 구워졌어!자~ 일잔해!고생했어~ 애들 재운다고 고생했고, 수업하느라 고생했고, 오늘 하루를 살아 내느라 고생했어~~"
윤예지가 술병을 들고 백광현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 왜 그래? 오늘 이상해~ 눈가도 촉축하게 젖은 듯 하고.... 오늘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삼겹살에 소주도 그렇고?"
백광현이 이상하다는 듯이 경계하며 윤예지를 바라 보았다.
"뭐가? 고기 굽다가 눈에 연기가 들어가서 그렇겠지.....!"
하며 윤예지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오늘 왠지 온도가 달달하잖아? 괜스레 설레게?"
"ㅋㅋ뭐래? 내가 언제는 안 달달했나? 항상 달달했지!"
윤예지가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도 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도 하고 그래? 바보처럼 참고 속으로 다 삭히면서 살지 말고....."
윤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울컥할 뻔했다. 백광현이 아픈 게 마치 가장으로서 가정을 챙기느라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참고 사느라 그런 것처럼만 자꾸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 오늘 진짜 이상하네..... 천하의 윤예지가 소주 한 잔에 취했을 리도 없고......?"
늘 씩씩하기만 하던 윤예지가 눈물을 보이려 하자 백광현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했다.
"그러게... 오늘 진짜 이상하네.... 소주 한 잔 먹고 취했나 보다! 소주나 한잔하자~"
윤예지는 자기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나중에 이사실을 알았을 때 백광현이 더 힘들어할 걸 알기에 얼른 화제를 돌렸다.
'내가 아까 수업하다 버퍼링 걸린 걸 봤나? 그럼 왜 그랬냐고 물어봤을 건데.... 아침에 말없이 외출한 거랑 연관이 있나? 혹시 병원.........?'
윤예지의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백광현의 머릿속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 내고 있었다.
"그래~~~한잔하자~~~~인생 뭐 있냐?ㅋ"
그러다가 백광현도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게 싫어서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래~ 인생 뭐 있어? 건강하게 잘 살면 되지!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한 잔 먹고 푹자~~“
“오케이! 그러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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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늦었어~ 일어나~ 아빠는 어디 간 거야?"
큰아들이 아침에 윤예지를 급히 깨웠다.
"으응?.....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몇 시야? 아빠는?"
윤예지가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얘기했다
"8시~ 몰라! 아빠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 늦었어~ 지각이야.... 나 먼저 씻을게.."
큰아들이 급히 화장실로 가며 말했다.
“그래! 얼른 씻고 준비해! 엄마가 토스트 하나 구워 줄게! 우유랑 같이 먹고 가!”
8시라는 말에 윤예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항상 애들 재우고 깨우는 건 백광현의 몫이었다.
이것 또한 일부러 정한 건 아니었지만 백광현이 아이들을 잘 챙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었다. 그런데 8시라니? 지금까지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윤예지는 깜짝 놀라며 둘째를 깨웠다.
‘어제 술을 과하게 마신 것도 아니라 술에 취해 늦 잠을 잤을 일도 없는데....‘
더군다나 백광현은 집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백광현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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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봄비 -제26화- (괜찮아 괜찮아)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