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의 첫 호스텔
반갑다, 독자들! 이 글은 투리의 크라쿠프 기행글들 중 하나인데, 이번에는 교환학생 동기들과 숙박시설을 같이 이용했을 때의 첫 만남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특정 관광지나 활동을 강조하는 내용은 아니라서 기행글 표시는 하지 않았지만, 크라쿠프 여행 중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덤으로 폴란드의 저가 숙박시설 종류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숙박시설 내용은 분명히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겠지?
지난 글에서 말했듯, 투리와 동기들이 크라쿠프 도착 이후 가장 처음 간 곳은 ESN 위원회가 미리 예약한 호스텔이었다. 아무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짐이 많으면 부담되니, 그것들을 맡길 장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ESN은 단체로 여행을 가면 여행 일정과 숙박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업로드하는데, 그중 호스텔에 관한 부분이 위의 사진이다. 투리가 나중에 크라쿠프에 다시 올 때도 예약한 숙박지가 'Greg&Tom'으로 시작하는 호스텔이었는데, 뭔가 유명한 저가 호스텔 브랜드인가 보다. 아무튼 위의 주소가 있으니 길을 잃어도 구글맵으로 쉽게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씀!
사실 별생각 없이 들어가긴 했는데, 복도가 생각보다 좁긴 했다. 건물 자체가 크지 않아서 어쩔 수 없나 보다. 복도를 슬쩍 본 뒤, 우리는 짐을 임시로 맡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서 보관실에 각자의 짐들을 맡겼다. 보통 호스텔의 체크인 시각이 오후인데, 당시 시각은 오전 11시쯤. 방에 바로 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 나중에 돌아올 때 짐을 들고 각자의 방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체크인 시각은 오후 2시였는데, 그때까지의 일정은 자유였다. 즉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점심도 각자 알아서 먹을 수 있다는 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착하기까지 먹은 게 없는지라, 뭔가 먹기는 해야 했다. 그래서 투리 일행이 지난 글에서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크라쿠프의 명물 빵 가게부터 찾아간 것이었다!
(크라쿠프의 빵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 글 '다른 열강들마저 사린 이 도시'를 참조!)
참고로 투리가 따라간 일행은 그나마 편한 동기 아루잔(카자흐인)과 엘리나(핀란드)가 있는 쪽이었다. 일행 중에는 말키와 누라이(다른 카자흐인들), 처음으로 같이 물건을 샀던 포르투갈 동기 다이애나도 있었다. 아, 에버린도 빼먹을 수 없다. 카포 베르뎀이라는 아프리카 국가 출신의 이 친구는, 투리가 물건도 빌리고 다른 여행에서 동맹도 맺는 등 많이 편한 사이였다.
아무튼 빵을 먹으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그럼에도 점심은 먹어야 하는 상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데 다이애나가 자기는 단 음식이 있는 식당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먹고 싶은 걸 밝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애석하게도 어느 누구도 크라쿠프와 폴란드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 식사가 가능한 장소를 찾는 것부터가 문제이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지만, 벌써 흘러버린 20분의 시간. 너무 배고프면 식욕이 성향을 이기는 건가. 우리는 결국 근처에 있는 적당한 식당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각자 주문 끝에 나온 음식들이 오른쪽 위의 사진인데, 저 요리들이 딱 전형적인 폴란드 음식에 해당된다. 여러 가지가 추가된 형태의 감자와 납작 돈가스처럼 생긴 고기. 여러분이 유럽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면, 감자를 먹을 일이 많이 있을 것이다. 미리 알아두시길.
한편 단 걸 먹고 싶다고 한 쪽은 다이애나였는데, 막상 진짜로 단 걸 주문한 친구들은 누라이와 아루잔이었다. 다이애나는 배가 고팠는지 감자를 주문했었다. 사진으로 다시 보니 저 빵도 맛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배가 고픈 상태에서는 저걸로 간에 기별도 안 갈 것 같다.
어느 정도 여유롭게 먹다 보니, 벌써 체크인 시간이 다가왔다. 이제는 우리가 진짜로 숙박할 방으로 들어갈 시간.
유럽의 호스텔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투리가 이용한 호스텔 대부분은 주방 공간이 따로 있다. 주방의 요리 시설이 충분히 있는지는 호스텔마다 다르기 때문에, 개인이 예약할 시 미리 앱이나 사이트를 통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유럽에는 냉장고가 없는 호스텔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리와 같은 방 동기인 크리스도 예약을 할 때는 꼭 주방이 얼마나 갖추어져 있는지 확인했다. 투리는 항상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밥을 먹어서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글이 폴란드에 대한 글이니, 폴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숙박시설에 관한 설명도 좀 더 추가하겠다. 폴란드에는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지가 있다. 그런데 본인이 보았을 때 이런 형태는 폴란드에만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체크인을 확인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저런 경우는 미리 개인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대문의 비밀번호를 알려준 다음, 본인이 어느 방에 들어가야 하는지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어떤 경우는 도착하면 연락을 따로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문자가 시키는 정보를 토대로 본인이 혼자 방을 찾아갔다. 혹시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운영하는 숙박지가 있다면 추가로 댓글 부탁한다. 본인도 유럽 모든 대륙을 다 돌아다닌 건 아니라 모르는 부분도 있으니까.
방으로 들어가니, 다른 남자 동기들 모두가 본인의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호스텔에서는 본인이 직접 이불과 베개를 이불피와 베개피 안에 넣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의 다 투리가 이전에 만난 적 없는 남자들뿐. 적어도 극동아시아인은 없었다. 긴장한 투리, 무언가 사나워 보이는 눈빛의 남정네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가면서 본인의 자리를 찾아가는데. 몇 분 뒤,
"Hey!"
갑자기 본인을 향해 들려오는 센 어투의 목소리. 투리, 화들짝 놀라서 목소리가 들린 정면 쪽을 바라보는데.
짧은 머리의 자유분방한, 그러면서도 강한 인상의 남자가 나를 또렷이 응시하고 있었다.
뭐지, 지금 본인, 협박당하는 건가? 아,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도???
그리고 투리에게 말을 거는데.....하는 말이.....
"너, 어느 나라 출신이야?"
"하, 한국..."
"그래? 이름은 뭐고?"
"투...투리."
"음, 그렇구나. 그래, 좋네! 반가워!"
그리고는 쿨하게 말을 끝내고 다른 친구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그 친구.
.......? 어, 끝인가?
다행히도 시비를 걸거나 해코지를 하려는 의도로 본인에게 말을 거는 건 아닌 듯했다. 하지만 온통 유럽인들, 아니, 인종을 떠나서 그냥 타 국가 사람들끼리만 있는 이 공간이 여전히 편하지는 않았다. 주변을 보니 본인 왼쪽의 위쪽 침대에는 예술가 스타일의 모자를 쓴 캐주얼한 스타일의 금발 백인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검은 머리의 서양인 남자가 있었다. 그 외에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쪽에는 독일인 콘스탄틴이 있었고, 프랑스인도 몇몇 있었던 것 같다. 바에서 대화를 몇 번 나누어 본 풍채 좋은 오스트리아인 리눅스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과 같이 하룻밤을 보내는 게 뭔가 어색한 기분.
정리하자면, 투리의 눈에는 본인 빼고 전부 유럽인 남자, 그 중 (방금 본인에게 말을 걸었던 친구처럼) 몇몇은 보는 것만으로 긴장되는 인상. 첫만남이 늘 그렇기는 하지만, 이것이 투리가 이들과 마주쳤을 때의 소감이다. 하지만! 처음이란 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동안 인종차별 뉴스랑 돌아다니는 커뮤니티의 글들로만 유럽을 접한 한국인이라면, 걱정하는 게 충분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리도 결국에는 잘 돌아와서 이렇게 즐겁게 글을 정리하고 있지 않은가? 투리가 이 여행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이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앞으로의 글들을 기대해달라! 본인의 경험이, 어쩌면 관계를 고민하는 미래의 교환학생 꿈나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어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