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렇다고 치자

自欺欺人

by 반달

“안녕하세요, KMS방송 ‘세상의 이런 일도’에서 나온 이해도 작가입니다. 제보하신 분이시죠?”

“아! 맞아요! 네 제가 제보했어요. 안으로 들어오시죠.”

이해도 작가는 손짓으로 PD와 카메라 감독을 부르며 먼저 집안에 들어갔다. 이상 PD는 물었던 담배를 급히 바닥에 던져 끄며 카메라 감독에게 큐 사인을 넣는다. 고인중 카메라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서트 따던 것을 잽싸게 마무리한다.

“제가 너무 마음이 떨려서... 으허허... 이런 일이 제게 처음이기도 하고, TV출연이라니.. 아하하...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저 이거 방영이 언제죠?”

제보자인 정관조는 얼굴이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고 방송일자를 묻는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어... 방송은 아마 2주 정도 뒤에...”

이해도 작가의 친절함이 불쾌하기라도 하듯, 이상 PD는 말을 자르며 말했다.

“방송은 일단 제보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해지는 거라서요.”

“아... 그렇군요... 그래도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정말 깜짝 놀라실 거예요. 저도 이런 일은 처음 이라니깐요.”

이해도 작가는 이상 PD를 눈에 띄지 않게 째려본 뒤 립 서비스 웃음을 지으며 제보자인 정관조를 바라봤다.

“그러시군요. 정말 궁금하네요! 혹시 TV에 얼굴 나오시는 거 괜찮으시죠? 혹시 성함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제보자 정관조는 열렬히 환영의 표시를 취했고, 거울 따위는 지금 사치라며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급히 매만졌다.

고인중 카메라 감독은 바로 숨을 한번 꼴닥이고 정관조의 얼굴을 크로즈 업 했다. 이상 PD는 마치 관심 많은데 관심 없어하는 동네 사람들처럼 그들 뒤에서 조용히 들었다.

“한 일주일 전쯤이었어요. 제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밖에 나가거든요. 아침 잠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요. 아하하. 사실 제가 사진 찍는 걸 해요.”

이해도 작가는 반색하며 “어머! 사진작가세요? 멋있다~”라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으레 작가들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 정도쯤은 일도 아니다.

정관조는 슬쩍 움찍 했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별스타에 올리는 정도인데... 어때, 백수라고 하긴 그렇잖아. 그냥 사진 찍어 올리니깐 사진작가지 뭐.)아 하하, 뭐 그런 비슷한 일 해요. 사진 찍어서 별스타에도 올리고요.”

“그러셨구나... 그래서 어떤 신비한 것을 보셨던 거세요? “

“네 그러니까, 제가 아침에 둑방 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저기 멀리 하늘에서 이상한 게 쓱 지나가는 거예요. 처음에는 새 인가했어요. 여기가 보시다시피 시골이라, 새가 있는 건 흔하거든요. 근데 사람이 촉 이란 게 있잖아요. 이건 새가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얼른 자전거를 내던지고 폰을 꺼내서 셔터를 눌렀죠. 생각보다 하늘에 오래 떠 있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에 여러 장 찍혔어요.”

정관조는 이해도 작가에게 자신의 별스타에 업로드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수영복 입고 멋진 척하는 사진, 카페에서 이름 모를 예쁜 여자와 다정한 척하는 사진, 자기 차가 분명 아닌 듯한 멋진 스포츠카 앞에서 순간적으로 소유의 맛을 느끼기라도 하듯 더 멋진 척하는 거의 사진들이 함께 스크롤 압박과 함께 팝업 되어 이해도 작가는 다소 당황하였지만, 속으로 '관종이네..' 정도로 넘어갔다.

고인중 카메라 감독은 핸드폰에 카메라가 아닌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사진을 손가락으로 연신 요주의 물체 사진을 확대해 보며 마치 진위여부를 가리기라도 하듯 꽤 진지하게 보았다.

“이거 UFO 인가 봐.”

고인중 카메라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정관조가 할 말을 가로챘다.

“맞아요! 제 말이 그거예요. UFO 더라고요! 제 생에 처음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사진 찍히는 게 사실 아주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이게 생각보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어서 제가 찍자 마자 바로 그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갔어요.”

실제로 사진에는 옆으로 긴 목성 같은 회색의 물체가 찍혀 있었다. 꾀나 여러 장이고 모양은 일관되었다. 분명 새나 드론 따위는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제보자 정관조의 말이 맞다.

“어 그럼... 혹시 실체도 확인하셨어요?”

꽤 날카로운 질문. 가만히 있던 이상 PD는 모처럼 잘했다는 듯 이해도 작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쫓아가 보니 이게 착륙은 안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거리가 안 좁혀졌어요. 쫓아가도 계속 달처럼 거리가 그대로 유지되어라고요. 근데 사람이 궁금하잖아요, 진짜 그게 뭔지. 그래서 저도 오기가 나서 갔죠. 근데 갑자기 거기서 저한테 빚을 쐈어요.(이렇게 이야기해도 되겠지?)”

“빛을 쐈 다구요?” 이해도 작가는 이제 진실로 흥미가 돋기 시작했다.

“맞아, 나도 언제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UFO가 실체를 드러내기 싫어서 실체를 본 사람들을 죽이거나 그렇게 빛을 쏘기도 한다고. 왜 그 서프*이즈에서도 그런 거 나오잖아. 납치당하기도 하고 그런 거.” 고인중 카메라 감독이 이미 넘어간 듯 자신의 얕은 UFO 지식을 드러낸다.

“맞아요, 그래서 진짜 해를 정면으로 본 것처럼 순간 눈이 멀어버린 줄 알았어요.”

이해도는 이런 장면을 재연 장면으로 넣으면 되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캐물었다.

“어머! 외상은 없으셔요? 빛이 강렬해서 화상을 입었다거나 실제로 시력이 나빠졌거나...”

이해도의 질문에 이번에는 고인중 카메라 감독이 말을 가로채며 질문을 던진다.

“혹시 신비한 능력이 생겼거나 아니다, 혹시 외계인을 직접 보시거나 한 건 없으세요?”

이상 PD의 얼굴이 처음으로 움직여 정관조를 쳐다본다.

“(그려본다 할까?)어.. 신비한 능력이 생긴 건 없고... 뭐랄까... 실루엣을 본 것 같긴 해요. 그리라 하면 그려 볼 수 있어요.”

이해도 작가는 잽싸게 자신의 수첩 한 장을 뜯어 펜을 내어주었다. 고인중 카메라 감독은 이번에 정관조의 그림에 카메라를 클로즈업한다.

“어.... 제가 그림 솜씨가 좋진 않은데... 이렇게? 음... 이런 실루엣 비슷했어요.”

“사람 형체네요. 사람이랑 비슷한 생김새와 크기 인가 봐요.”

“네 그런 것 같았어요. 근데 좀 키가 크진 않은 듯했어요.”

이해도 작가는 뭔가 더 이야깃거리를 찾고 싶었다. 그러니까 뭐랄까... 좀 더 방송감이 될만한 것 말이다.

“평소에 UFO를 믿으셨어요? 외계인이나 이런 미확인 생물에 대해서요. 지금은 실체를 보셨으니, 혹시 믿게 되셨다거나, 생각이 바뀌어서 삶까지도 달라지신 게 있다거나.”

정관조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 현실주의자였어요. 존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아닌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죠. 그래서 UFO에 대해서는 1도 생각한 적 없는데 이번에 이렇게 UFO를 목격하고 나서 깨달았어요. 진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구나. 제가 또 눈으로 보고 찍었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욕하거나 못 믿을 리가 없죠. 제가 찍었잖아요. 이 봐요, 별스타에 사람들이 하트 찍은 게 1만이 넘어요. 댓글만 봐도 사람들이 '헐, 우와, 님 진짜 짱이네' 등 다들 난리예요. 다들 저에게 작가님처럼 그 이후 이야기를 궁금해한다니까요. 로또 번호가 보이냐 묻는 사람도 있고요 하하. 이제 사실 제일 저에게는 달라진 점이죠.”

이해도 작가는 부지런히 받아 적으며 대본 구상을 시작한다. 고인중 카메라 감독도 분주히 다음 촬영을 위해 카메라 렌즈를 고른다.

가만히 듣던 이상 PD가 집 밖으로 나간다. 이해도 작가는 잠시 쳐다본 뒤 정관조에게 쉬었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자고 말하고 따라나섰다. 고인중 카메라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며 정비를 이어간다.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려다 이상 PD는 카메라 감독을 향해 나오라 손짓한다. 고인중 카메라 감독은

'바빠죽겠는데 부르고 난리야'라는 퉁명스러운 눈으로 어기적 일어난다.

나와서도 다시금 말없이 담배만 피우던 이상 PD에게 자신이 취업 후 직접 선택한 첫 제보사례가 방송감인지 확인받고 싶은 이해도가 비로소 본심을 물어본다.

“선배님, 이거 괜찮죠?”

이상 PD는 눈길도 안 주고 두 사람에게 나지막이 한 마디 했다.


“야, 접자.”


두 사람은 실망과 아쉬움, 의아함이 뒤섞인 모양새다.

“찍어보고 결정하시죠. 제보자가 뭔가 더 이야기할 거리가 있을 것 같고, 진짜 UFO 오랜만이잖아요. 올드하지만, 시선 끌기 좋은 소재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진 진짜예요, 그건 제가 카감으로서 보장하죠! 사실 저는 외계인 믿거든요 PD님. 저 어릴 때 미국 펜타곤에서 외계인 시체를 해부했냐느니 그런 이야기 들으면 진짜 궁금했어요. 나한테는 왜 그런 게 안 나타 나나 싶고. 요즘은 방송에서 외계인 소재 거의 없어요. 오히려 블루오션이 될 수 있어요. 그 제보자 약간 방송 욕심도 있어서 쇼맨십 있게 말도 잘하는 것 같고요. 이 작가가 말을 잘 만들면 그래도 이번 회차는 그냥저냥 넘어갈 것 같은데요. 다른 제보들은 다 심드렁했다면서요.”

고인 중 카메라 감독에게서 약간의 회유, 약간의 진정성과 호기심이 보인다. 이해도 작가도 이에 말을 보탠다.

“PD님 제가 잘 말 만들어볼게요. 처음 선정 때부터 별 이야기 없을 거라고 PD님이 말은 하셨지만 고 감독님 말씀처럼 저희 다른 소재들이 다 별로였잖아요. 그건 PD님도 아시면서.”

이상 PD는 다시 새 담배를 꺼내며 말한다.

“저 사람이 더 본 게 없어 보이는데 이야기가 나오겠어? 뭐 새로운 이야기 하는 것이 있나 궁금해서 왔더니 별거 없는 것 같다. 저런 관종에게 사진이나 찍히고... 저 사람... 현실주의자는 맞는데 실증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네 뭐. 키가 작고 사람 실루엣이었다고? 그건 이전에 다른 방송에서 다 나온 이야기잖아. 이야기 만들기가 어려워. 진짜인 사진 하나 가지고 요즘 방송 안돼.”

“잘 편집해서 릴스로 밈 되게 해 볼게요 PD님 진짜로 방송이 낼모레예요. 찍어둔 여분도 없고요.”

첫 번째를 망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이해도 작가에게 엿보인다. 갑자기 외계인 덕후를 고백한 고인중 카메라 감독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상 PD는 두 사람의 간절함에 담배 맛이 떨어졌나 보다. 반쯤 남은 담배를 바닥에 짓누르고 반 포기한 채로 하늘을 봤다.

지나가는 사람을 기다린 담벼락 강아지 마냥 제보자 정관조가 문을 반쯤 연 채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

“에이 씨! 결국 다시다 엄청 처서 삼류 SF소설 하나 만들어지겠구먼. 빨리 찍고 올라가자, 날씨 더럽게 춥다.”

이상 PD는 하늘을 여전히 하늘을 보고 있지만, 두 사람은 OK 사인이라 확신하며 정관조에게 들어가자고 손짓한다. 그들은 이미 정관조에게 몸도 마음도 향해 있다.


하늘을 보던 이상 PD가 한숨 쉬며 정면으로 고개를 내렸다. 그의 동공이 순식간에 마치 뱀 같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눈에서 사람의 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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