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SNS에 올라온 스냅사진이 너무 예뻤다. 어디서 찍었는지 물어봤더니, 예약하기 너무 어려워서 겨우 예약했다고 했다. 오픈일과 오픈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날에 선착순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 같은 워킹맘이 시간낼 수 있는 주말은 예약하기 더더더더 어렵다고....
SNS에서 우연히 본 아이 옷이 너무 예뻤다. 어디서 사는지 알아봤더니, 그 옷도 판매하는 기간이 있었다. 오픈 전부터 대기했다가, 바로 주문해야 한다고 했다. 품절되면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고...
아이가 동물이 보고 싶다고 했다. 주위에 동물원이 없어서 찾아봤더니, 동물들도 구경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예약 오픈일에 댓글을 다는 순서대로 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특히 평일에 함께 시간을 많이 못 보내는 워킹맘은 주말은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뭔가를 하려면, 다 예약해야 한다.
그 예약이 참 어렵다. 매일매일 정신없는 하루들을 보내다 보면, 주말에 뭘 할지 미리 계획을 짤 정신이 없다.
그럼, 워킹맘인 나는 어떻게 주말을 계획하고 예약할까? 우리 가족만의 방법이 있다. ‘그놈의 예약’ 없이도 주말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우리 가족이 주말 동안 할 일은 빠르면 금요일 저녁, 늦으면 출발 직전에 정해진다. 금요일 저녁마다 내가 야근하는 경우가 많아서, 토요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남편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오늘 어디 가지?"
"자기야, 오늘 뭐 할까?"
최근에 SNS에서 봤던 핫플, 지인이 다녀온 장소, 또는 검색해서 괜찮아 보이는 곳. 즉흥적으로 찾아본다. 괜찮다 싶으면, 후다닥 준비를 해서 바로 출발한다. 남편이 운전하는 동안 나는 밥 먹을 장소도 찾아보고, 후기와 팁들을 찾아본다. 그렇게 우리는 특별하고도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나도 예약해서 좋은 곳에 가고 싶었고, 그런 곳에 가서 주말을 알차게 보내는 가족들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기에는, 나의 시간도 체력도 부족했다. 특히 평일에는.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즐겁게 주말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나니 주말이 오는 것이 설레고 좋았다.
사실 아이는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가족이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와 아빠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어떤 날은 길가의 풀에서
어떤 날은 바닥을 기어가던 벌레에게서
어떤 날은 우연히 만난 다른 친구에게서
어떤 날은 한적한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는 유독 기뻐하고 즐거워했고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야.”라고 말해주었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조금 더 편안히 육아해도 된다.
이것이 아이가 내게 알려준 '내려놓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