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봄비 26화

-제26화-

괜찮아 괜찮아

by 백운

‘위이이이잉~~~~~위이이이잉~~~~’

아이들이 등교를 할 때까지 백광현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갔다가도 아이들 등교 준비 시간은 정확히 맞춰 들어오는 백광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까지 돌아오지도 연락도 없었다. 윤예지의 폰 진동이 울린 건 아이들이 등교하고 난 후에서였다.

윤예지는 당연히 백광현 일 거라고 생각하고 폰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현미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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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한 사람은 백광현이 아닌 현미래였다.

"네~ 여보세요? 현미래 선생님. 아침 일찍 어쩌신 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윤예지가 말했다.

"네. 다름이 아니라 광현이 지금 저랑 같이 있어요. 놀라셨을 거 같아 전화드렸어요!"

현미래의 음성은 낮고 차분했다. 그래서 윤예지는 더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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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게 무슨???"

윤예지는 놀라서 말이 나오 질 않았다.

"네! 전화상으로 이야기하기는 길어요. 너무 걱정 마시고요 지금 병원에 있으니 윤예지 씨도 병원으로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직접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역시 차분하고 낮은 음성으로 현미래가 말했다. 그렇지만 윤예지는 그 낮은 음성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여자들만의 촉이었다.

"네. 지금 바로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현미래의 차분한 목소리 덕분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윤예지는 서둘러 준비를 해서 경윤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어쩜 오랜 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이 말을 속으로 되뇌면서......

아침 일찍 눈이 떠진 백광현은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윤예지도 아이들도 아직 한창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시간이라 조용히 몸을 일으켜 옷 방으로 했다. 간단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백광현은 물 한 병을 들고 늘 다니던 산책코스로 산책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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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긴 했지만 그래도 종종 러닝 하는 사람들도 보였고 빠른 걸음으로 삐뚤삐뚤 걸어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백광현도 뛰기도 하다가 걷기도 하다가를 반복하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제 왜 갑자기 멍해진 걸까? 기억이 사라져 버렸어!’

‘머리가 띵~하고 두통이 온 적은 있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뇌진탕 후유증인가? 미래말로는 괜찮을 거라 했는데.....’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백광현은 띵~~~하는 두통과 함께 머리가깨질 듯이 아파왔다. 더 이상 달릴 수가, 아니 서있을 수조차 없어서 옆 벤치에 머리를 감싸고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백광현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리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뭐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여긴 어디지?'

백광현은 자신이 왜 여기 와 있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뿐이었다. 갑자기 또 두통이 찾아왔다.

'아! 머리가 왜 이리 아프지? 아~!'

주위에 운동을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간혹 백광현의 이상한 행동에 의아해 하며 쳐다보기는 했지만, 따로 말을 걸거나 하진 않았다. 아마, 이른 아침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 쯤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벤치에 머리를 감싸고 잠시 주저앉았던 백광현은 잠시 후 두통이 없어지자 생각나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그래~ 미래! 현미래~'

현미래가 생각난 백광현은 주머니 속 핸드폰을 찾았다. 낯선 핸드폰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현미래를 검색해서 전화를 걸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

이른 아침 현미래는 폰의 진동이 울리자 폰을 확인했다.

'광현이가? 이 시간에???'

현미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전화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여보세요? 백광현?"

현미래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어~ 미래야~ 나야..... 내가 너무 아침 일찍 전화했지? 잘 잤어?"

백광현의 말투는 연인에게 전화를 하듯 다정했다.

"어~!?? 그렇긴 한데.... 나는 괜찮아? 근데 너는 괜찮아?? 어디야??"

너무나 다정하게 들리는 백광현의 목소리였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 현미래는 백광현의 상태를 파악해야 했다.

"어~~나 좀 이상해! 미래야! 여기가 어딘지 잘 모르겠어~ 갑자기 두통이 일더니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미래야! 나 좀 데리러 와줘!!"

많이 어리 둥절해하며 걱정스러운 말투의 백광현이었다. 백광현은 현미래가 걱정할까 걱정도 됐지만, 하지만 지금 기댈 사람은 현미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백광현의 말을 듣던 현미래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어떡해? 어떡해? 이렇게 진행이 빠를 줄이야?ㅠㅠ'

현미래의 두눈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어~ 괜찮아~ 광현아~ 주위에 보이는 걸 얘기해봐~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눈에 보이는 건 다 얘기해 봐~"

현미래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차분하게 얘기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어 둥근 못 같은 게 있고 그 중간에 다리 같은 게 놓여있고 못 중간에 정자 같은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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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래가 백광현의 말을 끊고 얼른 말했다.

"어~ 광현아! 잘했어! 잘 했어! 나 거기 알아~~ 많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겠지만 거기 벤치에 가만히 앉아 쉬고 있어~ 내가 금방 갈게~"

현미래는 차분하게 백광현을 안심시킨 후 시계를 들여다봤다. 폰을 들어 전화를 하려다가 말고 얼른 준비해서 밖으로 나섰다.

'지금 전화했다가는 혼란만 가중시킬 거야~ 일단 내가 만나보고 전화하자~'

현미래는 윤예지에게 전화를 하려다 말고 얼른 차를 몰고 백광현에게 출발했다. 눈물이 앞을 가릴 만큼 많이 흐르고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내가 해결 할 수 있어!'

를 속으로 한없이 되뇌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라 금방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급히 뛰어가보니 초라한 행색의 백광현이 벤치에 머리를 감싸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현미래는 그 모습을 보자 겨우 진정시켰던 가슴이 다시 한 번 무너지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광현아! 어쩌다가.......흑.....흑.......’

잠시 멀리서 백광현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현미래는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백광현에게 걸어갔다.

‘괜찮아. 괜찮아. 현미래. 진정해! 아무일도 아니야!’

현미래가 근처에 다가 오도록 백광현은 알아채지 못했다.

현미래는 그런 백광현을 가만히 감싸 안으며 말했다.

“광현야! 나! 미래야! 내가 왔어! 그러니 이제 걱정하지마!”

다정한 현미래의 말소리가 들리자 백광현은 아기처럼 현미래에게 안기며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빨리 왔네. 고마워. 미래야! 네가 걱정 할 줄 알았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너밖에 없었어.... 미안해!”

“아니야! 광현아! 잘했어.... 잘했어.....이제 걱정하지마....다 괜찮아 질거야! 이제 가자! 걸을 수 있겠어?”

“어! 근데 잠시만 앉았다가자 미래야! 여기 첨보는 곳인데 낯설지가 않아! 정말 포근한 곳이야!”

백광현이 벤치 옆으로 엉덩이를 옮겨 앉았다. 현미래도 마음은 급했지만 백광현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 정말 포근하고 멋진 곳이네. 마치 너를 닮았어!”

그렇게 앉아있으니 대학시절에 둘이 여행갔을 때가 기억이 났다. 밤에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함께 했던 그 순간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하지만, 다시는 돌아 갈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보다도 백광현의 치료에 집중해야했다.

“자! 이제 일어나자! 광현아!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야!”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아 현미래는 백광현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래! 가자! 미래야!”

마치 자신의 상태를 짐작이라도 한 듯이 백광현은 고분고분하게 현미래의 말을 들었다. 현미래랑 마지막으로 잠시지만 다시 오지 못 할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던 듯이.... 걷는 동안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도 백광현은 어디로 가는지, 뭐하러 가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냥 현미래가 가자는 대로, 이끄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그런 백광현이 현미래는 안쓰러워 가슴이 미어 터질 듯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백광현은 아무말도 묻지 않았다. 현미래가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그런 백광현을 보며 현미래는 다시 ‘괜찮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수 만 번 곱씹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어 윤예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설 : 봄비 -제27화- (의사 현미래)에 이어집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소설은 본인의 창작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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