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현미래
윤예지는 현미래의 전화를 받자 마자 얼굴에 물만 묻히고 얼른 집을 나셨다.
"백광현 환자 보호자인데요!"
급하게 경윤 대학병원에 도착한 윤예지는 접수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현미래가 있는 신경외과로 바로 갔다.
"백광현 환자분이시라고요? 잠시만요~"
이른 시간이었지만 간호사 선생님들이랑 다 출근해서 근무를 하고 계셨다. 긴급상황이라 현미래가 비상소집을 한 것이었다.
"아! 지금 교수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진료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똑! 똑!
"교수님! 백광현 환자 보호자분 오셨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노크 후 진료실 문을 열어주셨다.
"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많이 놀라셨을 거 같은데 일단 물 한 잔 드세요~"
진료실로 들어서자 현미래가 윤예지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네~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 사람 어디 있나요? 괜찮은 건가요?"
당연히 현미래랑 같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백광현이 보이지 않자 윤예지가 다급하게 물었다.
"네. 별다른 이상은 없고요 지금은 입원실에서 신경안정제랑 진통제 맞고 잠 들었어요."
현미래가 윤예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그렇군요! 어떻게 된 건가요? 선생님!"
윤예지가 의자에 주저앉듯 앉으며 물었다.
"네! 일단 숨 좀 돌리시고요......"
"네~ 전 괜찮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된 건지 말씀해 주세요~"
"오늘 아침 일찍 광현이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전화가 오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놀라서 전화를 받았더니 평소 자주 산책을 다니는 곳인 거 같던데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위치를 확인하고 바로 광현이한테 갔어요. 예지 씨한테 먼저 전화를 하려다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 걱정 하실 것 같아서, 일단 제가 광현이 상태를 먼저 보고 연락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연락은 바로 안 드렸고요."
현미래가 상황 설명을 하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서요?"
윤예지는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 타들어 갔다. 그래서 옆에 있던 물을 들이켰다. 왜? 현미래에게 전화를 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네. 그래서 가보니 외상은 전혀 없었고 다만, 많은 부분을 기억을 못 했어요. 마치 지금이 대학시절인 줄 아는 듯했어요. 가끔 두통도 있다 하고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보여서 현재는 신경안정제랑 진통제, 영양제까지 링거 맞으며 잠든 상태입니다. "
"네. 그렇군요ㅠㅠ 근데 갑자기 기억이 갑자기 그렇게 안 날 수도 있나요?"
윤예지가 많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현미래를 바라보며 물었다.
"잠시 단기 기억이 사라지는 경우는 있어도 광현이처럼 이렇게 십 년 이상의 기억이 사라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현재로선 아마 뇌 속에서 무언가가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을 누르거나 건드려서 그럴 거라고 추정만 하고 있습니다."
현미래도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의사인 그녀의 말투는 흐트러짐 없이 차분했다.
"흔하진 않지만 있긴 있는 거군요? 선생님!"
윤예지는 뭐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네. 있긴 있습니다. 다만, 광현이는 지금 진행 상태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일반적이지 않다니 무슨 말씀인가요? 선생님!”
“너무 빨라요ㅠㅠ MRI 영상 촬영을 해봐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MRI촬영을 서둘러 오늘 당장하는게 좋을 같습니다. 광현이도 뭔지모르지만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짐작하고 있는 듯했어요. 병원으로 오는 동안 아무 것도 묻지 않았어요. 그게 정말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마시고요. 제가 반드시 광현이 낫게 하겠습니다. 제 모든 걸 들여서라도요."
현미래가 걱정은 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보이며 말했다.
"네. 선생님. 그랬군요. 불쌍한 사람.....흑....흑..... 선생님. 뇌종양 쪽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알고 있습니다. 꼭! 꼭! 살려주세요ㅠㅠ 그 사람~우리 가족 먹여살린다고 자기 하고 싶은 거 못 하고 고생만 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된게 꼭 제 책임 것만 같아 그 생각만 하면 미칠 것 같아요. 꼭. 낫게 해주세요. 선생님. 흑! 흑!"
윤예지가 마침내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리며 현미래에게 애원했다.
"걱정 마세요! 예지 씨!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뇌종양이라는 거? 전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현미래가 놀라며 말했다.
"어제 저한테 뇌사진 보여주시는 순간 짐작했어요. 뇌종양 쪽으로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환자 보호자한테 뇌사진을 보여줄 리가 없잖아요?ㅠㅠ"
윤예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울음을 삼켰다.
"윤예지 씨! 대단히 강하신 분이네요! 그걸 알고도 속으로 참으셨던 거네요? 제가 반드시 반드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습니다. 그게 무엇이든요! 걱정마세요. "
현미래의 눈에서도 결국 눈물이 흘렀다. 현미래는 윤예지의 손을 꼭 붙잡아 주었다. 그 동안 알고도 말 못하고 참고 있었을 그녀의 심정이 헤아려졌기 때문에 참고 있었던 눈물이 흐른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ㅠㅠ"
윤예지도 현미래의 손을 꼭 잡으며 주체 할 수 없는 감정을 다스리고 있었다.
"자~ 이제 눈물은 거두시고 남편분 보러 가시죠?"
현미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윤예지도 같이 일어섰다.
현미래와 윤예지가 같이 병실로 들어서자 백광현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든 모습이 마치 아기 같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너무나 평온한 모습이었다. 현미래는 그 모습이 너무나 평온해서 더 슬펐다.
"조금 있으면 깰 거예요~ 그럼 현재의 백광현일 가능성이 높아요. 여기 왜 누워있는지를 오히려 기억하지 못 할 거예요. 잘 설명해 주시고 얼른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해 주세요. 지금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윤예지 씨뿐이에요. 예지 씨 원래 강하신 분이니 잘 하실 거예요. 슬픔 따윈 잠시 묻어 두자고요 우리~광현이가 깨어났을 때 저도 같이 있으면 더 혼란스러울 거예요. 그럼 저는 이만......"
현미래는 윤예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하고는 병실을 나왔다.
'자~ 이제 광현이 설득하는 건 된 거 같고, 검사 결과에 따라 그 팀을 다시 소집해야 할 수도 있겠어. 진행 상황이 빠른 걸로 봐서 미리 연락을 취해두는 게 좋겠어.'
현미래는 지금 자기의 명성을 얻게 해준 세계 최고의 석학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한편, 잠에서 깨어난 백광현은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자기가 왜 여기 누워있는지를 윤예지에게 듣고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윤예지의 단호한 모습에 침착을 되찾았다.
'이 사람, 나만 믿고 있는데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정신 차리자! 정신 차리자!'
백광현은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흔들릴 윤예지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이제 뭘 하면 되는데?"
백광현이 윤예지에게 물었다.
"오늘 MRI 일정이 나올 거야. 그럼 일단 먼저 영상 촬영하고 입원하면 돼! 그러면 현미래 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실거야! 현미래 선생님 내가 알아봤는데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야~ 별거 없지?"
윤예지가 차분하게 설명해 줬다.
"그래~ 별거 없네~ 알았어! 그렇게 할게~ 걱정 마!"
백광현은 담담한 척 얘기를 했지만 충격이 아닐 수없었다.
똑! 똑!
"백광현 환자분! 지금 제2MRI 실로 이동해서 영상 촬영하시겠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때,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시면서 말했다.
"네. 빨리 잡혔네요! 가자~~"
윤예지가 백광현을 부축하려했다.
"어이쿠~ 혼자 갈 수 있습니다. 얼른 가봐. 급히 나온다고 제대로 못 하고 나왔을 건데..."
백광현은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혼자 가겠다고 윤예지에게 얘기했다.
"괜찮아! 아직 한 두 시간 정도는 여유 있어~"
윤예지는 겉으로는 괜찮다고는 하지만 백광현이 지금 얼마나 떨리고 혼란스러울지를 알기에 같이 있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같이 MRI 실로 이동하여 영상 촬영을 마쳤다.
촬영은 대기 없이 금방 끝났다. 모든 것에 현미래의 배려가 느껴졌다.
"영상이 넘어가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입원실로 가 계시면 신경외과에서 연락 주신
답니다."
영상 촬영이 끝나자 촬영하신 선생님께서 안내해 주셨다.
"네! 감사합니다!"
윤예지와 백광현은 인사를 하고 입원실로 올라왔다.
잠시 후 현미래는 영상의학과에서 백광현의 뇌 MRI 사진을 넘겨받고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영상을 열어봤다.
'아ㅠㅠ 제발 이 것만은 아니길 바랐는데ㅠㅠ 아 광현아ㅠㅠ 어떡해? 광현아ㅠㅠ'
모니터를 보는 현미래의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려내렸다.
현미래는 조용히 일어나 창밖을 쳐다봤다. 창밖에는 봄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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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봄비 -제28화- (운명)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