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알바 에피소드

알 수 없는 것들.

by 김승민


일과 육아를 핑계로 공부도, 책도, 운동도 미뤄둔 채 게을러진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대로 시간만 흘려보내느니, 차라리 투잡으로 돈이라도 벌자며, 집 근처 알바 자리를 찾아봤다. 마침 동네 치킨집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시급도, 시간대도 괜찮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너무 동네라 얼굴 팔리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이 걸렸다. 며칠을 망설이다가 결국 ‘쪽팔린 게 뭐 대수냐’며 전화를 걸어 면접을 보고 일을 시작했다.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한참 어린 스무살짜리 알바생에게 일을 배우며 지적을 듣기도 하고, 실수하면 혼이 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이게 맞나?’ 싶었지만, 어차피 시작한 일인 만큼 그 정도 스트레스는 감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도 투잡의 피로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알바를 가기 싫은 날에도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하곤 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며 투잡의 생활에도 점점 익숙해졌다.


자비량 사역을 마음에 품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장사와 사업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평소엔 식당의 양도양수 사이트를 둘러보며 권리금 시세를 살펴봤다. 그러던 중 문득 ‘이 치킨집을 내가 인수한다면 얼마가 적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대로 가게의 가치를 분석해 두었다. 한 달, 두 달 일을 하다 보며, 이런 치킨집에서 아내와 함께 일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께서 “혹시 가게를 인수해 볼 생각이 있냐”라고 물으셨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권리금을 제시하셨는데, 그 금액은 내가 계산해 둔 금액보다 훨씬 높았다. 그렇게 몇 주간 권리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협의가 되지 않아,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다.


나는 그 가게를 인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것을 놓고 열심히 기도하진 않았다. 반면, 기독교인이라 말씀하시던 사장님은 아마도 자신이 원하는 권리금으로 가게를 팔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와 사장님이 서로 다른 권리금을 두고, 각자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동시에 하나님께 기도를 한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마치 ‘하나님은 누구의 소원을 들어주실까?’라는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한 참가자들의 창과 방패의 싸움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자연스레,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는다는 제로썸 게임을 떠올리게 했다. 예를 들어, 단 한 명만 뽑는 대기업 공채에 100명의 기독교인이 지원한다고 생각해 보자. 모두가 간절히 기도하고, 열심히 준비하지만 결국 한 명만 합격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9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이런 질문 앞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 고민에 대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찾게 된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알 수 없다'.


어떤 시험에 떨어지거나, 취업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또 이 치킨집 인수가 불발되는 게, 현실적으론 안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은 것이다. 어떨 때는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며 감사했던 일이 나중에는 독이 될 수도 있고, 하나님께 원망하며 울고 불며 피하길 바랐던 일이 또 나중에는 득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알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보단, 알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치킨집 에피소드처럼, 알 수 없는 것은, 내가 알바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또 합격할 수 있을지 없을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일단 시작해 보는 거다. 힘들고 어려우면 하나님께 힘을 구할 수 있지 않은가?


지금 당장, 바로 오늘, 하나님께서 도우시는 손길을 알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그 손길은 항상 과거를 회상할 때만 돌아볼 수 있다는 게 신앙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또,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았던 것 같은 순간들조차 돌이켜보면 그분은 여전히 나를 빚어가고 계셨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이라는 순간의 과정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년 1월에 다시 권리금 협상을 하기로 했다. 잘되면 좋겠지만, 안 돼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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