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봄비 30화

-최종화-

이제 다시

by 백운

그렇게 한참을 손을 잡고 백광현과 이야기를 하던 윤예지는 이제는 현미래를 데리러 가야 할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윤예지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윤예지 이상으로 백광현이 깨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이 현미래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야! 현미래 선생님! 심성도 엄청 고우시고~ 얼굴도 엄청 예쁘시고.... 교통사고가 나고 현미래 선생님을 만난 건 어쩜 자기를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니 어쩜 봄비 내리던 날 교통사고가 난 것부터가.... 그 사고가 나지 않았었더라면 수술이 더 늦어졌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윤예지가 말을 이어가다 중간에 잠시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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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

그사이 백광현은 많이 회복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기랑 현미래 선생님을 만나게 하기 위한, 그리고 자기한테 현미래 선생님과의 소중한 기억을 돌려주기 위한 하나님의 선하시고 아름다운 배려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윤예지가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하지만 선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고마워~~~"

백광현은 윤예지의 선한 마음에 진심으로 고마웠다.

"이제 선생님 데리고 올게~ 많이 기다리고 계실거야. 잠깐 쉬고 있어~"

윤예지가 나가자 백광현은 눈을 감았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사고가 나고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었지만 백광현에게는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기억에 없었던 현미래가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백광현의 뇌의 시커멓던 한 부분이 다채로운 색상으로 살아나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듯 보였다.

'이제 와 어찌할 수 없는 없는 일이지만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깐... 좋은 기억만 추억으로 간직할게... 고마워......하나님! 소중한 추억 돌려주셔서, 소중한 생명 연장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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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윤예지가 현미래를 데리고 들어왔다.

"어때? 알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 새생명을 얻은 기분이지?"

현미래가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어~ 첨엔 얼떨떨했는데 갈수록 개운해지고 있어~ 수고많았다고 들었는데 고마워~"

"그럴 거야~ 며칠 푹 쉬고 나면 더 좋아질 거야~ 나야 뭐! 사람 살리는 의사니까 당연히 할 일 한거고, 너 예지 씨한테 잘 해라! 맘고생 많이 하셨어~ 예지 씨 기도가 널 살린 거나 마찬가지야~"

현미래의 시선은 어느덧 윤예지를 향하고 있었다.

"아이고~ 선생님께서 열과 성의를 다해서 수술해 주신 덕분입니다. 수술 마치고 기절까지 하시고! 그때 생각만 하면 아찔해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윤예지가 현미래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아이고! 제가 원래 일을 하면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걱정을 끼쳤네요!”

현미래가 손을 내저으며 입을 가리고 옅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는 자신을 걱정해준 윤예지

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가 깔려있었다.

"뭐야? 현미래? 진짜야? 완전 감동인 걸!“

백광현이 손을 가리고 웃고 있는 현미래를 바라봤다.

“감동까진 할 건 없고, 새생명을 얻었으니 예지한테 잘해!”

“뭐야? 이거! 죽다 살아난 건 난데 둘이서만 인사하고 있어? 섭섭해지네~"

그 사이 백광현은 농담까지 건넬 정도로 회복이 되어 있었다.

"그래~ 맞다. 네가 젤 고생 많았다. 잘 견뎌내줘서 고마워~~~"

현미래는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목소리도 약간 떨리고 있었다.

"뭘... 또 그렇게까지야?......"

갑자기 분위기가 진지해지자 백광현이 머쓱해하며 말했다.

"아니야~ 자기야! 정말 고생 많았어! 그리고 정말 고마워~~~"

윤예지까지 합세하자 분위기는 한 층 더 무거워졌다.

"아..... 그러지 마..... 취소야... 취소... 난 고생 안 했어.... 두 분이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백광현이 무거워진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난처해하자 며칠 전 병실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게 화기애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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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자~ 자! 다들 고생 많았다고 하자! 그러니, 이제 아파서 병원에서 보는 일은 없도록 하자! 피차 고생이니까!”

현미래가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넵~ 알겠습니다.”

“진짜! 그래요. 우리 병원에서는 안 봤으면 좋겠어요.”

백광현과 윤예지도 재빨리 동의했다. 그 만큼 이번에 맘 고생이 심했던 탓이기도 했다.

“그럼, 며칠 더 푹 쉬다가 경과 보면서 퇴원하면 될 거같아요~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두 분 쉬세요!”

현미래는 문을 닫고 나오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다행이야! 감사합니다.’

현미래가 나가자 윤예지는 백광현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수술하는 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이제 진짜 아프면 안돼! 나 보다 일주일만 더 살다 오기로 했잖아! 나보다 먼저 가면 나 뒤처리는 누가 해줘? 그렇다고 나보다 더 많이 오래 살면 내가 배아프니까 내가 데리러 올 거야! 그러니까 나보다 딱 일주일만 더 살아!”

윤예지가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는 동안 백광현도 윤예지의 손을 꼭 잡으며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봤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으면 그 동안 몇 십년은 늙어 보였다.

“얼마나 맘 고생이 심했으면 그 사이에 많이 늙었네!”

윤예지가 안쓰러워 한 말인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뭐라고? 다시 말 해봐!”

어느새 윤예지는 잡았던 손을 놓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어......! 뭐......?”

순간 섬뜩한 기운을 감지한 백광현은 말을 더듬었다.

“방금 자기가 했던말 있잖아? 다시 해보라고!!”

“기억이 잘 안나는데......”

“내가 다시 기억나게 해줘?”

윤예지가 주먹을 불끈 쥐며 백광현 앞으로 내 밀었다.

“아....생각났다. 자기는 어떻게 하더라도 예쁘지? 아름답고.......”

그제서야 윤예지가 주멱을 풀었다.

“그래. 항상 깨어있어야해. 아프다고 정신줄 놓지 말고 정신 똑 바로 차리고.....푸하하하.....”

그렇게 웃으며 행복하게 별일없이 며칠이 지나갔다. 백광현은 다행히 경과가 좋아 퇴원해도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늘 퇴원 날이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이제 다시는 이렇게는 만나지 말자~! 그리고 이제 다시는 나 잊지 마라~ 백광현~~~"

퇴원날이 되어 현미래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래~ 미래야! 이제 다시...는 잊지 않을게..... 그리고 20년 전 추억도, 지금의 감사한 마음도 소중히 간직할게...... 그리고 이제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똑! 똑!

백광현이 말을 마치기 전에 손영찬이랑 지희영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야....백광혀이~~ 니 이기 무신 일이고? 야! 인마~ 퇴원할 때 연락하는 기 어딨노?"

"광현아! 미래야! 둘 다 고생 많았다..... 소식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ㅠㅠ"

지희영은 오면서 내내 울었던지 울먹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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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게 다들 얼마 만이야? 손영찬? 맞지? 희영이도 오랜만이네~~ 어떻게 연락이 됐어?"

현미래가 깜짝 놀라며 얘기했다.

"광혀이가 문자 왔길래 지희영이한테도 내가 연락했지~ 야.. 그나저나.. 이래 다 보는 게 얼매만이고? 야....그래도 안 죽고 살아 있으니 이래 보네.."

손영찬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얘기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백광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 내가?"

"야! 니 그라지 마라 임마! 무섭구로? 사람 놀래킬끼 따로 있지? 뇌 술 끝난지 얼매나 됐다고 카노? 그라지 마라~"

손영찬은 백광현이 장난치는 줄 알고 얘기했지만 백광현의 분위기는 전혀 장난치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영찬아! 진짜야~문자 좀 보여줘 봐! 광현아~ 진짜 기억 안 나? 잘 생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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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래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얼른 손영찬의 폰을 확인했다. 그럴 리 없었지만 만약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했었다. 그때, 곰곰이 생각하던 백광현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하! 하! 하! 내가 아니고 애들 엄마가 그런 거 같다. 어제 폰을 달라고 해서 줬더니, 그때 너한테 문자 보냈던 거 같아!“

백광현이 웃으며 얘기했다.

"아~ 식겁이야~ 제수씨도 엉뚱하노? ㅋㅋ“

“그래도 덕분에 우리가 이래 만났네 ㅋ"

"그래~ 광현이 와이프 센스 짱이네~~ "

"그래~ 잠깐 십년감수했지만, 서프라이즈네~~~"

다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한 바탕웃었다.

"그래~ 제수씨 덕에 이리 만났응께 이제 다시 연락도 쫌하고 종종 만나면서 지내자~~"

“그래! 이무심한 것들아!”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고 있을 때 윤예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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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다들 만나셨네요? 광현 씨 아내 윤예지라고 해요~~"







소설 : 봄비 -최종화- 입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글 소설 : 봄비 사랑해주시고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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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은 본인의 창작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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