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주근접과 직업 선택에 대하여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회사가 있는 것을 '직주근접'이라고 하죠. 자신이 살고 있는 집 근처에 회사가 있다는 것은 꽤나 좋은 '복지 아닌 복지'입니다. 너무 가까우면 좀 그렇기는 하지만, 30분 내 거리라면 너무나 좋죠. 출퇴근 스트레스와 피로를 많이 줄여주니까요. 저 역시 처음 회사에 입사할 때,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집에서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30분이면 출근이 가능한 거리였거든요. 이렇게 우리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산다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입사할 때의 '직주근접'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신에 의해 변화하는 경우가 있고, 회사의 요구에 의해 변화되는 경우도 있죠. 저의 경우에는 둘 다 경험했습니다. 먼저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직장까지 왕복 1시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아내를 만나고 결혼을 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결혼했을 때도 집값은 비쌌습니다. 20대의 시점에서 봤을 때 집값이 쌌던 적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겁니다. (부모님 찬스는 예외입니다.) 서울의 집값이 비싸니 당연히 서울에 집을 얻을 수 없었죠. 자가는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전셋집을 구하러 다녔죠. 한정된 금액에 여러 가지 따질 것들이 있으니 사실 좋은 집을 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고민고민 끝에 마련한 전셋집은 인천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인천이 수도권에서는 집값이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저처럼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가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천에 전셋집을 얻어 신혼살림을 차리면서 직장과 집의 거리는 멀어졌습니다. 30분 안으로 해결되던 출근 시간은 1시간 정도로 늘어났죠. 출근 1시간, 퇴근까지 합쳐 왕복 2시간입니다.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다니다 보면 또 적응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자차 출근이 가능해서 운전하며 다닐 수 있으니 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왕복 2시간의 출퇴근 시간에 적응해 가는데, 또 다른 변수가 생겼습니다. 회사에서 근무지를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낸 거죠. 첫 번째로 변경된 근무지는 기존 근무지와 출퇴근 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근무지 변경이 몇 번 더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출근 시간 2시간, 왕복 4시간의 이동 시간이 걸리고 있죠. 미쳤다고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장거리 출퇴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이야기해 볼게요.
'직주근접'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변합니다. 처음에는 조건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직주근접이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주변을 보면 대부분 전자가 더 많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이렇게 직주근접이 변하는 건 회사에서 경력이 쌓이면 생기는 일이더군요. 회사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사람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출퇴근 시간이 멀어졌다고 해서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보내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겁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되게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 40~50대의 가장들이 많죠. 딱 제 또래입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지방으로 근무지가 변경되어 주말부부로 지내는 친구들도 꽤 있습니다. 그 때문에 회사를 이직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이게 무조건 나쁘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지방처럼 출퇴근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근무지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처에 숙소를 구해줍니다. 평일은 숙소에서 지내고 주말은 집에서 보내는 주말부부의 형태가 되는 거죠. 그리고 이 형태를 좋아하는 분들이 제 생각보다 많더군요. 물론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왕복 4시간을 감수하고 있겠죠.
회사를 선택할 때 생각하는 조건은 보통 '업무, 연봉, 근무지', 이 세 가지를 많이 봅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저는 이 중에 업무와 근무지를 보고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연봉을 안 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두 가지가 마음에 들어서 입사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연봉만 마음에 들고 나머지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돈의 힘으로 버티는 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서 근무지가 가장 중요한 선택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근무지는 계속 바뀔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뭘 보고 선택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실 겁니다. 저는 '업무'를 1순위에 놓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자신과 잘 맞는 업무를 한다면, 조직 내에서 분명히 눈에 띕니다. 그리고 눈에 띄면 연봉도 당연히 오를 겁니다. 근무지는 정말 그저 '내가 편하기 위해' 가까운 위치를 선택하는 것뿐입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제일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근무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죠. 하지만 보통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시기에 첫 직장을 얻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직장을 구하거나, 퇴직 상태였더라도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시간이 생길 때 다시 직장을 구하죠. 후자의 경우에는 근무지가 중요하겠지만, 전자의 경우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만약 당신이 직업을 구하고 있고,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했어도 아이가 없다면, 혹은 이제 아이를 다 키워서 아이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면, 직업 선택에 있어서 '자신과 맞는 업무'를 선택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세요. 자신에게 맞는 업무를 한다는 건 그만큼 잘할 수 있고 빛날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엇을 해도 처음은 힘이 듭니다. 그 시기를 이겨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죠.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일, 즉 '업무'를 한다는 건 그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너무나 큰 무기입니다. 어떤 이는 그 시기가 어려웠다고 느끼지도 못할 정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직업을 선택하는 아주 많은 요소 중 '나와 맞는, 내가 하고 싶은 업무'를 최우선으로 두고 선택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