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에서는 인간의 성격을 4가지 선호 경향으로 분류한다.
먼저 에너지의 방향, 즉 ‘주의 초점’에 따라 외향(E)과 내향(I)으로 나누고,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인 ‘인식 기능’에 따라 감각(S)과 직관(N)으로 구분한다. 또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판단 기능’에서는 사고(T)와 감정(F)으로 나뉘며, 마지막으로 선호하는 삶의 패턴인 ‘생활양식’에 따라 판단(J)과 인식(P)으로 분류한다.
나는 이 중에서도 생활양식이 99.9999999% P이다. 한마디로 말해, 난 쌉P형 인간이다.
P의 설명을 살펴보면,
'유동적인 목적과 방향을 선호. 자율적이고 체계는 없지만 재량에 따라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인식'할 때까지 결정을 보류한다.' 라고 한다.
딱! 나이다.
나는 정말 P형 인간이다.
지금은 혈액형보다 MBTI로 사람을 분류하는 시대지만, 아주 옛날 우연히 한 검사에서도 나는 P의 기질이 압도적이었고, 그 이후 여러 번의 검사에서도 여전히 대문자 P로 확인되었다.
그렇게 나는 늘 벼락치기 인생을 살아왔다.
마감 시간이 임박해야야 비로소 내 능력이 100,000% 발휘되곤 했다.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준비할 때조차도, '계획 세우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심지어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인 '결혼'조차도 벼락치기로 진행되었다.
연애는 하고 있었지만 결혼은 좀 늦게 하고 싶었던 나는, 어느 날 문득 “올해는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엄마께 길일을 뽑아달라고 부탁했고, 날짜를 받은 채로도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다가 올해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감에 웨딩박람회를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 내가 원하는 날짜에 남아 있던 유일한 식장을 예약했고,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일정 속에서 급히 준비한 결혼식은 결혼 전 결혼사진을 받지 못해 원본 사진을 급히 편집해 청첩장에 넣어야 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마치 번갯불처럼 순식간에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선물처럼 아이가 바로 찾아왔다.
P형 인간인 나는 육아를 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육아는 정밀한 계획을 요구하는 일인데, 내 P 성향과는 정반대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한때는 처음으로 J형의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려 애썼지만, 결국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즉흥적이어서 할 수 있는, 즉흥적이어야 볼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하며 말이다.
이제는 누구를 흉내 내기보다는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워킹맘 P의 일상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