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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일은 아무도 대신 해 주지 않는다.

by 꽃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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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땡!


다다다다~~ 헉헉....


퇴근 시간 일 분 전에 짐을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해서 퇴근 시간이 되면, 주차장까지 전력 질주를 한다. 왜냐하면 아이의 하원 차량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집까지 차가 꽤 막히기 때문에 1, 2분 차이가 10분 이상의 차이를 불러온다.



그래도 나는 다른 워킹맘들에 비해서 꽤 괜찮은 편이다. ‘친정엄마’라는 치트키가 있기 때문이다.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날이면 엄마에게 SOS를 보내고, 매일 늦게 퇴근하는 남편에게 이날만은 빨리 와야 한다고 퇴근을 종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편이 늘 일찍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찍 온다고 해도, 오후 8시 이후. 결국 엄마에게 늘 미안한 마음으로 지내야 한다.


또한 아침 등원은 친정엄마에게 100% 의존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육아란 변수의 연속이다.


친정엄마라는 치트키와 다정하고 가정적인 남편이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육아는 오롯이 내 몫이다.



그럴 때는 육아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육아 시간이란 자녀가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까지 사용할 수 있는 2시간의 유급 휴가 시간이다.


육아 시간을 사용하거나, 칼퇴근한다고 해서 나의 일을 누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 그 시간에 근무지에 있지 않을 뿐이다.


내 일들은, 고스란히 그곳에 남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 언제 그 일을 해야 할까?


바로 육퇴 후 일을 하거나, 출근해서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한다. 정말 쉴 틈 없이 일한다. 다른 사람들과 잠시 수다떨 여유도, 에너지도 없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엔, 그렇게 좋아하던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 나는,

일찍 퇴근하는 사람

일이 없는 사람

쉬운 일을 하는 사람

일을 안하는 사람


으로 보이는 것 같다.



임신하면서 나는 이방인이 되었다.


임신 전에는 구성원의 일부로서 맡은 몫을 해내는 사람이었다면, 임신 후에는 온전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도 그랬을지 모른다. 나의 100%를 발휘할 수 없고, 더 변수가 많아진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서 내 일을 다 하고 있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 일은 아무도 대신 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해도 육아와 병행하기에 회사에서 보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인정받기는커녕 폐가 되는 기분에 적응하는 게 속상할 때도 있다.

아니 속상할 때가 많다.



육아하면서 내가 인정욕구가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성장하고 싶은 열정도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기분에 익숙해져야 한다.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적당히 타협하고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이렇게 내려놓는 과정이 워킹맘인 나에게 가장 필요했고 또한 가장 힘든 과정이었다.



워킹맘 1장.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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