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식

쌓여가는 문제의식의 데이터

by 김승민

지난 13년간, 에버노트에 기록된 글만 해도 4,000개가 넘는다. 매일 내 안의 생각은 새롭게 갱신되고, 질문은 점점 더 날카로워진다. 특히 그 안에는 교회와 신앙에 대한 수많은 문제의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쩌면 그 글들은 지금껏 내가 교회와 신앙에 대해 느껴온 ‘정답이 아닌 것들’에 대한 광대한 지도와 같다.


지금까지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신앙 안에서 모순과 허상을 직관적으로 감지하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굳이 보고, 듣고, 느끼지 않아도 될 것들이 갑작스럽고 자연스럽게 내게 흘러들어왔던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기에, 그런 감각들은 결코 좋은 에너지만은 아니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직관적인 감각으로 인해 좋았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실망스러운 순간들이 대부분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거의 과부하 상태였던 것 같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쌓여만 갔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문제의식'이 많았기에 교회와 신앙인들에 대한 실망은 반복되었고, 당시의 나는 그것을 감당할 내면의 그릇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당시엔 큰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 과정들이 불필요한 껍데기를 벗겨낼 수 있는 안목 하나쯤은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치며,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그렇다면 내가 의식했던 문제들의 정답은 무엇이었을까?”


예를 들어, 탐욕적이고 무지한 목사, 맹목적인 성도, 형식적인 교회 시스템이 문제라고 느껴졌다면, 유능하면서도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목사, 깨어 있는 성도, 생명력 있는 교회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문제 인식에 대한 데이터는 넘칠 만큼 쌓였지만, 정답에 가까워지는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쉽지 않았다.


왜 정답에 가까워지는 데이터가 부족했을지를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그런 문제들을 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며 말이다. 하지만 반면교사를 동력 삼아 성장하다 보니, 어느 순간 '상상의 부재'라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던 것이다. 마치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가 '자상한 아버지'를 상상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사랑을 상상하지 못하듯, 소극적 동력만으로는 능동적인 방향을 그려가기 어렵다 는 한계를 느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정답이 아닌 문제에 대한 데이터만 쌓여 갔던 것이었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며, 그때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그려지며 문제들을 대처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터득하게된것 같기도 하다. 30대로 넘어가며 조금이라도 연륜이 쌓였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안에는 풀리지 않은 질문들과 미결의 문제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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