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에서 행복해하는 너를 보며

by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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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이가 5학년이 되면서부터 친구들하고만 놀이공원 입장을 함에 따라 나는 굳이 같이 들어가지 않아도 됐다. 그 이후로 난 육아의 큰 부분을 졸업했다는 후련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1년 여 만에 다시 놀이공원을 가려니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디즈니랜드 가기 며칠 전부터 날씨를 살피며 최대한 많이 쉬고 어디 갈 곳이 있으면 쉬엄쉬엄 다녔다.


디즈니랜드는 파리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16구의 숙소에서는 다소 먼 거리였다. 기차 안에서 샌드위치로 아침을 해결하며 한 시간 반 달려 도착했다. 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놀이 기차를 타기 위에 줄을 서는 동안 퍼레이드를 봤다. 거대한 퍼레이드카의 행렬과 디즈니 캐릭터 분장을 한 무용수들의 묘기가 먼발치에서도 잘 보였다. 어떤 퍼레이드카는 말레피센트에 등장하는 거대한 용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입에서 불을 뿜었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았고 작은 놀이기구를 타도 기본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렸던 것 같다. 시간을 아껴 하나라도 더 타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는 레스토랑 가기를 거부한다. 전날 미리 장을 봐서 가방에 주스와 간식을 담아왔지만 곧 소진되어 버려서 중간중간 부스에서 간식을 사서 먹으면서 줄을 섰다. 많이 힘들었지만 재인이가 또 정말 행복해해서 힘든 줄 모르고 기다렸던 것 같다. 저녁에는 재인이를 잘 구슬려 코코 콘셉트의 레스토랑에 갔고 브리또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다니다가 니모 콘셉트의 놀이기구에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아 기다려서 탔는데, 막상 타고 보니 엄청 무서운 거였다. 단 네 사람만이 탑승할 수 있는 카트가 캄캄한 동굴 속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 레일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절벽에 떨어지듯 미끄러지면서 나는 내내 비명을 질러댔고, 뒤에 앉은 여자 두 분은 내가 소리 지르는 통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셨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주 어린아이들이 많이 왔는데, 그 많은 아이들이 밤 10시가 되도록 나가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매직쇼를 보기 위해서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은 대부분 빠져나갈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우린 열두 시간 정도 머무르며 대기 평균 한 시간 정도 걸려 열개의 놀이기구를 탔고, 퍼레이드와 매직쇼를 관람했다. 아트샵에서는 재인이 친구들에게 나누어줄 막대 사탕과, 이웃들에게 선물로 줄 파스타면을 샀다. 겨울왕국, 디즈니 캐릭터 모양의 파스타여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들고 다니기는 좀 무거웠지만 적당한 가격에 엄청 만족스러운 선물을 고를 수 있어서 기뻤다.


재인이 비니도 하나 샀다. 비니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재인이는 초등학교 들어서면서부터 내가 추천한 모자를 쓰지 않았는데 웬일로 오늘은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본인이 직접 하나를 골라 써보더니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재인이는 이후 다른 여행지에서도 이 비니를 잘 쓰고 다녔다.


매직쇼를 보는 동안 재인이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내가 뒤에서 꼭 안는데도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사춘기가 오면서부터 스킨십을 극도로 싫어하는 재인이었는데도 말이다.


"엄마, 여행 와서 오늘이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 엄마, 고마워."

"엄마도 고마워."


오늘 보니 아이의 키가 부쩍 큰 듯하다.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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