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얘기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채, 나는 모닥불 옆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막의 밤은 깊고 조용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시끄러웠다.
그때, 낮에 만났던 그 베르베르족 남자 중 한 명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혼자였다.
"아직 안 자?"
나는 살짝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 보느라요."
그는 내 옆에 앉더니 사막 저편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뜬금없이 말했다.
"너는 어디로 가?"
나는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마라케시로 돌아가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난 여기에 계속 있을 거야."
이상했다. 사막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는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들렸다. 이곳이 그의 모든 것이었고, 그는 떠날 생각이 없었다.
"넌 왜 떠나?" 그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도망치듯 떠나온 내 여행의 이유를, 사막의 고요 속에서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모닥불을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자. 언젠가 또 올 거지?"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이곳에 다시 올까? 그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나는 끝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뒷모습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