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일주일 전 남편이 극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by 정윤희

사실 지금 나는 계획대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어제저녁 차를 가지고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다쳤어?"

"아니, 좀 많이 어지러워서.."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남편은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너무 어지럽더니 구토가 나온다며. 속이 좋지 않아 먹은 것도 없어 토사물도 없는데 구역질은 계속 나온다 한다. 그래서 남편을 태우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눈동자를 보니 급성 뇌경색의 조짐이 있습니다. 응급 MRI 검사를 진행할게요."


응급실 과장님의 설명을 듣고 급성 뇌경색에 대해서 검색해 봤다. MRI 상에서 뇌의 일부가 손상되어 하얗게 보이면 이 진단이 내려진다고 한다. 급히 조치를 취하면 1~2주 치료 후 완치가 가능한 병이긴 하다. 그래도 발병 후 3~4시간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병이었다.


'그래, 지금은 병원 안에 있으니 아주 심각한 상황은 일단 비껴간 거야.'


그러고 나니 여행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많아 연휴 내내 출근해야 했던 신랑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상황이 오면, 대신 처리해주어야 할 일도 있겠다 싶었다. 혼자 있는 아이에게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아빠가 아프니 혼자서 편의점에서 저녁거리를 사다 먹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오히려 좋아한다. 이럴 때는 아이가 잠깐 집에 혼자 있을 만큼 컸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남편을 실은 침대가 CT 검사실과 MRI 검사실을 오간 후 한참을 기다리니 밝은 표정의 응급실 과장님이 나를 불렀다.


"다행히 급성 뇌경색이 아니에요. 이석증이에요. 약물 투여받고 이후 경구약 먹으면서 통원하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천만다행이었다. 소식을 들은 남편도 그제야 맘이 놓였는지 잠이 들었다. 퇴원하고 다음날인 오늘 남편은 집에서 쉬고 있다. 조금 기운을 차리면 책상에 앉아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고 여전히 어지러워한다. 저 상태가 좀 더 길게 간다면 여행을 취소하거나 축소해야 할 것 같다. 하루이틀 더 두고 보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 가야할 이유보다 가지 않을 이유가 더 많은 이 여행의 목적을 곱씹으며.


202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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