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연
나는 대표원장실의 문 앞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한 번하고 노크를 했다.
똑! 똑!
"네~ 들어오세요~'
대표원장 최강의 목소리가 문 밖으로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책상의자에서 일어서며 최강 대표원장이 말했다.
"어서 오세요~ 선생님! 커피 한잔 드시겠어요?"
예상외로 친절한 말투의 대표원장이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나는 합격이면 합격, 불합격이면 불합격 결과만 들으면 됐고 길게 말할 기분도 아니어서 커피는 사양했다.
"네~ 일주일 동안 힘드셨죠? 학원 선생님들이 원래 자존심도 쎄고, 자기 밥그릇 뺏길 수도 있어서 자기보다 능력 있는 선생님 들어오는 걸 꺼려해요. 그래서 곁을 잘 내주지 않아요. 그렇다고 또 실력 없는 선생님 들어오면 뒤치다꺼리해야 한다고 싫어하고...... 그냥 적당히 자기보다 못한 어느 정도 실력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그래서 선생님이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서두가 길었다.
"네~ 아닙니다. 원래 다 그렇죠? 저도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그분들도 불편하셨을 겁니다."
예의상 한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배려심까지 있었군요~ 백 선생님. 그런 마음가짐으로 조금만 더 친하게 지내도록 해보지 그랬어요~?"
'젠장~ 불합격이군, 근데 왜 이리 다정하게 말해? 기분 나쁘게.....'
대표원장의 말투에서 결과가 좋지 않을 거 같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네~ 제가 원래 그렇게 생겨먹어서 한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
기분이 좋지 않은 게 나도 모르게 말로 나와 버렸다. 최강 대표원장은 약간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표정을 바로 잡으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짐작대로 속마음을 잘 못 숨기시네요. 선생님. 그게 선생님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거 알고 계시죠? 이미 짐작은 하고 계신 것 같으니 바로 말씀드리죠? 일주일의 시간이 너무 짧았던 건지 선생님들 평가가 그렇게 오르지 않았어요. 그래도 한두 분 정도는 정말 놓은 점수를 주셨어요~ 하지만 저희 학원 내규대로 안타깝게도 저희 학원에서는 같이 근무하시기 힘드실 듯합니다."
'뭐지? 저희 학원에서는 이라고?'
"그런데......."
역시 나의 생각대로 대표원장은 말을 조심스럽게 이어나갔다.
"그런데, 백 선생님을 모셔가고자 하시는 지점이 있습니다. 백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그쪽 지점학원으로 가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 그쪽 지점 원장님이 와 계십니다."
"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작스러워서 결정이 쉽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지점 원장님께서 선생님 얘기를 들으시고 워낙 적극적이시라요? 제가 신세 진 것도 있고 해서 원장님 고집을 꺾지 못했네요. 하~ 하~ 안 내키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비록 원장님께서 많이 기다리시기는 했지만요...."
대표원장은 능구렁이처럼 능글맞게 얘기를 했다. 밉살스러웠지만 그것보다는 도대체 누가? 왜? 나를 데려가려는 거지? 하는 호기심과 아버지가 했던 말씀이 기억났다.
"강현아~니도 인자 자리를 잡고 사람구실해야지? 니보다 공부도 못 한 우현이도 판검사 됐다더라! 니 정신 똑띠 챙기거래이~니 동생들은 다 니 따라가는 긴기라...."
취직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신신당부를 하셨다,
"아니면 지점 원장님 한 번 뵙고 결정하셔도 됩니다. 너무 부담 가지시는 마시고요~"
망설이는 내 눈빛을 읽었는지 대표원장이 얘기했다.
마침 궁금하던 찰나에 잘 됐다 싶었다.
"네. 그럼 오래 기다리셨다고도 하시고,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니 일단 뵙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잠시만요~~~"
하더니 전화기를 들고 내선 번호를 누르고 말했다.
"아~선생님. 현원장님 들어오시라고 해주세요~~"
'선생님은 카운터 백이슬 선생님일 거고 현원장이라는 사람이 지점 원장인가 보군..... 어떤 사람인데 일면식도 없는 나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현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원장님~그리고 안녕하세요~? 백강현 씨~우리 구면이죠?"
현원장은 예상과는 달리 늘씬한 키에 세련된 스타일의 여자였고 심지어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그런데 구면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