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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의 책육아 이야기

by 꽃별

나는 책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한때는 책을 읽지 않고 계속 구매만 하는 것이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인터넷 서점 접속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 그러던 나에게 얼마나 면죄부가 될 말이란 말인가!! ㅎㅎㅎ (이 이후로, 독서의 시작이 구매(?)라며 맘 편히 샀...^^) 이러한 나의 생각은 육아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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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서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삶의 모든 지식이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책 속에서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삶의 지혜도 얻을 수 있고, 책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위로받을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파워 P인 나의 책육아는 역시나 계획적이지 않다.


아이를 위해 제일 처음 구입했던 책은 ‘노부영’이었다. 책육아에 입문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노부영이 누구야?'라고 되묻는다는, 노부영은 '노래로 부르는 영어동화'이다.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우연히 노부영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임신 중이었고, 친구는 육아 중이었다.) '공구'를 통해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구'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SNS에서 유명 책육아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며 여러 정보를 얻던 중, 노부영 공구도 접하게 되었다.


"공구할 때, 구입해야 해요."

"다음 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몰라요."

"노부영 시리즈 구입은 '공구순'입니다."


또 이 마법의 문장들에 홀랑 넘어간 나는 출산도 하기 전에 노부영의 마더구스를 구입했다. 태교 음악으로 클래식을 듣는 것처럼, 자주 틀어놓고 들었다. 그리고 조리원에서도 아이에게 들려주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판매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엄마가 미리 공부하세요.’를 실천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흘려듣기'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책육아를 하는 정말 대단한 엄마들이 많다. 나는 ‘엄가다’(엄마와 노가다의 합성어로, 책과 관련해 하는 다양한 노동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스티커를 다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코팅을 하고, 접착테이프를 붙여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있다.)를 잘하지도 않고, ‘매일 잠자리 독서 5권(엄마 선택 2권+아이 선택 3권)’처럼 원칙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벽에 붙여 놓은 포스터에 스티커를 붙인다거나, 책 뒤표지에 스티커를 붙이지도 않는다.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 책의 위치를 바꿔주면서 다양하게 노출해 주지도 않는다. 엄청 거창하게 연계 독서나 독후 활동을 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냥 읽어줄 뿐이다. 꾸준하게. 가끔 어디서 본 게 생각나면 독후 활동을 할 때도 있고, 가끔 우리 집에 있는 관련된 책이 떠올라 함께 읽어줄 때도 있지만, 그냥 읽어주는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책을 가까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퇴근 후에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고 있다. 2주에 한 번 가서 책을 왕창 빌려온다. (퇴근하고 나면 도서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라 거기서 읽지는 못한다.) 어떤 책을 빌릴지 미리 계획하지 않는다. 아이가 고르는 책, 그리고 그날 내 눈에 띄는 책을 빌려온다. 물론 나는 시간이 매우 한정적인 워킹맘이기에 2주에 한 번을 가는 것도 어려워서 자주 연체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은 안 간 지 한 달이 되었다. 하지만 또다시 도서관에 함께 갈 것이고, 퇴근하고 함께 책을 읽을 것이다.






육아는 마라톤이다. 나도, 아이도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읽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아이도 책을 좋아한다. 자동차나 장난감보다 책을 더 많이 사줬지만, 자동차와 로봇을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책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철저한 책육아 계획아래, 화려하게 독후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꾸준히 읽어주는 것


주어진 상황 안에서 그저 책을 즐기고 가까이에 두고 엄마가 책을 읽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것만으로도 아이는 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거부하지 않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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