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를 다녀온 다음 날, 하필 노트르담 성당 예약은 저녁 8시부터 가능했고, 노트르담 성당 코앞에 있는 생트 샤펠은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다. 하는 수없이 오후 4시에 오랑주리 미술관 예약을 잡고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숙소를 나섰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숨이 멎을 듯한 모네의 그림이 나에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오로지 너의 시각으로 너만의 우주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오랑주리 미술관을 나오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저녁을 먹고, 장을 보고, 장 본 것을 들고 노트르담 성당을 방문했다. 본관 입장은 마감되었고 종탑에만 오를 수 있었다. 괜찮았다. 어차피 예약을 놓친 생트 샤펠 방문할 때 한 번 더 오면 되니까. (사실 이날 입장이 마감된 게 아니고 보수 중이어서 오픈을 안한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노르트담 성당 내부를 보지 못했다.) 리모델링된 내부가 신기하긴 할테지만 역시 노트르담 성당은 종탑에 올라야 그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깎아지른 듯 아찔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건물의 외부로 나는 밀려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아찔한 높이 위에 서있었고, 내 머리 위로 거대한 종탑이 내게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지붕 위에 올라앉은 작은 석상마저 기괴한 이곳, 노트르담 성당.
"엄마, 계단 무서워 죽는 줄만 알았어."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