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6일 화요일의
지오 이야기
1.
내가 모자를 쓰면 자기도 모자를 쓰고 내가 물을 마시면 자기도 물을 마시고 내가 껄껄걸 웃으면 자기도 까르르 자지러지게 웃는다.
부쩍 흉내 내는 게 늘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일부러 금붕어처럼 뻐끔뻐끔 해봤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도 봤다가 한 발로만 균형을 잡는 시늉도 했다가 이것저것 보여주는데, 신기하게도 곧잘 따라 한다.
단순한 놀이지만 서로를 흉내 내고, 의미 없는 행동의 반복이지만 결국엔 지오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요하고 소중한 단계이다.
2.
며칠 전에 지오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책장에 꽂힌 책들을 하나씩 뽑아서 이리저리 들춰봤다. 이책저책 뽑아서 휘리릭 넘겨보고 다시 꽂기를 반복. 그러던 중 파울 페르하에허의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16페이지에 끼적거려 놓은 메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개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거울 뉴런?
거울 뉴런은 전두엽, 측두엽 등에 분포돼 있다는데 타인의 기쁨, 슬픔, 행복, 고통, 감사, 우울 등 모든 감정에 감응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기쁨을 보고 같이 웃을 줄 알고, 슬픔을 보고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커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그리고 옳은 일과 그릇된 일을 사려 깊게 구분해서 행동할 줄 알고 자기 생 앞에 벌어지는 일에 스스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 내가 그런 거울이 되어야겠다고, 나 먼저 그럼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공허한 관용어가 아님을 요즘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