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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루함과 낭만 사이 어디엔가

노혜리, August is the cruelest

by 정윤희
KakaoTalk_20250408_213822389_05.jpg ©노혜리, 니로, 2024, 나무, 알루미늄, 황동, 도자, 돌, 철, 자석, 아크릴, 레진, 주석, pvc 호스, 페이퍼 마셰, 180x437x152cm




이동과 정착,

둘 중 무엇을 목적에 두었었는지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찌 보면 둘 다 그럭저럭 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혹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두 발로 온 힘을 다해 직접 굴려야 했던 여정 속에서

제대로 살찌우지 못하고 털려 나간 것도 있었고

더욱 단단해져 가면서 나를 지탱해 주는 것도 있었다.


다만 그윽한 커피 향처럼

잠깐씩 즐겼던

낭만 한 스푼,

낭만 두 스푼,

낭만 세 스푼...




KakaoTalk_20250408_213725157_16.jpg ©노혜리, 상동 / 트립, 2024, 단채널 영상, 컬러, 무음, 24분 28초



소박한 꿈을 안고 떠나온 여행길에 엄청나게 큰 물을 만났다.

그 여름의 폭포는 왠지 나의 삶을 전부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KakaoTalk_20250408_213725157_19.jpg ©노혜리, 오션스, 2024,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65분



KakaoTalk_20250408_213725157_17.jpg ©노혜리, 니로, 상동



커다란 경관 앞에서 작고 남루했던 옷가지와 살림살이들,

좁은 의자에 기대었던 나의 여린 자아.




KakaoTalk_20250408_213725157_20.jpg ©노혜리, 캐리, 2025, 철, 오간자, 파라핀, 밀랍, 169x96x108cm



작고 옹졸하지만 귀여웠던 나의 자아.



KakaoTalk_20250408_213725157_21.jpg ©노혜리, 상동


KakaoTalk_20250408_213725157_22.jpg ©노혜리, 서울시티, 2025, 단채널 영상, 컬러, 무음, 71분



완벽하게 숨기지 못하고

모든 진심은 슬금슬금 삐져나오게 하는 칠칠하지 못한 나의 자아.



KakaoTalk_20250408_213822389_14.jpg ©노혜리, August is crulest, 2025, 종이, 사진, 손목시계, 도자, 돌, 나무, 가변크기



조금만 손을 뻗어도 나를 감싸고 있던 것들이 툭툭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아

두려움에 떨었던 적도 있었다.




KakaoTalk_20250408_213822389_06.jpg ©노혜리, 오션스, 상동 / 카탈리나, 2024, 나무, 76x35x340cm



하지만 그 여름 거친 물살을 헤치려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던 건 나였고,



KakaoTalk_20250408_213822389_01.jpg ©노혜리, 카탈리나, 상동



내 안에는 나를 지탱하고 있던 단단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름 모두 낭만 있었다.






<전시 정보>

August is the cruelest _ 2025.4.2-5.10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_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33길 15


<작가 소개>

노혜리 _ 사물과 언어, 움직임이 교차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카날 프로젝트(2024, 뉴욕, 미국)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22, 서울), 갤러리777(2017, 양주)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수림큐브(2024, 서울), 빌리타운(2024, 헤이그, 네덜란드), AHL 파운데이션 갤러리(2024, 뉴욕, 미국), 리움미술관(2022, 서울), 일민미술관(2019, 서울) 등 국내외 여러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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