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부인, 파리는 불타고 피가 흐르지 않습니다

by 정윤희

여행을 2주 앞두고 심각한 뉴스를 접했다. 프랑스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화면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대치를 이루고 있거나 체포되고 있었고,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한 식당에서는 불이 났다.


워낙 시위가 잦은 도시이기에 처음엔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유튜브를 통해 파리의 시위 현장을 자주 접하다 보니 여행을 취소해야 하나, 경로를 파리가 아닌 다른 중소도시로 바꿔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의 운영자인 리처드 님께 쪽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리처드 님. 여행이 몇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여행을 기다리고 있지만, 파리의 시위 상황이 좀 걱정됩니다. 뉴스를 보니 아직 13살인 딸과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상황이 아닌 것도 같아서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여행이라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있으니까요. 여정을 파리가 아닌 다른 도시로 잡아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솔직하게 조언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다음날 신속한 답장이 왔다.


"친애하는 부인, 사회적인 시위가 있었고 곧 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몇 년 전과는 달리 통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내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당신이 딸과 함께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수도 방문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드릴 것입니다. 도착하기 며칠 전에 숙소로 오시는 방법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여행을 유지하세요. 위험하지 않습니다. 수도는 불타고 피가 흐르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리처드."


그러면서 동물원, 놀이기구 박물관 등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코스를 몇 가지 안내해 주셨다. 숙소에서 출발할 경우 이동 경로도 안내해 주시겠다며. 재인이는 리처드 님의 유쾌한 답변을 읽고 한참 깔깔대고 웃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내심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23살 때 방문했던 파리는 반드시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즐겨야 할 만큼 아름다웠던 도시였다. 그런데 요즘 심각한 재정문제와 시민들의 반발을 겪고 있다. 뉴스 진행자들은 유럽의 강국 프랑스의 현 상황이 남일 같지 않은지 연일 열심히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저 동경하는 마음이 아닌 다소 복잡한 마음도 조금 안고 파리를 찾아가게 되었다.


2025.9.30

안녕하세요, Richard 님. 여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여행을 기다리고 있지만, 파리의 시위 상황이 좀 걱정됩니다. 뉴스를 보니 아직 13살인 딸과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상황이 아닌 것도 같아서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여행이라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있으니까요. 여정을 파리가 아닌 다른 도시로 잡아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솔직하게 조언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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