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월드컵이 끝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 때 쯤 기자에게 슬쩍 흘릴 생각이네... 그럼 조용하던 주가가 꿈틀 꿈틀 될 거야~ 그러다가 우리 미래재단이 삼광 건설에 투자한다는 찌라시가 돌기 시작 하면 삼광 건설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뛸 걸세~'
집으로 가는 길에 백광민은 현우재가 했던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아 심장이 쿵쾅 거렸다.
'그렇게 상한가를 몇 번 치고 나면 금융당국이 찌라시의 진위 여부를 조사하겠지? 그럼 나는 기자회견을 열어 기사의 진위 여부를 밝힐 거야~ 그럼 주가는 천정 부지로 치솟겠지!'
잠시 백광민의 표정을 살피던 현우재는 이어서 말했었다.
'자네한테 이런 정보를 흘려주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눈빛이군? 내 주위에는 미래재단 설립 당시같이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그래서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대처해나갈 젊은 피가 필요한데 믿을 만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아~ 그러다 동주 녀석에게 자네 얘기를 들었지! 근데 난 늙은이라 의심이 많다네! 나를 믿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네~ 아무것도 없이 무일푼으로 시작한 내가 이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겄나?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겠나? 그걸 생각하면 나의 이런 시험이 이해가 될 걸세!'
그런 현우재가 백광민의 눈에는 더없이 인자해 보였다. 아니, 약간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었다. 거짓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백광민도 촌에서 자라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자리까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시험대? 현우재가 자신을 신뢰하는지 볼 시험대 위에 놀라서 있는 것이다. 자신이 준 정보만으로 10억을 만들어라~? 내가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총액도 벌써 알고있을 터......'
시험대를 통과하는 거뿐만 아니라 지긋지긋한 가난에서도 벗어 날 수 있었다. 2억이면 상한가 7번이면 12억이 넘는다. 연속해서 상한가를 7번 기록하기는 힘들다 하더라도 2주 면 충분히 가능하다. 현우재가 타이밍만 제대로 맞춰 기자회견을 해준다면.....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였다. 이건, 애당초 가능햐냐? 가능하지 않냐? 의 시험대가 아닌 현우재 자신을 믿냐? 믿지 않냐? 의 시험대였던 것이다.
'근데 2억을 어디서 구하지?'
집으로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을 하던 백광민은 전화기를 꺼내들어 아버지 백태수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아버지! 저 광민이예~“
“어~ 그래! 니 우짠 일이고? 밥은 묵었나?”
“네. 아버지. 그냥 했어예! 드릴 말씀도 있고해서, 내일 한 번 찾아뵐게예~~"
아무리 생각해도 백광민은 집에 말씀드려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아버지 백태수에게 전화를 걸었것이다. 시골에서는 서로 보증을 해주고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좀 더 손쉽게 돈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백광민은 자라면서 봐와서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5촌 당숙부인 광현이 아버지 백태민이 동네이장님이시라 말씀만 잘 드리면 좀 더 수월하게 돈을 구할 수도 있었다.
"오냐~ 그래! 운전 조심해서 오거래이~~!"
“네~ 아버지!”
ㆍ
ㆍ
ㆍ
‘위이이이잉~~~~위이이이잉~~~~~~’
이른 새벽부터 백광현의 전화기가 울렸다.
"광현아ㅜㅜ 니 일어났나? 놀래지 말고 단디 듣거래이.... 태수 아재 돌아가셨데이ㅜㅜ"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아님 놀래셔서 그런지. 어머니의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네에! 갑자기 와 예?"
백광현은 잠도 덜 깬 상태에서 부고를 받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
"내도 잘 모르겠다. 어서 채비하고 내려오너라..... 아재가 니를 그리 애끼줬는데 마지막 가는 길은 봐야지....."
"네! 얼른 가께 예!"
그렇게 정신없이 채비를 해서, 새벽 첫차를 타고 고향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대고 있었고, 경찰차, 구급차, 119까지 출동해있어서 늘 한가롭던 동네가 정신이 없었다.
"엄마! 저 왔어예~ 무슨 일인데예?"
영문도 모르고 놀란 백광현이 집에 들어서자 마자 물었다.
"광혀~이 왔나?"
방문을 열며 밀씀하시는 아버지의 표정은 침울해보였다.
"네! 아부지! 우째 된 일입니꺼? 동네 분위기가 와 이래예?"
"태수 아재가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뿟다 ㅠㅠ"
백태민은 말을 하면서 울컥했다.
"네에? 아재가 와 예? 아지매 돌아가시고 그래 열심히 사셨는데 와 예?"
백광현도 믿을 수없다는 듯이 울먹이고 있었다.
"다~ 내 잘 못인기라ㅜㅜ 내가 그때 말맀어야 되는 긴데ㅠㅠ"
"네? 그건 또 무신 말입니꺼? 아부지가 와 예? 뭘 말리에? "
백광현은 뭐가 뭔지 더 복잡하지기만 했고, 아버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왜 아버지 때문이란 건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니한테 광민이 뭐 하는지 물었던 거 기억 나나?"
"예! 당연히 기억나지예... 월드컵 독일전 있던 날 아닙니꺼?"
"그날 광민이가 왔던 기라! 기가 맥힌 정보를 하나 얻었다고! 지 앞날도 인자 피고, 지 아부지랑, 우리 집까지 다 인자 고생 끝이라고! ㅜㅜ"
"네에? 광민이 행님이예?"
"그래! 자기가 투자해 준 형제 할아버지가 미래재단인가 머시긴가? 재단 이사장인데 자기를 억수로 이쁘게 바가 이정보를 줬다 카는 기라!"
미래재단 이사장이라는 말에 백광현은 머리가 ‘띵’ 해졌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자신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거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이렇게까지 야비하게 가족에 친척들까지 건드릴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조심해! 광현아. 뭐라도 할 사람들이야!’
라고 했던 만수의 말이 그제서야 실감나게 나가왔다.
"누구라꼬예? 미래재단 이사장예?"
백광현이 놀라며 물었다.
"그래! 와? 니 아는 사람이가?"
"아니라예! 그래서예?"
"그래서 돈 좀 구해달라고! 태수 행님 논, 밭 담보하고 촌에는 보증이 있어야 된다 아이가? 그래서 내가 보증서고, 그래도 모자라서 우리 논, 밭 담보하고, 태수행님이 보증서고.........."
"예? 아부지! 지한테 물어보지예? 아부지!"
놀란 나머지 백광현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광혀이~니 아부지한테 무신 못 배야 묵은 말 버릇이고?"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머니가 백광현을 나무랐다.
"아이다! 내가 그때 뭐에 씨인기라. 니한테 물어 보이 광민이 잘나가는 투자자라 카지? 니 동생들 인자 돈 걱정 없이 공부 시킬 수 있겠다 싶어서..... 확 넘어 가뿐기라ㅠㅠ"
"그래서예? 우째 됐는데여? 아부지!“
"그래가 1억인가 만들어줬지.... 그래도 모지랬던지 지 집 담보로 대출받고, 지 결혼하기로 한 아가씨 집에서 돈 받아가 주식에 투자를 한기라....."
백광현은 그 다음 주식 결과는 안 봐도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요즘 뉴스에도 한창 오르내리고 있는 미래재단 연류 의혹 삼광 건설 주식 작전에 걸려들었을거다.
백태민은 말을 이어나갔다.
"니도 뉴스에서 봤제? 삼광 건설 작전인가? 뭔가?“
“네! 지도 알아예. 근데, 광민이 행님은예? 와 안 보이는 데예?"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들인 백광민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백태민은 더욱 침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광민이가 거기에 당해가 홀라당 돈 다 날리고 아가씨한테는 파혼 당하고 미래재단 이사장인가 하는 사람한테 따지다가 안돼서 억울해서 못 살겠다고 며칠 전에 높은 건물에서 뛰내리가 죽어뿟다카대ㅜㅜ 내도 광민이 죽은 거는 어제 태수 행님한테 들었다ㅜㅜ 형수 죽고 광민이 애지중지 키야 났는데 광민이 마저 저리 되삥께 태수행님도 살 힘이 안 났던 기지ㅜㅜ 아이고ㅜㅜ 불쌍한 양반! "
백태민도 백광현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그때, 모르는 번호로 백광현의 폰에 문자가 왔다.
'장례 절차 마무리되시면 회장님께서 한 번 뵙자고 하십니다! 참, 백광민 씨랑 백태수씨 일 회장님도 예상치 못 한 일이었다고 회장님께서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하십니다.'
문자를 보자 백광현은 눈앞이 잠시 깜깜해졌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어찌! 사람이라면 이럴 수 있지? 이 순간에 어떻게 이런 문자를 보낼 수 있지? 정말 사람이기를 포기한 건거? 이 사람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백광현의 분노를 하늘 끝까지 치숫아 올랐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절대로! 불쌍한 태수아재를 위해서도, 광민이 형을 위해서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떤 수를 써서라도 대가를 치루게 해줄거야. 내가. 반드시. 반드시!’
백광현은 속으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
.
.
.
.
소설 : 봄비 -제19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