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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생님, 그럼 어린이집에 등원을 못 하나요?

by 꽃별

2019년도에서 2022년도까지 우리나라가 멈췄던 시기가 있었다.


그 안에서 2020년도에 태어난 우리 아이는 비대면과 거리두기가 권장되었던 시대 분위기 안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환경을 접했다.


코로나 베이비였던 우리 아이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과 주 양육자 역할을 해주신 할머니의 도움으로 비교적 늦은 시기에 기관 생활을 시작했다. 24개월이 지난 후, 어린이집에 대기 신청을 했고, 몇 개월이 지나서야 등원할 수 있었다.


마스크 사용을 필수로 했고 사람이 많은 곳은 이용하지 않았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의 면역력이 약해졌다. 그래서 아이는 기관 생활을 하며 더더욱 여러 질병에 노출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소아청소년과에 많이 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워킹맘이었다.


그러니 소아청소년과에 진료를 보러 가려면, 회사 일을 조율하고 조퇴를 해야 했다. 조율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며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소아과에 가면 보통 대기 시간이 길다. 하지만 대기를 짧게 하느냐 길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날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긴 시간 대기 후에 만나게 된 의사 선생님에게 아이의 상태보다 먼저 ‘어린이집 등원 가능 여부’에 대해 매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첫 독감에 걸렸던 때가 있었다.


지나치게 체력이 좋은 탓에 병원에서도 독감이라고 생각을 못 하고, 감기약을 처방받다가 며칠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는 열이 이상해서 받아본 독감 검사에서 독감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 순간, ‘독감이면 얼마나 어린이집에 못 가는 걸까?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다행히 토요일이니까 이틀은 나랑 함께 있을 수 있고, 월요일엔...’ 하고 내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그 머릿속에 아이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독감이면 어른도 몹시 아픈데, 며칠 동안 증상에 맞는 약도 먹지 못한 상태로 얼마나 아팠을지, 지금 링거를 맞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불편하고 아플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일하는 엄마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하나씩 쌓여간다.


링거를 맞는 아이 옆에서 링거를 맞던 다른 아이는 초등학생으로 보였는데, 그 아이의 엄마가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독감이래. 지난번에도 아파서 연차 썼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도 끝나지 않을 고민인 것 같다.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더 큰 고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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