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봄비 29화

-제29화-

아! 하늘이여!

by 백운

뇌 수술이라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수 있다 고는 했지만, 간단한 수술이라는 현미래의 말과는 달리 13시간이 넘는 긴 수술 시간 동안 수술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윤예지는 불안해 하거나 걱정하지는 않고 그 긴 시간을 수술실 밖을 떠나지 않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광현 씨 좀 살려주세요! 가족들 챙기느라 고생만 한 사람입니다. 하나님 아시잖아요? 제발 수술 잘 돼서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아이들도 집에서 함께 기도했다.


이런 간절한 기도가 응답된 것일까?

드디어 굳게 닫혀, 열릴 것같지 않던 수술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 선생님들과 의사선생님들이 나오시기 시작했다. 윤예지는 나오시는 분들의 표정을 살폈지만, 긴 수술의 끝이라 그런지, 지치신 모습에 마스크까지 써고 있어서 표정이 좋은지, 아닌지, 결과를 예측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현미래 선생님이 마스크를 벗어시며 나오는 것이 윤예지의 눈에 보였다. 윤예지는 조심히 현미래에게 다가가 물었다.

"선생님! 수술은 어떻게......?"


언제나 당당했었고, 잘 될 거라 생각은 했었지만 수술 결과를 묻는 윤예지의 입술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휴우~~ 밖에서 걱정 많으셨죠? 예지씨! 걱정마세요~ 하나님께서 도우셨습니다. 수술결과는 성공적입니다. 회복실에서 하루 아님 이틀 정도만 있으면 깨어날 거예요~"

긴 수술을 집도해서 피곤하고 지쳐있긴 했지만 현미래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기쁨에 차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흑! 흑! 흑!"

현미래가 수술 전에 괜찮다고 했었지만 윤예지는 수술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말에 어려운 수술이겠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배려해주는 현미래의 마음을 짐작 할 수 있었기에 티를 내지 않았었다. 그리고 수술 당사자인 백광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더 편할 듯했다. 그런데, 막상 수술시간이 10시간을 넘어가자 어려운 수술을 넘어 위험한 수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고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온 힘을 모아 더 기도 했던 것이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기다리던 수술이 잘 되었다는 말을 듣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 모든 것이 하늘이 도운 것만 같았고 하나님이 보살펴 주신 듯했다. 그 모습을 보자 현미래는 13시간이 넘는 긴 시간 수술을 집도한 자신보다도 밖에서 맘 조리며 그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윤예지가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예지 씨도 맘고생 많이 하셨을 건데, 좀 쉬........"


다가와 윤예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의 말을 건네던 현미래가 갑자기 말을 마치지 못하고 쓰러졌다.

"선생님! 선생님! 괜찮으세요?"

윤예지가 순간 놀라 현미래를 부둥켜 안으며 소리를 질렀다.

"교수님! 괜찮으세요?"

윤예지의 소리를 들은 주위 간호사와 의사선생님들도 몰려들었다.

같이 수술실에 계셨던 의사선생님이 걱정스럽게 현미래의 상태를 살피더니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수술준비와 수술집도하시느라 피로가 누적되셔서 잠드신 거 같습니다. 걱정들 마세요~"

윤예지는 갑자기 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몇 날 며칠 잠도 못 자고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을 현미래가 눈에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침대에 실려서 현미래는 회복실로 옮겨졌다.

그렇게 현미래와 백광현은 같은 회복실로 옮겨졌다.

윤예지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운명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두 사람은 어떤 일로 맺어지지는 못했지만 꿈속에서 만나 그동안 못 했던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 건 아닐까?'

윤예지는 지금 이 순간 꿈속에서 만은 백광현을 현미래에게 양보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자기가 생각하지도, 생각할 수도 없을 애절한 로맨스가 있을 듯했다. 그래서 하늘이 이런 운명을 만들어 준 건 아닐까?라고 윤예지는 두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아! 하늘이여~ 정말 감사합니다! 이 순간 만큼은 광현씨를 양보할게요~ 두 사람이 지금 이 순간 꿈속에서 그동안 못 푼 회포를 다 풀게 해 주세요. 그동안의 제가 짐작하지도 못 할 만큼의 아픔들이 깨긋이 씻겨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건강하게 깨어나면 각자의 삶에 또, 충실하게 해주세요~'

윤예지는 한편으론 두 사람이 좀 더 푹 자고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깨어났을 때 아쉬움이나 미련 따위는 없을 것만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윤예지의 기도와 바람 덕분일까? 현미래도 백광현도 정말 푹 잠들어 있었다. 두사람의 표정은 마치 고요한 호수를 거니는 듯 했다.

그러다가 먼저 깬 것은 백광현이었다. 만 하루가 지나서야 백광현은 눈을 떴다. 백광현이 깨어났을 때 윤예지는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옆 침대에는 현미래가 잠들어 있었다.

'고마워~ 예지야~ 그리고, 미래야~ 우리 첫사랑 소중히 간직할게~ 네가 다시 붙잡아 준 소중한 나머지 삶도 행복하게 잘 살게~ 꿈속에서 네가 말 한 것처럼...... 예지 아껴주고 사랑하며....... 사랑해....... 윤예지.........'

하지만, 잠시 깨어났던 백광현은 다시 잠이 들었다.

백광현이 다시 잠들자 잠시 후 약속이나 한 것 처럼 현미래가 깨어났다. 깨어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백광현이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고 윤예지도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고마워~ 광현아~! 넌 기억 못 할지 모르겠지만 꿈 속에서의 소중한 만남 평생 기억하며 살아갈게!’

현미래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자 윤예지도 인기척에 눈을 떴다.


"푹 잘 잤네요~~ 좋은 꿈도 꾸고......"

현미래가 조용히 말을하며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좀 괜찮으세요? 선생님. 많이 놀랐어요ㅠㅠ"

윤예지가 울먹이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전 괜찮아요~~~ 괜히 걱정 끼쳤네요~"






"광현인 아직인가요?"

현미래가 멋쩍은 듯이 웃으며 얘기했다.

"네~ 조금 전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는데 아직이네요...."

윤예지가 백광현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었을 수도 있어요~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니 걱정 마세요~ 관리만 잘 하면 재발도 없을 겁니다! 하늘이 두 사람의 사랑에 감명받았나 봐요~ 하늘이 돕지 않고는 이렇게까지 성공하기는 어려운 수술이었습니다~ 하하....."

현미래가 기운이 회복되는지 나지막하게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덕분입니다."

윤예지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수술은 제가 한 게 아니라 하늘이 도운 겁니다. 광현이 곧 깨어 날 겁니다. 깨어나면 잠시 기억을 못 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곧 기억이 돌아올 거니 너무 걱정 마세요~ 저는 이제 가볼 테니 광현이 깨어나면 불러주세요~"

현미래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선생님도 조금 더 쉬시죠?"

윤예지가 현미래를 붙잡으려 했지만 현미래는 몸이 다 회복됐다며 웃으면서 나가 버렸다.

백광현이 깨어난 건 현미래가 나간 뒤 두세 시간 뒤였다. 백광현의 손을 잡고 엎드려 있던 윤예지는 백광현의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는 걸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광현 씨~ 정신이 좀 들어? 광현 씨! 내 목소리 들려?"


윤예지는 백광현의 눈꺼풀이 조금씩 움직이고 안면 근육이 조금씩 움직이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광현 씨~ 백광현! 잘했어~~~ 잘 이겨내줘서 고마워~~~흑ㅠㅠ"




백광현은 눈을 뜨자 울고 있는 윤예지의 모습이 보였다. 손에 힘을 주어 잡아주고 싶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가여운 사람'

"울... 지.. 마....... 왜.. 울어?"

백광현의 의식은 완전히 돌아와 있었다.

"흐... 억.... 좋아서..... 자기가 너무 대견해서....."

윤예지는 눈물이 닦으며 말했다.

"그럼.... 웃어야지.....?"

백광현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웃을게~~ 잠시만 기다려 선생님 불러올게~~"

윤예지가 눈물을 닦고 웃어 보이며 현미래를 데리러 가려 하자 백광현이 윤예지를 잡았다.

"잠시만~ 잠시만~~~~이대로 있어"

"그래도.... 그래~~!"

윤예지가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백광현의 손을 꼬~옥 잡았다.

한편, 혹시나 백광현이 아직 깨어나지 않아 윤예지가 걱정을 하고 있을까 봐 병실 문을 조용히 열었던 현미래는 이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병실 문을 조용히 닫고 나왔다.









소설 : 봄비 -최종화- (이제 다시)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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