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에서 설 세기 1
푸켓 여행할 때 다른 사람들은 보통 파통 비치, 카론 비치, 카타 비치에 위치한 숙소에서 묵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좀 과감한 선택을 했는데, 푸켓 섬 가장 남단에 위치한 라와이 비치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라와이 비치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라와야나 웨스트 빌라스 앤 키즈 파크라는 안성맞춤 숙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대가족 여행이었다. 우리 세 가족과 시어머니, 시누이와 그 집 딸 이렇게 총 여섯이 움직였다. 일반적인 리조트나 호텔이라면 방 세 개를 나눠서 잡아야 했을 텐데 그렇게 되면 답답할 것 같았고 서로 소통도 어려울 것 같았다. 패밀리 커넥팅 룸을 찾아보았더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곳은 방 세 개와 커다란 거실 겸 주방이 이어진 패밀리 커넥팅 룸 형태의 숙소였는데, 설 연휴 전주 성수기에도 5박에 200만 원이었다. 세 집이 함께 쓰는 숙소였으니 한 집 당 1박에 13만 원 하는 셈이었다.
푸켓은 서울 면적의 90%에 달할 정도로 큰 섬이라고 한다. 그래서 푸켓의 상단에 위치한 공항에 내려 라와이 비치의 숙소까지 가는데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푸켓 국제공항에 밤 9시 40분에 착륙하여 짐을 찾고 나오니 어마어마한 관광객 인파가 몰려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서양 관광객이 그다음 많았다. 한국인도 종종 있었다.
미리 숙소에 픽업 차량을 요청해 놓았고, 출발 이틀 전 확인 전화를 해보니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준비해 두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름 적힌 피켓들이 즐비해서 내 이름 찾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공항에는 피켓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은 관광객들을 직접 차로 연결시켜 주는 직원이 따로 있었다. 공항에서 일하는 분들인 것 같았다.
양 갈래머리를 촘촘히 땋은 키 작고 다부진 여자 직원을 따라가 보니 엄청나게 많은 수의 밴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좀 더 기다리니 단정하고 친절하신 기사님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운전도 부드럽게 잘해주셔서 우리는 여유롭고 즐겁게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 밤에 숙소에 도착하고 체크인 카운터에서 직원을 한참 기다렸다. 차량을 기다릴 때나 체크인 과정을 기다릴 때 일 처리가 한국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이곳은 한국은 아니니까 당연하다며 마음을 다스렸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말하며 자주 안심시켜야 했다. 그래도 직원은 아주 친절했고, 카트로 짐들을 실어 날라 주었다. 카드 키 대신 커다란 열쇠 묶음을 받고 직원을 보낸 다음 숙소로 들어섰다. 한 밤에 무성한 나무와 각양의 새소리가 들려왔다.
한밤에 수영장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이기지 못하고 허락한 다음 짐 정리를 했다. 옷장과 서랍장이 큼직하고 바깥쪽에 창고가 따로 있어서 짐 정리가 퍼펙트하게 됐다. 보통은 옷 정리가 힘들어 캐리어를 벌려 놓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우리 세 식구 며칠 살림이 깔끔하게 수납되었다.
라텍스 침대는 너무 딱딱하지도 푹신하지도 않고 적당했고 이불도 까슬까슬 느낌이 좋았고 베개도 딱 좋았다. 남편은 거실 큰 소파에서 자기로 하고 딸과 단둘이 침대에 누웠다.
딸은 푸켓에 와서 정신적 충격을 두 번 받았다고 한다. 한 번은 푸켓 공항 화장실이 인천 공항 화장실처럼 깔끔하지 않고 냄새가 났었기 때문이었고, 또 한 번은 입국 심사 때 심사 직원이 영어로 가족은 어디에 있냐고 물어봐서였다. 어찌어찌 팔을 쫙 뻗어 나를 가리키긴 했지만 외국인이 영어로 말을 걸었던 게 처음이라 엄청 당황했었다고 한다.
그래도 당황한 티 안 나고 엄청 잘했어, 재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