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현-5
현은 호기심이 많았다. 현은 내 몸을 궁금해했다. 현은 아무도 없을 때 갑자기 내 바지를 벗기고 속옷까지 내려 내 생식기를 보기까지 했다. 현은 내 생식기가 사자 같이 생겼다고 종종 나를 보고 사자라고 놀렸다. 다른 애들이 왜 내가 사자냐고 하면 현은 그런 게 있다며 빙긋 웃었다. 내 치부를 전부 까발리는 느낌이 들어 나는 수치스러웠다. 어느 날은 같은 반 아이에게 재밌는 것을 보여준다며 날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 칸에 날 박아 두고 현은 내 바지를 속옷까지 한 번에 끌어내렸다. 나는 뭐하는 거냐고 바지를 올리려고 했지만 현은 계속 바지를 내린 채로 게걸스럽게 웃었다. 내 생식기를 보자마자 따라온 아이는 갑자기 웃긴 것을 봤다는 듯 깔깔 웃어댔고 현은 그 아이를 웃겼다는 것에 성공해 뿌듯해했다.
현은 나랑 함께 다닐 때 어깨동무하는 것을 좋아했다. 촉각이 후천적으로든 선천적으로든 예민했던 나는 현이 어깨동무를 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리고 현은 어깨동무를 한 상태에서 갑자기 힘을 줘 내 허리가 확 꺾일 때까지 내 목덜미를 자주 잡아 내렸다. 자기 손으로 내 몸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게 마치 인형이나 로봇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즐겁게 느껴졌는지 현은 장난감을 거칠게 다루며 망가뜨리기 직전까지 힘을 주는 악동같은 표정으로 날 다뤘다.
현은 내 몸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는데 가끔 사타구니를 손으로 감싸듯 쳤다. 그게 너무 싫어서 몸을 뒤로 빼면 현은 피했다고 날 때렸다. 그러면서도 당황한 내 얼굴을 보고 즐거워했다. 어깨동무를 할 때면 내 목 뒤로 팔을 세게 감아놓고 내 어깨 아래로 손을 억지로 빼 내 젖꼭지를 꼬집었다. 만지는 것을 넘어서 아주 세게 힘을 줘 꼬집었기 때문에 난 현이 어깨동무를 할 때 언제 또 젖꼭지를 뜯을까 긴장해야 했다. 현이 어깨동무를 하면 내 몸을 꺾어서 아프게 하거나 내 젖꼭지를 뜯었기 때문에 현이 내게 어깨동무를 할 때 나는 어떤 종류든 고통이 다가올 것을 예비해야 했다. 물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나는 체념한 채 고통을 기다렸다.
현이 내 젖꼭지를 자주 잡아 뜯었기 때문에 내 젖꼭지는 항상 피부가 얇게 뜯어져 상처가 나 있었다. 젖꼭지 피부가 자주 뜯어져 젖꼭지 주변으로 하얗게 피부층이 벗겨져 일어난 자국이 없어지지 않았다. 현의 집에 있거나 해서 단둘이 한 공간에 있을 때 화가 나면 현은 의자에 앉아서 날 세워놓은 채로 발로 밀어 찼다. 그러면 내 사타구니 높이와 비슷했고 나는 급소를 맞아 아파하며 현 앞에서 벌벌 떨며 서 있었다.
현과 단둘이 남는 것은 내게 공포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현은 몸을 완전히 자유롭게 쓸 수 있었으며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려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학교에서 내가 무언가 현의 마음에 들지 않게 하면 현은 그것을 꼬투리로 삼아 내가 잘못했다는 이유로 벌을 주었다. 그 벌은 항상 현의 기분 내키는 대로의 행위였다. 현이 무언가 어거지로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식으로 엮어내면 나는 현에게 상을 줘야 했다. 그 상 또한 현의 기분 내키는 대로의 것이었다. 나는 현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매일 웃는 얼굴로 현을 시중 들 듯 맞춰주었다. 심지어는 단둘이 있을 때 현이 화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현에게 먼저 나서서 상을 주겠다며 마음껏 내 몸을 휘둘러도 된다고 하기까지 했다. 그럴 때 현은 피식 웃었고 나는 그 웃음 하나를 얻으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약쟁이처럼 가짜 안정감에 빠졌다. 물론 그렇게 하다가도 갑자기 현이 성을 내는 일은 자주 있었고 나는 속절없이 현의 주먹과 발에 고통받아야 했다.
학교에서도 현은 나를 자주 때렸다. 주변에서 놀랄 정도로 세게 때렸지만 나는 웃거나 조금만 아파하며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연기했다. 그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현과 나는 지금 평범한 친구들이 하는 평범한 장난 상황에 있을 뿐이야-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면서 동시에 현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발악이었다. 현과 내가 사실 장난하는 것이라고 주변 사람에게 보이다 보면 나 스스로에게도 최면을 걸 듯 사실 다 장난인 거고 그렇기 때문에 괴로워할 일 없다고 되뇌었다. 그리고 내 마지막 존엄을 지키고자 내가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연기하는 것이다. 온갖 복합적인 방어기제가 얽히고 설켜 나는 내 내면이 점점 딱딱한 껍데기에 둘러싸여 안에서 꼬이는 것도 알아채기 힘들어졌다.
괴롭힘이 극에 달하던 때, 현은 위험한 수준까지 날 괴롭혔다. 미술 시간이 있는 날 종이를 자르기 위해 가져온 사무용 가위를 가지고 놀다 현은 갑자기 내 팔을 가위로 잘라보자고 했다. 수업 시간 중이었고 나는 조용히 안 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수업 시간이라 크게 반응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현은 가위를 내 팔에 가져다댔다. 현과 바로 옆자리로 같은 2인용 책상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을 피할 수가 없었다. 현을 피하려면 아예 일어나 버리거나 선생님 눈에 띄게 몸을 크게 옆으로 움직여야 했다. 내가 피하는 정도로는 현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현은 사무용 가위로 얇게 포를 뜨듯 내 팔을 집었고 주방 가위보다 작은 사무용 가위였지만 스테인레스로 이루어진 쇠날 사이에 내 부드러운 팔 살이 꼈다. 현은 약하게 힘을 주었고 나는 주사를 맞을 때처럼 점점 강해지는 통증에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당연하지만 살이 그렇게 쉽게 잘릴 리 없었고 현이 힘을 풀고 가위를 빼자 가위에 집힌 대로 쐐기 모양 상처가 생겼다. 현은 그런 식으로 몇 번 더 가위로 내 팔을 난도질했고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이를 악물었다. 피가 맺혀 붉은 쐐기가 내 팔에 새겨졌고 현은 가위로 내 팔을 집는 동안 아주 재미있는 실험을 하는 것처럼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현은 마치 주종관계에 있는 것처럼 나를 부렸다. 쉬는 시간에 갑자기 날 엎드려 뻗쳐 자세로 있게 한다거나 그 상태에서 발로 찬다거나. 가끔은 아예 손 없이 군인들처럼 머리로만 엎드려 뻗쳐 자세를 하는 ‘대가리 박아’ 자세를 시켰다. 그리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내 체중을 버티는 동안 발로 내 몸을 밟듯이 하거나 머리 주변을 밟았다. 머리카락이 현의 실내화 아래 밟혀 낑겨 잡아당겨졌고 그러면 저녁쯤에 두피 여기저기에 혹이 났다. 나는 똥개 훈련을 받는 멍청한 고문관처럼 현의 말에 놀아났고 주변에서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현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맞거나 학교가 끝난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참한 꼴을 당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현의 명령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 없이 무조건적으로 이행했다.
현은 나를 인형처럼 가지고 놀다가도 내게 정서적인 반응을 원했고 그러면 난 웃으며 친구로서의 역할도 해내야 했다. 현은 종종 내게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는지 물었고 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미가 없어진 현은 좋아하는 순위를 3위까지 매기라고 윽박질렀고 나는 대충 같은 반 여자애들을 세 명 꼽았다. 현은 그 중 1위를 한 여자애한테 가서 고백하라고 했고 나는 엄벙덤벙 그 여자애한테 가서 좋아한다고 했다. 다행히 주변 아이들 모두 내가 헛소리를 한다고 받아들였고 일이 커지지는 않았다. 이미 나는 현에 의해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아이로 받아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현은 내가 그 아이에게 거절당했으니 그 아이에게 복수해야 한다고 했다. 현은 그 아이를 죽이라고 했고 나는 어떻게 그러냐고 했지만 현은 오늘 그 아이를 꼭 죽이라고 한 뒤 헤어졌다. 그때는 학기 말이라 현의 괴롭힘이 절정에 이르를 때여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날 괴롭게 했다.
다음날 당연히 그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등교했고 나는 현의 요구가 워낙 말도 안 되는 것이라 잊어버리고 있었다. 현은 2교시가 끝나고 나를 복도 으슥한 곳으로 부르더니 온힘을 다해 발로 날 찼다. 내가 당황해 왜 그러냐고 묻자 현은 악마 같은 얼굴로 그 아이를 죽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했다. 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 현이 어이가 없어서, 그리고 정말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었다. 현은 주먹과 발이 닿는 대로 날 때렸고 나는 그냥 맞고 있었다. 시원하게 날 때리고 분이 풀렸는지 현은 그 아이 일을 더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내 소꿉친구에게 고백하라고 억지로 편지를 쓰게 했고 다른 반에 있던 그 친구에게 편지를 전달하게 했다. 현은 자기 통제대로 움직이면서 한껏 수치스러워하는 내 모습을 즐겼다.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사람들이 게임으로나 하는 가상 심즈 게임을 현은 현실 세계에서 하고 있었다. 심은 가상 세계에서 수치스러워하지도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그냥 숫자로 보여주는 상태의 변화를 보일 뿐. 하지만 나는 현실세계의 인간 개체였고 그렇게 망가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