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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옵션, 재미는 필수

by 행북

등산할 때,

산 정상만 바라보고 빠르게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천히 쉬며 오르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리며 지나가는 나에게 인사한다.

그러면 손을 흔들어 답하며 웃는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작은 꽃들도

자세히 들여다본다.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면,

잠시 아무 곳에나 앉아 귀를 기울인다.


물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힐링하는 건 오히려 나 자신이다.

내가 지나온 길을 넓게 바라보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계단과 데크만 있는 산보다,

다채로운 길이 있는 산을 좋아한다.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만족한다.

과정 자체가 즐거웠으니까.


과정을 즐기지 않고,

정상만 향해 빠르게 갈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 풍경을 만나면

실망할 수 있다.


앞만 보고 달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


캠핑을 갈 때도,

장을 보거나 텐트를 칠 때가 설레고,

여행을 떠날 때도,

계획하며 상상하는 순간이 행복하다.


목적지에서는

당신이 기대한 것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저

향하는 길 위에서

행복을 느낄 뿐이다.


정상을 향하는 길보다,

길 위에서 만나는 순간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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