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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끝은 비정규직입니다.

by 고인물

우리는 근무 형태를 나눌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눕니다. 비정규직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정규직 형태로 근무하기를 원합니다. '정규직'이라는 말은 바로 '안정적으로 고용되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는 '비정규직'은 나쁜 근무 형태, '정규직'은 좋은 근무 형태로 인식합니다.


왜 이렇게 우리는 정규직을 원할까요? 앞서 얘기했듯이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한 고용 안정성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자의적으로 해고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죠. 그렇다고 해고를 전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니 정규직으로 취업을 한다면 웬만해서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 법이 보장해주는 정규직의 장단점은 뚜렷합니다. 장점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고용 안정성입니다.

단점은 뭘까요? 회사에서는 마음대로 해고를 하지 못하니, 자의적으로 퇴사를 유도하는 경우가 대표적일 겁니다. 근무지 이동을 수시로 한다든지, 자신의 후배가 팀장인 팀의 팀원으로 보낸다든지, 전혀 해보지 않은 업무로 배치한다든지 많은 방법이 있죠. 그 과정에서 남으려는 직원과 내보내려는 회사 간의 갈등으로 서로에게 상처가 됩니다.

비정규직 해고 역시 많은 법령 개정으로 과거처럼 쉽지만은 않게 되었습니다. 계약 기간 중에는 정규직과 비슷하게 안정성을 보장받지만,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바로 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 1년 계약임을 고려한다면, 1년에 한 번씩은 해고의 위험에 노출되는 겁니다. 그러니 회사에 잘 보일 수 있게 업무를 해야 하고, 좋은 대인관계 유지도 필수입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혹시 느끼셨나요?

고용 안정성이 확보된 정규직과 그렇지 않은 비정규직의 차이를 말이죠.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비정규직이 살아남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비해 덜 열심히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정규직이지만 정말 열심히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하지만 그 비율을 본다면 비정규직 근무자들이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을 선호하고 정규직으로 취업하려고 하죠. 물론 상황에 따라서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수겠죠.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취업을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사회 초년생 또는 경력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회사에 취업을 할 때 최우선이 정규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경력이 오래된 차장, 부장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차장, 부장은 보통 20년 이상 근무를 한 회사에서 중간 관리직입니다. 실무자를 통솔하고 업무도 잘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이죠. 그런 위치까지 가기도 힘들지만, 그 위치까지 가도 다음을 생각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이 다음은 3가지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 가장 좋은 케이스는 이사급이죠. 직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임원이 되는 겁니다. 두 번째, 만년 부장입니다. 퇴사할 때까지 진급은 안 되고, 언제든 (권고 사직 등) 해고를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죠. 마지막은 자발적 퇴사입니다. 임원도 안 되고 만년 부장으로 남아 상해버린 자존심과 치열한 경쟁에서의 도태로 인해 선택하는, 가장 생각하기 싫은 선택입니다.


하나씩 생각해볼까요? 아주 좋은 경우인 임원이 되었을 때입니다. 임원이 되면 마냥 좋을 것 같죠? 하지만, 임원은 비정규직이죠.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비정규직이 바로 직장인의 목표인 셈입니다. 임원이 되면 능력이 없으면 1년 뒤에는 자연스럽게 회사를 나가게 됩니다. 임원은 연봉이 높은 만큼 그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하면 바로 필요 없는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결국 앞서 말한 비정규직의 이야기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돌고 돌아 비정규직이 되는 거죠.

이런 상황이 싫어서 진급을 늦게 하거나 부장으로 오래 근무를 하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바로 두 번째 케이스이죠. 진급도 늦고, 부장으로 오랫동안 있게 됩니다. 어쩌면 많은 직장인이 원하는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정규직으로 가장 오랫동안 회사에 남을 수 있죠.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못 볼 꼴'들을 많이 봅니다. 자존심을 놓아야 하고, 얼굴도 철판을 깔아야 하고,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합니다. 후배들의 손가락질도 참아야 합니다. 그것도 꽤나 오랜 시간을 말이죠.

마지막으로 퇴사입니다. 이건 말 그대로 자신의 선택입니다. 회사의 강요로 인한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선택이죠. 정리해고 시점에 일정 수준의 돈을 더 받고 퇴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분명히 알아야 하는 건 준비되지 않은 퇴사는 돈이 얼마가 있어도 어려운 일이라는 거죠.

이런 현실이 싫어서 공무원을 선택하는 분들도 많죠. 지금은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이들이 공무원이나 공사를 선호하죠. 바로 앞서 말한 두 번째 케이스, 임원으로 가지 않고 오래오래 정규직으로 근무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기 때문에 공무원 문화가 발전이 없는 것 아닌가 합니다. 모든 공무원 조직이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이 안정적으로 정년을 맞이하고 마지막에는 공무원 연금을 보고 공무원을 선택한 것은 분명합니다. 조직의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이 일반 기업과 공무원(공기업 포함)의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연봉도 차이가 나죠.


너무 나쁜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이게 직장인의 현실입니다. 결국 직장인의 끝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죽음이 확정된 미래처럼 직장인이 맞이할 확정된 미래입니다. 여러분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을 뿐이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최악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그 끝은 아무런 준비 없는 미래를 맞이하는 것뿐입니다. 미래를 알고 있다면 준비를 하고 대비하면 됩니다. 시간이 급한 것도 아니죠. 꽤나 오랜 시간 우리는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세요.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미래가 펼쳐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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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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