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진실
태수 아재는 광민이 형과 아지매랑 같은 납골당에 모셨다. 너무 슬픈 일이 일어났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 난 것이다. 일가족이 후손 없이 사라져버렸다.
백광현은 이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는 것 같아서 장례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마음이
굉장히 괴로웠다.
'왜?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용서할 수 없어!'
그리고 그 마음은 현우재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가
'다 내 잘 못이야ㅠㅠ 내가 오르지 못 할 나무를 오르려고 해서 그런 거야!! 흑! 흑! 다 나 때문이야'
자책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가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현미래에게서 계속 연락이 왔지만 마음이 무거워 제대로 답하지 못 했다. 현미래가 잘 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미래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당숙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을 치르러 가야 한다고 정신이 없어서 연락이 잘 안될 수 있다 문자를 남겼지만, 현미래는 백광현이 걱정되는지 계속 연락을 했다. 전화를 했다가 통화가 되지 않으니
맘 잘 추스러고 건강 잘 챙기고 힘내라고 문자를 계속 보내왔다.
친구들이랑 같이 온다는 것을 먼 길이라 오지 말라고 연락까지 했었다.
그렇게 장례 절차가 다 마무리되고 백광현은 마음의 정리를 하고 최 기사한테 문자를 남겼다.
'지금 이사장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답장은 금방 왔다.
'어디로 모시러 가면 될까요?'
'아닙니다. 제가 이사장실로 바로 찾아가겠습니다.'
'네! 회장님께 말씀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연락을 한 후 백광현은 미래재단을 향해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백광현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아니 더 굳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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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회장님! 백광현 씨 도착했습니다!"
김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현우재에게 백광현의 도착을 알렸다.
"들어오라고 해!"
현우재의 말이 떨어지자 김비서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 오시게! 다시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랐건만......이렇게 또 보게 되어 유감이네."
현우재는 소파에 앉아 백광현에게 인사를 했다.
"네! 제가 지금 슬픔이 너무 커서 인사는 못하겠습니다. 단도 직입적으로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백광현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역시 당돌하군! 그래 물어보게나!"
"백광민! 광민이 형을 작전에 끌어 들어 신 거는 저를 미래에게서 떨어뜨리려는 포석이었
습니까?"
백광현의 말은 차분했지만, 눈은 이글 이글 불타고 있었다.
"그렇다고 봐야지~ 아니 백광민을 끌어들인 건, 정확히는 백광현 네 아버지를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었닥 봐야겠지!"
"그러면 성공하셨네요! 그런데 왜 그러셨습니까?"
백광현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무슨 말인가? 뭘 왜 그랬다는 건가?"
현우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백광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조용히 파일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것 때문이었습니까?"
"아!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자네가 가지고 있었군그래!"
현우재는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광민이 형처럼 준비성 철저한 사람이 그냥 작전세력에게 당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광민이 형은 태수아재를 두고 절대 자살할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태수 아재 화장하고 납골당에 아지매랑 함께 모시면서 발견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깟 돈과 명예가 뭐라고!!!“
백광현은 광기 어린 눈길로 현우재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깟 돈과 명예가 아니라네.... 누군가에게는 목숨보다도 중요할 수도 있는 게야..... 그걸 찾
았으면 경찰서로 바로 갈 것이지? 왜 날 찾아왔나?"
현우재가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확인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광민이 형을 살인교사했다는 걸! 그리고 그 이유도 물어보고 싶었어요! 왜 꼭 죽였어야 했는지?"
백광현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날 너무 미워 말게! 자업자득이야! 작전에 걸려 큰 손해를 보자 자네 아버지 돈이라도 돌려달라고 그 파일로 날 협박했지~ 내가 작전에 연루됐다는 걸 녹음한 파일이라고... 나도 어쩔 수 없었다네!"
현우재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얘기했다.
"자업자득은 그럴 때 써는 말이 아닙니다! 내가 그 뜻을 확실히 알려드리죠! 기대해도 좋아요!“
이미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현우재를 마주하자 백광현은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그걸로 무얼 어쩔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자네마저 모자란 짓 하지 말고 그 파일 내려놓게.”
현우재는 긴장하거나 놀라지 않고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백광현을 바라보았다.
“무얼 할 수 있는지? 지금부터 보여 드릴 생각입니다.”
“그걸 내려놓고 나간 다면, 자네 부친의 빛은 내 백광민의 목숨 값이라 생각하고 정릴해 주겠네. 어떤가? 감정적인 일처릴는 결코 앞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네.”
현우재는 차가운 뱀처럼 아무 감정 없이 말을 내뱉었다.
“모든 게 돈이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당신네 사고방식 정말 역겨워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정말 조금이라도 고인이 된 광민이 형과 태수 아재에게 애도를 표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한 마리 뱀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네요. 차라리 잘 됐어요. 덕분에 저도 다른 감정 없이 복수에만 매진 할 수 있게 됐어요.”
백광현을 파일을 다시 움켜쥐고 문을 박차고 나가려다 뒤돌아서서 얘기했다.
"이 모든 걸 미래는 모르게 해주세요. 우리 둘 사이 일입니다. 반드시!~"
백광현은 이 말을 남기고는 다시 문을 박차고 나왔다.
"쯧! 쯧! 어찌 형이랑 같은 길을 가려고 하누....."
현우재는 혀를 차며 서랍에서 전화기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한편, 바깥에서 이 모든 대화를 현미래가 듣고 있었다. 현미래는 우연히 미래재단 근처를 지
나다 할아버지 얼굴이나 뵙고 가려고 들렀다가 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거다. 자신에게 그
렇게 자상했던 할아버지께서 그런 분이셨다니? 현미래는 믿을 수가 없었다. 확인하고 싶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백광현이 나오자 잠시 문 뒤로 몸을 숨겼다가 현우재가 어딘가로 전화 거는 내용까지 다 듣게 된 것이었다.
“그래. 이번에는 깔끔하게 처리하고, 파일까지 회수해야 할 것이야! 절대 실수가 있으면 안되
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걸 명심하게!”
현우재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백광현을 처리하고 파일을 회수하라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을 열고 현미래가 들어서자, 현우재는 얼른 전화를 끊고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미래야! 너 언제부터....”
현미래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할..... 아...... 버...... 지...... 아니죠? 제가! 제가 잘 못 들은 거죠?"
현미래를 본 현우재 역시 말을 제대로 잊지 못했다.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아니, 미래야!!! 너 언제부터? 김비서! 김비서!"
"김비서 언니는 제가 아버지께서 부르신다고 보냈어요."
넋이 나간 현미래가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 아니죠?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제발요!"
현미래는 울먹이며 말했다.
"미래야!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란다.“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미래야! 지금은 이해가 안 돼도 나중엔 다 이해될 거다! 그러니...."
현우재는 안절 부절하지 못하며 현미래를 설득하려하였지만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아니야! 이건 날 위한 게 아니에요!!! 흑! 흑! 흑!"
현미래는 울부짖으며 뛰쳐나갔다.
"미래야..........!"
현우재가 불러봤지만 이미 뛰쳐나간 난 뒤였다.
'광현아~ 미안해! 미안해! 내가 지켜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내가 꼭 지켜줄
게......광현아~~~~'
현미래는 울부짖으며 백광현을 쫓아갔다.
눈물이 앞을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정해진 대로 하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어서 얼른 백광현을 찾아야 했다. 한참을 뛰어가니 횡단보도 건너편에 백광현이 보였다.
"광현아~~~!백광현~~~~~백광현~~~~~~~"
현미래는 있는 힘껏 백광현을 불렀다.
"백광현~~~ 백광현~~~~~~~~~광현아~~~~~~"
어디선가 들리는 미래의 목소리에 백광현은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을 부르는 현미래를 발견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현미래가 이 상황을 눈치채게 할 순 없었다.
"어~~~ 미래야~~~~"
그때 미래의 눈에 저쪽에서 백광현을 향해 질주하는 트럭 한 대를 발견했다.
"안 돼~~~~~광현아~~~~피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지만 백광현이 피하기에는 트럭이 너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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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봄비 -제20화-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