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成一簣
이것은 우리 비둘기가 파렴치한 인간들에게 복수를 가하여 오랜 기간 쌓여온 원한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인간을 우리에게 굴복시켜 지구의 터전을 확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우리 비둘기들은 지금 시대 인간들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먼 옛날부터 그들의 조상이 우리에게 신세를 지며 살아왔다.
창세기 때 하나님이 인간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 대홍수를 내린 이후에 가족들과 함께 노아의 방주로 피신한 노아가 너무 지쳤는지 뭔지 땅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에게 사정사정해서 우리가 그의 부탁을 들어준 적이 있다. 인간은 역시 허약한 것이 날지를 못하니까. 우리 조상은 그를 대신해 먼 거리를 날아 증빙자료로 올리브 가지를 친히 물어와서 땅이 있다는 것을 그에게 알려주어 인간들이 살 수 있도록 큰 공을 세웠다. 또한 인도에서는 인간이 죽으면 사후세계 무사히 갈 수 있도록 길안내도 했다. 저승길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그걸 하셨다니 정말 조상에 대한 무한한 감탄이 느껴질 따름이다. 지금 인간들이 살 빼고 슬림라인을 만들겠다고 하는 요가 자세(비둘기자세)도 다 우리의 행동을 우러러보아 만든 것 아닌가. 우리는 열심히 편지도 날라주었고 집에서 앵무새 놈들보다 사랑받기도 했다. 왜냐! 당연하지 않은가! 우리는 불멸의 상징이었고 평화의 심벌이자 성령이었으므로 인간에게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근데 지금 이 시국은 어떠한가. 우리는 멸시와 비난, 우리의 터전을 빼앗기다 못해 동족은 잡아 먹혀 죽기도 한다. 이건 매우 통탄할 일이다. 우리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308종의 위대한 종족들이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먼저 인간들은 우리가 번식력이 높아 귀찮고 도시의 골칫거리라 말한다. 엄밀히 말하는데 우리도 가족계획이란 것을 한다. 알다시피 낳아봐야 2알 정도이다. 기껏해야 다산하는 자가 5개 정도인데 이는 다른 새들에 비하면 굉장히 합리적인 자녀 수이다. 알다시피 여러 요인들로 인해 우리의 알들은 2개 낳는다고 2개가 다 살아서 부화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보다 상위인 짐승의 습격, 인간들의 나무 벌목 등 우리에게는 난관이 많다.
오히려 인간은 자신의 터전을 만들겠다고 오래전부터 도움을 주었던 우리를 배신했다. 도시를 만들어 우리를 그곳에 내몬 것은 그들이다. 근데 본인들이 만든 유토피아가 더러워지는 것을 우리에게 탓하고 있다. 그게 왜 우리의 오물 탓인가! 그들이 스스로 공해와 각종 쓰레기로 더럽힌 건 생각지도 않나 보지? 그리고 자기네가 토한 것을 우리가 먹어 깨끗이 청소해 주는데 왜 우리에게 도시를 나가라 하는가! 우리가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인지 잘못된 생각이다.
지나가며 우리를 피하는 인간들도 그러하다. 어떤 인간은 비둘기 포비아가 있다면서? 아니, 우리가 그들이 더 무섭다. 덩치 큰 것들이 우리가 우루르 모여있는 게 뭐 무섭다고 호들갑인지. 확 그냥 날개를 펴버릴까 보다.
우리의 생김새를 욕하는 놈들도 많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에게 잘못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언제는 평화의 상징이라고 하며 88 올림픽 때 우리 보고 알 얼른 나아가 다들 자유다 하며 기껏 나가기 싫다는 것들도 풀어주더니 이제는 우리의 개체수를 통제하겠다고 알을 가져가기도 하고 우리에게 먹이를 주는 착한 인간들을 통제하려 한다. 아니, 길고양이들도 얻어먹고 사는데 우리는 왜 다른가?
그리고 우리가 푸드덕거리면 병균 옮긴다고 피하는 인간도 있다. 물론, 우리가 병이 없는 친구들이 아예 없다고 말 못 한다. 그러나 인간도 그러하지 않은가! 자신들도 여기저기 기침하고 다니고 마스크도 안 쓰고 다니고, 우리 같은 야생동물이 몸에 좋다고 하면서 잡아먹어 병나는 특이한 인간도 있는데 그게 왜 우리 탓인가. 우리가 옮기는 질병보다 낙타나 박쥐 등이 옮기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더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하니, 우리가 그런 바이러스를 가지지 못한 것이 오히려 한이 된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우리가 가진 회귀 능력, 지능, 인간과의 밀착 환경을 활용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이고 그리고 천천히 인간들을 우리에게 굴복시키려 한다.
첫째, 우리의 구호는 ‘구구’이다. 새로운 작전을 시작할 때마다 ‘구구’를 외친다. ‘구구구’ 아니다, ‘구구’이다.
둘째, 우리는 이제부터 인간이 편지나 물건 배달을 요구하면 모른 척한다. 아니면 오류 전송도 좋다. 그 대신 이것은 학대나 역사의 오명으로 기록되는 후속조치가 있을 수 있으니 내용을 보고 치명적인 것은 본부와 상의해서 진행여부를 결정한다. 우리의 목적은 복수이다. 복수는 천천히 상대를 괴멸시키는 것이 목적임을 잊지 말라.
셋째. 일부 조(鳥)력들은 돼지, 낙타, 박쥐 등에게 파견할 테니 인간에게 전파할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라. 비둘기에게는 피해가 없되 인간에게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을 위해서는 벌을 만나는 것이 좋은데.... 요새 벌들이 없어서... 근데 적어도 닭에게는 물어보지 말 것. 닭은 닭대가리이다.
넷째, 식용이나 애완용 비둘기들은 최후 병기이므로 본부 지시 전까지는 본임을 한다.
다섯째, 길에서 사람들이 다닐 때 무리 지어 있어라. 사람들이 지나갈 때 푸드덕거려 그들을 혼란하게 한다. 길을 막거나 눈에 먼지가 들어가게 해도 좋다. 우리에게 오히려 포비아를 느끼게 해라. 우리를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여섯째, 난간 등에서 배변하지 말고 날아가면서 배변해라. 머리에 똥을 맞히라는 말이다.
일곱째, 알을 절대 사수하라, 공무원 나부랭이들에게 절대 자식을 내어주지 말라. 자녀는 자산이다.
여덟째, 안테나, 전깃줄 등에 참새들처럼 앉아서 기능을 마비시켜라. 그들은 이 선들 없이는 살 수 없는 약한 존재들이다. 전기에 의존하는 나약한 인간들...
아홉째, 인간의 오물을 먹어치워주지 말라. 우리 그렇게 없는 놈들 아니다. 그들의 오물은 그들이 치우게 하라
열 번째, 그들의 머리나 어깨에 앉아라. 그래야 우리가 우러러볼 수 있다.
자, 다 받아 적었지? 이제 이 작전을 배포하고 전 세계적으로 내일부터 실시함을 알려라.
A 비둘기: '저.... 죄송한데요... 글을 몰라서.... 전 적어준 거 전달만 해봤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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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