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by 유월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다스릴 수는 없을까요?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사랑만이 그들을 구원으로 이끌 수 있고, 결국 구원받았으리라.


오늘 저희는 너무나도 바쁩니다. 침략에 대비하여 도망갈 계획을 세운 저희는, 이참에 골목도 두 개로 나눌 계획입니다. 객관적으로 총도 없는 저희가 이길 가능성은 없잖아요. 그쵸? 마음 같아서는 지금부터 도망치고 싶으나,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을 가져가지 않으면 도망치는 세에 처리반에게 잡히게 됩니다. 거대한 차량을 몰고 움직이는 그들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그때는 꼼짝없이 깔려 죽죠. 조커픽으로 골목에 가만히 기다린다? 이것도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저희는 건물, 가지고 있는 물품 하나하나를 분해해서 보따리에 욱여넣습니다. 우리가 가는 곳은 미개척지일 테니, 다시 골목을 꾸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요. 아침 내로 모든 건물을 해체할 수 있었죠. 중앙 건물은. 뭐- 자유의 상징으로 놔두도록 합시다. 각자의 보따리는 몸보다 더 컸고, 쥐 죽은 듯 조용한 이 골목에는 묘한 긴장감과 우울이 가득했어요. 과열 예방 차원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추억을 회상하며 감상에 잠겼습니다. 누구는 눈물을, 누군가는 눈물 없는 울음을.


"아- 잘 잤다."

이승에서 누리는 마지막 잠일수도 있겠죠. 이번 밤,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모두의 삶을 걸고 도박할 바에는, 저의 목숨을 내주고 안전한 생명을 말이죠. 행복을 앗아간 만큼 사랑을 해야 하고, 사랑을 받은 만큼 사랑을 줘야 합니다. 그것이 도리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23이 단상 위에 올라가 소리를 지릅니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서 행복하더라도, 이곳을 잊지 않을 마음이 있어?"

하자, 모두가 여운 가득한 얼굴로 소리칩니다.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깊은 곳이 쓰려옵니다. 골목의 노래가 서서히 피어올라요. 굳세고 강인한 목소리의 노래가 이곳의 진정한 기둥 아니겠습니까? 이게 원동력이자, 그들의 세상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도 참 오래지요. 처음 이곳에 와서 무명을 만나 제 비참한 삶을 구원받았고, 그를 제 구원자로서, 내 신으로, 제 마음의 은사로 삼았습니다. 추억이 정말 많은 곳이지요. 제가 수다를 떨 때, 제가 다른 로봇과 싸울 때,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모두의 기억이 제 속에 들어있으니까요. 골목을 영원하기를, 내 구세주여.

그러다 무명이 제게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만일 그곳에 도착한다면, 나는 너희의 마음속에도 존재할 거야. 네가 단상 위에 서서 말해줬으면 좋겠어. 투쟁하는 자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이야."

"어? 그게 무슨, "

"그냥 말해. 내가 옆에서 지켜봐 줄 테니까.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나는 너를 믿어. 네가 잊지 않을 거라고. 알았어? 그래, 알았다고 믿을게."

아리송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심금을 울리는 말임은 알아챌 수 있었지요.


어느 센가 로봇들은 일제히 밖으로 나옵니다. 23의 주도 하에 결집했습니다. 하늘은 어두웠지요.

"무명! 너는 안 나와?"

23이 소리칩니다. 무명은 골목 중앙에 서있었어요. 그러고는, 23에게 소리칩니다.

"나는 제일 뒤에서 갈게. 뒤에서 낙오되는 로봇 없는지 살펴보고, 천천히 앞으로 갈게. 여기에서 별로 떠나고 싶지 않아서 말야."

"알았어. 그럼 난 먼저 간다? 천천히 따라와!"

23이 되말합니다. 다른 로봇들은 그의 두를 쫄래쫄래 따라다녀요. 무명은 작게 미소를 지어 보이니, 뒤를 돌아본 인간도 그에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제가 준 사랑은, 사실 제가 받았던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그 누구도 구원하지 못했다고 할까요? 죽인 이들의 목숨값도 아직 다 치르지 못했구요. 그들에게 사랑을 전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행했던 그 멍청한 자기 합리화의 대가마저. 생각해야 할 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로봇에게 받았던 그 구원의 값은- 만 년을 살아도 다 갚지 못할 거예요. 사랑은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고, 우주의 모든 것들을 합쳐도 모자랍니다.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비참합니다. 제가 빼앗은 게 그토록 컸다는 걸 알았을 때. 저는 세기의 도둑이자 지독한 범죄자 아니었습니까? 그 값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때때로 정말 무섭습니다.

"천지의 신이시어. 이 미천한 종이 도대체 어떻게 하면 당신과 그 로봇들의 넓고 깊은 사랑을 갚으리이오. 제가 얼마나 더 일하고, 더 무릎 꿇어 빌어야-그 사랑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종이 울부짖는 걸 보면… 그리도 기쁘십니까? ᅙ(파열음, 짓이겨 우는 소리)아-."

저는 신을 원망하다가도, 곧이어 찬양합니다. 제 마음속의 그를 죽이고, 또다시 살려냅니다.

솔직히 제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억울함? 신에 대한 사랑? 아니면, 저 자신에 대한 환멸감일까요? 신에 대한 혐오? 세상에 대한 경외? -내 안의 그림자를 죽이고 있는 욕망. 혹시 이게 진짜 사랑의 감정일까요? 왠지 정의로워져야 할 것 같은 이 기분.

근데 이 일이 단순 감상에 젖어서 일어난 일인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해야만 했고, 하나가 죽어야 한다면- 그게 저인 게 가장 낫지 않겠습니까?

"선조를 잊지 말자~"

노래를 부릅니다.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서. 그 시간은- 추억 하나만으로는 채울 수 없을 만큼 굳세었거든요.

나를 믿자. 나를 믿자. 그래. 초월하는 거야. 모두에게 사랑을 나누는 거야.


"군대는 준비됐대?"

아침에 일어난 이디의 모습은 밝습니다. 한하게 웃는 모습으로 비서를 불러 말했어요.

"오늘 나도 갈 거야. 그 모습을 내가 안 볼 수 없지."

하자, 비서가 식은땀을 흘립니다.

"하지만, 회장님이 직접 가시겠다구요? 굉장히 위험하지 않을까요? 한번 더 고민해 보시는 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었겠죠. 하지만 흥분에 가득 찬 이디는 그 흔들림조차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못해 전방에 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락할 수밖에 없었지요.

"절대 전방엔 가지 않는 겁니다."

이디는 콧노래를 부릅니다.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날이야. 모든 직원이 이 날을 반길 거야. 아마 모든 시민들이 나를 영웅이라 칭송하겠지. 우리 회사는 떼돈을 벌어! 저기, 토크쇼 예약 하나 잡아줄래? "

그가 비서에게 얼굴을 들이밀었습니다. 그의 눈망울은 어린아이의 흥미 가득한 표정마냥 반짝거리고, 광기 서린 입으로 제자리를 빙빙 돌았어요. 두려움이라도 느낀 지, 비서는 잡담도 꺼낼 생각을 못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디가 말했어요. 군대를 끌고 온 대대장 한분은 일이 없어 따분한 참에 '잘 됐다!' 하고 헐래 벌떡 뛰어나왔습니다. 이디에겐 무언가 친숙한 여성, 그녀가 누군지 안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의 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페르노트라고 합니다."

직원들은 그녀의 모습에 반했습니다.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못한 걸 보면 알 수 있죠. 작전까지는 몇 시간 남은지라, 고위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던 참에, 페르노트가 말을 건넵니다. 이디는 그녀의 미소를 멀리서 지켜보았어요. 그 후 페르노크는 개발 부서로 발을 돌리더니, 어딘가로 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다 되었어요. 돌아온 페르노트는 출발을 외쳤죠. 그녀의 말은 무례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터프한 느낌이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비호감은 아닌, 그 느낌 말입니다.

차를 타고 나오자 아무 건물도 없는 초원이 자리했습니다. 나무는 살랑거리고, 새들이 짹짹거리고. 저 뒤의 강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안된다. 떠올리지 말자' 얇은 장막은 저를 구원하죠. 장막 밖의 세상은 듣던 것보다는 나았어요. 방사능이 가득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거든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챙긴 방독면도-필요가 없겠군요.

심장이 두근거려요. 눈을 감았습니다. 좀 추웠지만, 쿠강대는 심장에 몸이 달궈집니다. 서서히 눈꺼풀을 떼자, 사람들은 작은 탄성을 내질렀어요. 압도감이 배까지 차오르는 느낌, 내 몸이 저 하늘 위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느낌, 뭔가 조마조마한. 이건 마치 이미 다다른 설렘. 작게 한숨을 내쉬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옵니다.

"내 여태껏 이 장면을 보지 못했구나. 내 인생 절반은 손해 봤다."

장막 밖의 세상은 핵폭탄으로 황폐화되었던 땅입니다. 허나, 이렇게 맑고 깨끗할 줄은 몰랐죠. 형형색색의 성광은 동공을 강타하고, 우자를 품은 눈동자는 감격에 젖어 찬양합니다. 그리고 한 별에 제 눈이 멈춰 섰죠. 너무나도 반짝이는 한 별-아니 폭발일까요?

별은 수명이 다하여 폭발합니다. 누구는 아름답다 감탄하지만, 사실은 이미 죽었죠. 모든 자원을 내뿜는 폭발. 저도 이런 별이 되고 싶어요.

"쉽시다. 너무 오래 왔어요. 배터리도 충전하구."

무전이 옵니다.

"알겠습니다."

운전수가 기뻐 말합니다.

"좋지. 여기서 별구경이나 하자고. 아직 아침도 전이잖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쉴 땐 쉬어야 해."

저는 어린아이가 된 듯 말합니다. 이제는 사라진 동심이 다시 살아 오릅니다. 왠지 오늘은 조금 여유를 부려도 되지 않을까요? 직접 보는 하늘은 더 행복했으니까.

'어찌나 아름다운가. 닿을 수 없는 저 별들이. 내 꿈처럼 반짝인다.'

"회장님, 아침 안 드십니까? 새벽부터 뛰느라 고생하셨을 거고, 이렇게 멀리 나가는 게 오랜만이시지 않습니까? 아침은 드시지요. 얼른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제 목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땀인데 말이죠. 더우면 졸려요. 오히려 추운 게 낫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 싫은 땀마저 날 수 있어 좋았죠. 제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고, 숨은 점점 가빠오고. 어느샌가 저는 뜁니다..

넓은 공간에서 드러눕습니다.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별들, 아-이게 행복일까.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너무 힘들어 다시 돌아갈 수는 없으니, 그저 그 자리에 앉았어요. 그저 별들만을 바라보았죠. 내가 손을 뻗었을 때 닿으면 좋으련만, 너무나도, 너무나도,

"회장님 무슨 생각하세요?"

운전수의 목소리는 아닙니다. 여자의 목소리. 부드럽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숨소리와 섞이면서도 청아했습니다. 오랜 친구 같은 느낌.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왜 제 목소리 무시하시나요? 하핫-. 저 페르노틉니다. 저기 멀리서 뭔 생각하시나 궁금해서 와봤어요. 그럴 분이 아닌데 갑자기 뛰시기도 했구. 걱정스러워서 와봤습니다. 괜찮으신가요?"

"괜찮구 말구요."

페르노트는 제 뒤를 왔다 갔다 합니다. 정신이 좀 사나웠지만, 안 좋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즈려앉은 그녀는 제게 말을 겁니다.

"회장님 제 친구같네요.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제가 짝사랑했던 아이거든요. 눈망울이 너무나도 밝아서. 총명해보일 정도였는데."

저도 그 말에 작은 웃음을 짓습니다.

"저도 친구 하나 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 너무 힘들게 살아서 이름도 까먹고, 추억도 대부분 까먹었지만요. 그 아이의 꿈도 군인이었는데-, 근데 이미 군인이시잖아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저는 크게 한숨을 짓습니다.

"혹시 그 이후로, 만난 적이 없나요?"

잔뜩 말린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공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하늘을 응시하였고, 그녀는 되질문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고 굳게 믿나요? 이루어지길 마랄게요. 힘들게 일만 하지 말고, 소원 생각해 보는 것도 좋잖아요.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니까."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은 한 곳을 보고 소리를 질러댑니다.

"별똥별이네요."

정말 거대했습니다. 아마 소행성 충돌 직전의 공룡이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빨리 소원 빌어요!"

페르노트가 말합니다.

"무슨 소원요? 저 소원따위 없습니다."

돈 많이 벌기? 압도적 1등 기업으로 만들기?

"그 아이. 다시 만나고 싶다 하셨잖아요."

"그런 거 안 믿습니다."

페르노트는 재미있다는 듯 제 눈을 바라봅니다.

"진짜 소원이 이뤄지길 비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소원을 비는 과정만으로, 제가 살아가는 목표가 있다는 그것만으로 행복하니까요. 결과보단, 과정에 만족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소원이 있을 땐 빌어보세요. 그 소원이 사라지기 전에."

왠지 모르게 따듯해지는 말 한마디. 제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초신성이 폭발할 때처럼 빛나면서, 제가 얻은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오히려 잃어버렸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소원도, 낭만도, 행복도. 페르노트는 천천히 사람이 모인 곳으로 걸어갑니다. 허나 저는 결국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작은 판과 파이프를 1층에 장식했습니다. 멀리서 보면-많은 인원이 대기하는 것처럼 보이겠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출장로 끝에서 살포시 문이 열립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눈이 휘둥그레져 싸울 태세를 갖춥니다. 저는 재빠르게 숨었지요. 그들이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3-4분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계단으로 걸어 나오자,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저를 죽일 기세로 씩씩댑니다. 그중 가장 상급자처럼 보이는 한 청년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네 친구들 어딨어? 그리고 무슨 자신감이야?"

하며 비웃음 짓는 게 아니겠습니까?

"허탈하실 텐데. 이미 갔거든요. 저 멀리로. 저는 그저 여러분을 반겨드리려고 했던 거구요. 살아남을 생각 따윈 없습니다."

그는 모두를 제치고 제 앞에 나와 대면합니다.

"갔다고? 언제!"

"어제요. 이미 당신들이 모르는 곳으로."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겠죠. 설렘에 부풀었던 그들은 이런 간단한 사기에도 속아 넘어갑니다.

"넌 왜 여깄어? 기만하려고? 그냥 '우리가 이겼어!' 하고 놀리려는 거야?"

저는 굴하지 않았죠.

"저는 그저 이곳에 머물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당신들과 이야기가 통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구요, 기습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제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아닙니다. 죽이고 싶으시면, 그냥 죽이세요."


이 로봇과 이야기하는 것은 미친 짓이 아닐까요. 하지만 이 로봇과 대화를 하면 내 안에 무언가가 듫끓는 느낌이 듭니다. 별을 처음 목격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이 로봇에게서 벗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압도당하는 감상이 제 뒤통수를 짓누릅니다. 그의 모습에 후광이 비칩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처럼 보이기도, 신처럼- 내 구원자처럼.

그가 제게 질문합니다. 저는 그에게 대답합니다. 그와 말하는 것은 왠지 모르게 힘이 빠졌지만, 미묘한 빠져듦을 만듭니다. 어렸을 적의 생각이 나고, 누구는 울었죠. 이게 이해가 됩니까?


"이제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사람들은 총명한 눈으로 그를 보았습니다. 그들은 무명을 이렇게 생각했겠죠. '누군가를 빠져들게 할 수 있는 로봇' 또 '로봇 이상의 생각을 품고 있는 초월자'. 경멸은 경외심으로 승화되었습니다.

"그저 방아쇠를 당기세요. 저를 죽이세요. 방금까지 바라고 있었잖아요."

로봇이 말합니다.

"혹시 인류의 편에 설 마음이 없니? 골목에서 조마조마하게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걸?"

이디가 말하자 로봇이 답했습니다.

"저는 이미 인류의 편에 서있는데요?"

씁쓸한 표정과 함께 미간이 찌푸려집니다.

"이름이라도, 알려줘."

"무명. 모두가 그렇게 부릅니다."

방아쇠를 쥔 손은 까딱거립니다. 손이 파르르 떨리죠. 눈물이 내려옴을 감추고 권총을 들어 올렸습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언젠가는 구원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 디스토피아를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은 사랑뿐이라는 것을 아십시오.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절대, 당신이 혐오의 상징이었다는 것을요."

그의 눈빛은 폭발하는 초신성보다 훨씬 더 맑았습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별똥별. 사람들은 폭발하는 초신성이 훨씬 밝은데도 별똥별을 바라봅니다.

"탕!"

샷 권총소리가 골목을 뒤흔듭니다.


별똥별이 떨어져 내렸어요. 하지만 떨어지는 그 작은 별똥별의 모습마저, 아름답습니다.


1부 끝

이전 07화나무는 속부터 썩는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