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가 공간이 되는 방식

삶의 감도를 높이는 고요한 배려의 설계

by 지감독

과거의 고급 주거가 ‘보기 좋은 집’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면, 지금의 하이엔드 주거는 ‘사는 방식’ 자체를 제안한다. 그 핵심에는 웰니스가 있다. 단순한 피트니스 센터나 스파 시설을 넘어, 일상을 회복하고 내면을 돌보는 태도까지 아우르는 공간 전략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사용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디지털로 가득 찬 일상에서의 해독 공간, 그리고 삶의 리듬을 조율할 수 있는 집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엔드 유저일수록 바쁜 삶 속에서 "회복 가능한 사적 공간", 또는 "쉼의 품격"을 집 안에서 기대하게 된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고급 주거는 웰니스를 단순한 '부대시설'이 아니라, 공간 철학의 일부로 통합해가는 중이다.



공간의 중심이 되는 웰니스

웰니스가 공간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피트니스 시설 하나 추가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주거 내의 동선, 프로그램, 마감재, 심지어는 조망의 방향까지 재구성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프라이빗 피트니스, 건식 사우나, 클린 에어 시스템처럼 기능적인 요소는 기본이 되며, 조명의 색온도와 시간대에 따라 변하는 스마트 조명 설계까지 적용되면서 웰니스는 하나의 감각적 체계로 구현된다. 예를 들어, 전면 유리창 너머로 자연이 펼쳐지는 뷰 배스(View Bath)는 단순히 멋진 욕실을 넘어서 심신의 회복을 유도하는 설계이며, 이는 자연과의 연결을 통한 감정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스파, 요가룸, 명상실과 같은 공간은 단순한 운동이나 휴식의 장소를 넘어, 사용자의 내면을 정돈하고 감각을 리셋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조도, 음향, 질감 등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가 매우 고도화되어 있다. 결국 하이엔드 주거에서의 웰니스란 단일한 시설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주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 교차 배치된 복합적 전략이며,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서, 건강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밀한 설계의 결과물이다.



웰니스를 완성하는 마감재와 디테일

웰니스가 단순히 보여지는 시각적인 요소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웰빙은 공간을 구성하는 촉감, 온도, 소리, 향 등 오감의 조화를 통해 구현되며, 그 중심에는 마감재의 선택이 있다. 예컨대, 매트한 질감의 석재 벽면은 강한 반사를 줄여 공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자연광이나 간접 조명과 어우러져 시선을 부드럽게 만든다. 손에 닿는 문 손잡이나 벤치의 재질, 발이 닿는 바닥의 촉감까지—하나하나의 감각적 경험은 곧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편안함의 밀도’가 된다. 특히 사우나, 스파, 욕실과 같은 웰니스 중심 공간에서는 천연 목재나 대나무, 따뜻한 색감의 타일, 미세한 소음을 흡수하는 천장 마감 등이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은은한 나무 향, 물 흐르는 소리, 발을 디딜 때 느껴지는 감각적인 반응은 비가시적인 요소이지만, 사용자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중요한 장치다. 이처럼 하이엔드 주거에서 웰니스는 단지 ‘기능’이 아니라, 공간과 재료, 감각이 어우러진 통합적 설계 전략으로 구현되고 있다.



웰니스를 브랜드화 하다

웰니스는 이제 단순한 휴식이나 피트니스 시설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선보이는 브랜디드 레지던스들은 웰니스를 주거의 핵심 가치로 삼아, 공간 자체를 ‘건강한 삶을 디자인하는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단순히 트레이닝 시설이나 스파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 건축적 설계와 브랜드 철학이 통합된 웰니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aman_tokyo_panorama_suite_bathroom_0.jpg?itok=pvmn1bwP 아만 레지던스 (Aman Residence)의 뷰 배쓰


예를 들어 아만 레지던스(Aman Residences)는 자연과 고요함을 중심에 둔 건축 철학을 기반으로 명상실, 온천형 욕조, 뷰가 강조된 욕실 설계 등을 통해 ‘회복의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식스센스 레지던스(Six Senses Residences)는 지속가능성과 감각적 웰빙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클린 에어 설비, 내추럴 톤의 마감재, 자연 채광 중심의 배치 등 공간 전반에 ‘에코 웰니스’를 설계 단계부터 통합한다. 이 외에도 포시즌스, 불가리, 에디션, 페닌슐라 등의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은 웰니스를 브랜드의 시그니처 자산으로 삼아, 전용 스파 플로어, 프라이빗 요가룸,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가 상주하는 웰니스 데스크 등을 포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진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단지 안에 자연이 흐르는 길을 만들거나, 조도와 향기, 공기질까지 통합 관리되는 스마트 웰빙 시스템이 포함된 프로젝트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대시설이 아니라, 거주자의 심리적 안정과 삶의 리듬을 조율하는 감각적 플랫폼으로 웰니스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웰니스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사용자의 감정과 습관에 깊이 관여하는 요소가 된 지금, 하이엔드 주거에서의 웰니스는 ‘공간의 철학’이자 ‘감도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웰니스는 이제 단순히 ‘건강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조율하고 내면을 회복하는 정서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 주거에서의 웰니스는 공간, 감각, 재료, 운영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인 설계 전략이다. 프라이빗하게 분리된 구조, 절제된 조도, 천연 마감재에서 느껴지는 온기, 그리고 사용자의 루틴을 존중하는 프로그램 운영까지—이 모든 요소가 균형 있게 작동할 때 비로소 '웰니스가 되는 공간'이 완성된다.

이제 고급 주거의 경쟁력은 더 이상 평면도나 마감재의 고급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는가, 얼마나 회복되는가, 그리고 그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지속될 수 있는가가 진정한 차별점이 된다. 웰니스는 그 감도의 기준이자, 앞으로의 하이엔드 주거를 규정지을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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