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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돌고 도는 공구세상

by 꽃별

나는 평소에도 최저가를 찾아서 쇼핑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한 종류의 제품을 파고들어 제품별로 스펙을 비교해서 선택하고, 선택한 제품의 최저가를 찾으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임신한 후, 나는 ‘핫딜’과 ‘공구’에 눈을 뜨게 되었다. 새로 접한 ‘공구’는 정말 신세계였다. 공구 제품은 모두 좋아 보였고, 정말 저렴해 보였다. 그건 정말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은, 몇 년의 시간과 어마어마한 비용을 치른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지금만 살 수 있어요.”
“또 언제 판매할 수 있을지 몰라요. “
“결정적 시기인 영유아기 때 꼭 이것이 필요해요.”
“아이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요.”


이런 말들에 혹해서 물건을 엄청나게 많이 사던 시기가 있었다. 그 제품이 없으면 우리 아이 발달에 큰 지장이 있을 것 같았고,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 물건들을 당장 사야 할 것 같았다.


판매자의 이야기와 단톡방에서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나도 그 속에서 매일매일 사고, 사고, 또 사고 있었다.



계획이 없던 나는, 소비에도 계획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좋다고 하는 물건을 사고, 또 사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고 또 샀다.


물론 모두 아이의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키우는 애는 겨우 한 명이다.


책도 교구도 집에 가득 쌓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책도 교구도 우리 아이는 거부감 없이 다 잘 사용했다. 그래서 나의 소비가 더 늘어났던 건지도 모른다.


물론 다 좋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수입은 한정적이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공간도 한정적이었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힘들었다. 내 가랑이가 찢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공구의 좋은 점은 분명 존재한다. 세상엔 정말 많은 책과 교구, 장난감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걸 다 알지 못하고, 다 알아볼 시간도 없다. 그런데 공구를 통해 비교할 수 있고,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판매자의 제품을 보면서 적절한 시기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공구는 돌도 돈다.
지금 아니라도 나중에 살 수 있다.
그 제품이 없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제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조바심을 내지 않고, 공구에 나오는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적절하게 육아에 활용하고 있다.



계획을 잘하지 못하는 내 한계를 항상 인식하고 있었기에 더 공구에 빠져들고 의존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나를 인정하고 내려놓으며 현명한 소비를 하게 되었다. 여러 판매자 중에 나와 비슷한 사람(아이의 나이, 성향, 육아 가치관 등)을 선택해서 그들의 로드맵을 따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단, 나와 아이의 중심을 잘 잡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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