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과 감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월급이란 정말 고맙고도 무서운 존재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은 나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이렇게 소중한 월급을 어떤 이는 돈이 부족하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아주 소중이 꼬박꼬박 저축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떤 이는 한 달 월급을 모두 써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자신이 받는 월급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직장인에게 월급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우리가 직장을 다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다른 목적으로 다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99.9%의 직장인들은 나와 같은 이유라 확신한다.
혹시 첫 월급을 받았을 때를 기억하는가? 학창 시절 아르바이트 또는 사회에 나와서 첫 직장에서 경험해 봤으리라. 언제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스스로 돈을 벌어본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나 역시 수능시험이 끝난 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교 4년 동안에도 방학 동안에는 늘 아르바이트를 했다. 좋지 않은 가정형편에 집에 용돈을 말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 학기동아 쓸 생활비 그리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방학 동안에도 그리고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했었다. 많이 할 때는 아르바이트 3개를 했다. 몸은 힘들지만 웬만한 직장인 보다 높은 월급을 받기도 했다. 정말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으니깐!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졸업 후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은 것은 학점과 취업을 위해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보고자 4학년 마지막 학기 때 받았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사실 학창 시절 아르바이트와 사회에서의 월급은 느낌이 다르다. 아르바이트는 왠지 용돈 벌이라고 생각되지만, 월급은 생활비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월급은 생활비라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매달 들어오는 고정수입. 열심히 일하면 1달에 한 번 뿐이지만 내 통장에 찍히는 숫자! 그리고 나오자마자 카드회사에서 가져가는 나를 스쳐 지나가는 숫자!
혹시 알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인생의 주기 동안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시기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라는 것을 말이다. 난 딱 그 주기에 있다. 그리고 아주 감사하게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너무나 감사한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나와 비슷한 연배가 되면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은 바뀐다. 월급이 적고 많음 보다는 "회사를 얼마나 더 오래 다닐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지난 2024년 친구들과의 송년회의 주된 이야기가 "정년"이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친구들과의 송년회에서 월급에 불만은 가진 친구들은 없었다. 오히려 어떻게든 조직에서 버텨야 한다는 말과 권고사직을 걱정하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
왜 그럴까? 왜 나이가 들수록 연봉에 대한 불만이 점점 사라질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동안 월급을 받다 보면 월급이라는 시스템과 월급에 맞춰서 사는 생활에 익숙해진다. 만약 월급으로 사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면 그때부터는 자신의 월급에 만족스러움을 가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 초년생일 때 받았던 월급보다 월급은 오르고,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어느 순간 생활에 만족하고 오히려 그 생활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을 걱정하게 된다. 물론 돈이 넘쳐나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
월급, 연봉이 많고 적음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받는 월급에 적응되어 점차적으로 그에 맞게 생활을 하게 된다는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끔 거래처 또는 협력사 직원들과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 나이 또래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받는 연봉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연봉보다 직책과 조직 그리고 업무에 불만을 가진 사람을 더 만나기 쉽다. 연봉에 불만을 갖지 않는 것이 만족이 아닌 적응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로 말이다.
40대 후반에 마주치는 만족은 거의 대부분이 만족이라기보다는 적응에 가깝다. 물론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각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앞으로의 비전도 갖추고 있다면 진심으로 "만족"할 수 있다. 혹시 당신은 이렇게 살고 있는가? 아니면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 있는가?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 성공한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 말고 당신과 대화를 하고 일부라도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 중에 말이다. 적어도 내 주위에는 없었다. 모두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있지만, 스스로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 결국 사직서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만 무수히 많이 봤을 뿐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계획은 있지만 아직 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월급이란 정말 소중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이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생활하면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내가 생활하고 내 가족이 생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반대로 내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고 현재에 안주하게 만든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끼고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 나 역시 적응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월급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 중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월급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월급은 무서움을 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심정을 안다. 포기하면 지금의 생활이 무너질 것 같은 그 느낌을 안다. 그렇기에 월급이 얼마나 무섭고 또, 얼마나 감사한지 안다. 그 월급으로 나와 나의 가족들이 나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 번쯤은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간절하다. 월급이 적어지더라도 말이다. 돈의 무서움을 알기에, 정말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돈"이 나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선택의 기로에 있고, 나름 선택을 하고 최대한 영향이 없도록 전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아주 다행히도 와이프 덕에 그 준비가 꽤나 수월하게 진행 중이다.
월급에 감사하라. 하지만 만족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 내가 월급에 만족했다면 나는 이런 생활의 변화를 꿈꾸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하지만 만족하지 못했기에 나는 나의 길을 찾아 변화를 택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대다수의 선택이 나와는 다른, 현실에 안주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도 안다. 나의 이 선택도 완벽한 나의 실수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다. 가족도 중요하지만 나도 중요하다. 그리고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월급보다 더 많은 수입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확신을 현실로 만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조금은 천천히 전환 중이다. 마치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나무늘보처럼 말이다. 천천히 움직이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혹시 당신이 직장인으로 월급에 적응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의 변화를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나보다 조금 더 빨리 이런 부분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일찍 깨닫는다면 당신을 위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니 아직 커리어를 쌓아가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월급에 만족하지 말고 감사하라. 만족하는 순간 당신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