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_박이문

by 박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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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문 선생이 세상을 떴다.


1930년 생이니 87세, 평균 수를 하셨으나 큰 스승을 한 분 잃었다.

나는 이 분의 영향을 제법 많이 받은 편이다.

신문 기사를 보니 100여권의 저술을 남겼다고 한다.

7,80년 대 어둡고 힘겨운 시기에 박이문 선생의 책은 방황하는 젊은 층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책꽂이를 살펴보니 '철학이란 무엇인가', '종교란 무엇인가', '예술철학', '인식과 실존', '동서의 만남', '과학철학이란 무엇인가','자비의 윤리학', '길' 등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는 불문학 전공인데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철학을 하시고 인문, 철학, 종교, 환경 분야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왕성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신 분이다. 최근 기사에는 55세에 결혼을 하셨다니 가히 학문과 결혼한 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자지만 문학을 하신 분이라 철학분야 외에도 시와 산문집이 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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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길'은 1980년~1082년 교환교수로 서울대와 이화대에 와 있을 때, 현대문학에 '명상의 공간'이라는 테마로 연재한 글 모음이다. 간결한 문체에 쉬운 글쓰기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글이었던 '길'을 따서 책 제목으로 엮은 듯하다. 평론가 유종호는 '그의 에세이는 시의 풋풋함과 철학의 깊이가 배어 있다. 부질없이 어렵지 않고 까닭없이 복잡하지 않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된 채 독자를 사색의 숲으로 유혹한다.'고 말했는데, 시적 감성이 녹아있는 따뜻하고 편안한 '둥지의 철학자'란 표현이 어울리는 분이다..


[인간은 누구나 길 위에 서 있고 , 누구나 길을 지니고 산다. 오래 전 나는 인간과 만물이 만든 길이 이 세계와 우주 속에 열려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 세계와 우주가 만든 길들이 인간과 만물 속에 열려 있음을 안다. 이 길 위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단 하나뿐인 인생을 살아간다. 길 위에 서 있는 것은 우연도 운명도 아닌 삶의 궤적일 뿐이지만, 우리는 숱한 길들을 걸으며 우연과 운명의 무늬를 삶 속에 새긴다.]_ '이게 다 뭔가?', '어떻게 살아야 참다운가?'에 대한 삶의 궁극적인 진실을 찾아 펑생을 자신의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어가신 박이문 선생이 답을 찾았기를 빈다.


- 도덕적 문제는 인간의 문제이며 인간의 문제는 곧 자유의 문제이다. 윤리학은 자유로운 삶에 대한 배움이다.


- 철학이나 과학이나 예술은 모두 끊임없이 뿌리를 캐는 사고활동이다. 반복적 뿌리파기가 끝나는 순간은 죽음이라든가 무의식이든 인간이 사고를 접을 때다.


- 근원을 캐는 과정이 있을뿐 어느 세계관도 밑바닥 뿌리에 닿았다고 말할 수 없다. 진리도 객관적인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적인 것이다.


- 인간의 자유의지나 신의 존재 등의 문제는 답이 없다. 무한의 우주가 있는 것처럼 수십 억년의 지구의 역사에서 볼 때 우리가 사는 요즘의 문명은 자그마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 새가 나무가지를 물어다 집을 짓듯 우리도 자기 편한대로 생각의 집을 짓는다. 자연히 자기의 로컬 환경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철학.종교가 다 로컬환경에서 그들의 기질과 맞아 생겨난다. 시대가 바꾸면 또 다른 생각의 양식이 들어와 변화가 생긴다.


이 시기에 학문한 분들이 대게 그렇듯, 인본주의 휴머니즘 바탕에 죽음에 이르는 절대적인 고독, 그리고 허무주의와 상대주의, 지상세게에서의 독자적인 삶의 완성, 인연이나 연기 등의 철학으로 요약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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