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 더 주어진 일주일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번에는 저희와 함께 하기 힘드실 거 같습니다."
일주일 전 대표원장의 말이었다.
'젠장ㅜㅜ불합격이라니...'
내 이름은 백 강현이다. 나는 임용고사를 준비하다가 이제는 부모님 눈치도 보이고 더 이상 또래에 비해 뒤쳐지는 게 싫어서 사교육시장으로 뛰어들었었다~
'공교육이 나를 받아주지 않겠다면 사교육으로 갈 수밖에'
라는 마음으로.
사실 이 우수한 인재를 뽑아주지 않은 공교육에 복수하겠다는 마음도 은근히 있었다.
수능 수학 100점, 비록 지방국립대이긴 하지만 한강이남의 최고의 대학이라 인정받는 수재들이 모인 곳. 수학교육학과. 그곳에서 졸업학점 4.3만 점에 4.29.
수석 입학에 수석 졸업.
그게 나를 항상 따라다니던 수식어였었다.
적어도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그랬던 내가 3번의 임용고사 실패에 이어 이제는 이깟, 비록 대형학원이라고는 하지만, 사교육시장에서도 버림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내 자존심이 그 결과를 용납할 수없었다.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나 같은 수재를 모셔가도 모자랄 판에 퇴짜라니?'
'그런데 왜?,
'학생 평가는 최고점이라 했는데..... 왜? 역시 선생님들 평가가 문제인 건가?'
최강수학 학원은 지역 최고의 수학전문학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신규선생님을 채용할 때 일주일 동안 시범수업을 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한 후 학생평가와 선생님평가를 함께 받는다. 각 20문항 최고 5점 백점 만점에 80점 이상 이어야 합격이다.
일주일의 시범강의를 마치고, 바로 일주일 전 대표원장실에서 대표원장이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음....... 너무 아쉽습니다"
하며 중얼중얼 그렸다.
난
'역시 선생님들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왔나? 젠장!'
하고 미리 짐작했다.
대표원장의 말이 이어졌다.
"학생평가점수가 터무니없이 높습니다. 학생 평점 평균점수가 100점입니다."
그건 이미 대표원장이랑 친한 김 미리 선생님을 통해 들었었다.
"이 학원 생기고 첨입니다."
대표원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선생님들 평점이 너무 낮습니다."
'역시나'
"저희 학원 측에서도 학생평가가 이렇게 훌륭한 선생님을 놓치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규정을 또 무시할 순 없는 일이니, 선생님께 한 번의 기회를 더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이 점수는 인정되지 않고, 일주일의 시범강의 기간을 한 번 더 거친 후, 다시 평가를 받아 보면 어떨까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양해해 주시면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선생님채용을 다시 진행하고, 받아들이시지 않으시면, 선생님 채용은 여기에서 불합격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선생님 채용의 최종결정권자는 대표원장이었고, 아무리 이것저것 다 따져봐도 저희 학원이랑 맞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라고 하면 불합격사유는 그걸로 끝이다.
젠장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사교육 시장에서 조차 거부당했다는 것을....'
"어쩔 수 없죠? 저한테는 선택권이 없는 듯하네요. 그런데 원장님. 일주일 뒤에도 똑같은 점수가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그럼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학생평가가 너무 좋아 한 번의 기회를 더 드리는 것도 저한텐 사실 모험입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특혜라고 걸고넘어질 수도 있고요. 그러니 일주일 동안 선생님들이랑 잘 지내보도록 노력해 보세요~ "
기분 뭐 같은 대답이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수업준비하고 나름 선생님들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하며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말이 일주일 동안 노력해 본 다는 거지, 수업 실력이라면 어찌 노력하면 될지 몰라도, 사람 인상이, 일주일 사이에 애들도 아니고 머리 굵어 질대로 굵어진 성인들이, 그렇게 달라지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나도 자존심에 먼저 굽히고 들어가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대학 때 그 일을 겪고 나서부터는 사람들에게 먼저 정주는 게 나에게는 엄청 두렵고 힘든 일이 되어 버려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선생님들도 아쉬울 것 없으니, 먼저 다가와 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다가와 살갑게 대해주는 선생님이 아까 평점을 미리 알려줬다던 김 미리 선생님이다. 하지만 그 선생님조차도 속을 알 수 없었다. 나한테 잘해주는 게 그냥 원래 사람이 좋아서 잘해주는 건지? 내가 좋아서 잘해주는 건지? 정략적인 계산이 깔려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일주일 내에 뭐가 달라지기를 바란다는 게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젠장~! 될 대로 되라지......'
그때 카운터 백 이슬선생님이 대표원장님이 부르신다고 나를 부르러 왔다. 성씨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좋게
봐주는 고마운 선생님 중 한 명이다. 나머지 선생님은 다 나를 좋지 않게 보는 듯했다. 인성 때문이든지, 아님, 경쟁의식 때문이든지.
'가보자~ 어떤 말을 할지~'
그렇게 나는 무거운 엉덩이를 떼서 대표원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