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달고도

by 미라



아주 오래 길을 가다보니

내가 나서 간다 온다 건방은 어디가고

길이 나를 데려다 주는 곳으로

훠이훠이 가고 있다




그냥 가는 것이 곧 길인줄을

땀냄새 땅냄새가 같은 냄새인줄을

아지랭이 어렴풋이 알듯말듯




그러다 목뼈 위에서

시끄럽게 대롱거리던

머리가 툭 굴러떨어졌는데도

옆구리에 끼고

그냥 계속 걸었다




머리에만 달린줄 알았던 눈이

명치에도 생겼는가

혼자 걷고 있는 것들의 쓸쓸함이

길 앞뒤로 보이길래

가슴으로 더듬어 본다




날개를 달고도

그런줄도 모르고

이 세상 휘청휘청

계절 한복판의 시간을 비껴

갓길로 묵묵히 걷는 것들을







날개를 달고도

Denmark / 04.2025/ Mira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