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드 레지던스의 확장
매일 아침, 정돈된 침구와 은은하게 퍼지는 향, 커튼 너머로 펼쳐지는 동경하던 조망.
이런 경험이 일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호텔 같은 집’을 선호하는 이유다. 높은 천장고, 포멀한 조명 톤, 간결한 수납, 매끄러운 마감. 편안하면서도 절제된 감도가 느껴지는 그 공간을 닮고 싶어 한다.
이러한 선호는 단순한 인테리어 스타일의 모방을 넘어서 삶의 리듬 자체를 호텔처럼 살고 싶은 욕망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행지에서 경험했던 여유와 안정을 이제는 일상 속에서도 누리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 라는 새로운 하이엔드 주거 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단순히 ‘호텔처럼 생긴 집’을 의미하지 않는다.
호텔이 지닌 품격 있는 운영과 정제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까지 집 안으로 들여온 진화된 주거 플랫폼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포함된 이 모델은 특히 바쁜 삶 속에서도 케어받는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현대의 하이엔드 유저들에게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는 호텔의 고급 서비스 체계를 일상으로 들여오면서도, 전용 주거 공간의 프라이버시와 독립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주거 형태다. 초창기에는 장기 체류 외국인을 위한 숙소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일상을 호텔처럼 정제된 리듬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로컬 고소득층의 수요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는 단순히 호텔식 청소나 룸서비스를 넘는다. 운영 구조부터 생활의 리듬까지 공간 전반이 리디자인되고 있으며, 세탁·청소·식사 같은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요소는 외부화되고, 거주자는 자기다운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고급 호텔에서 경험하는 일관된 서비스 퀄리티와 세심한 배려가 주거로 이어지며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경험 중심의 주거 모델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과 서비스의 접목으로 시스템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프라이빗 셰프나 요가 강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전용 앱으로 청소 예약, 조명·커튼·온도 제어, 커뮤니티 프로그램 신청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단순한 공간의 고급화를 넘어 사용자의 시간·감각·삶의 질까지 관리하는 체계로서 기존 고급 아파트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주거 경험을 제공한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이미 글로벌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고급 주거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만 레지던스 도쿄(Aman Residences Tokyo)’는 프라이빗 스파, 피트니스, 요가룸은 물론 아만의 시그니처 웰니스 프로그램을 그대로 주거에 이식해, 브랜드의 감성을 거주 경험으로 전환한 대표 사례다.
‘포시즌스 프라이빗 레지던스(Four Seasons Private Residences)’는 도시별 맞춤형 서비스와 글로벌 운영 시스템으로, 이동이 잦은 글로벌 거주자들의 선호를 이끌고 있다. 이외에도 불가리, 에디션, 세인트레지스, 페닌슐라 등 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이 앞다퉈 주거 시장에 진입하며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외연을 넓히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 청담동의 ‘레이어드 청담’은 하우스키핑, 세탁 서비스, 카페&와인 라운지, 입주민 전용 공간 등 고급화된 소프트웨어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주거를 제안한 바 있다. 부산 센텀시티의 '원센텀 레지던스'는 피트니스, 클럽라운지, 컨시어지 운영과 룸클리닝 서비스까지 호텔식 운영 체계를 주거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하드웨어의 고급화에 머무르지 않고, 운영과 관리 체계까지 정교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입주민은 고급 호텔처럼 룸서비스, 프라이빗 셰프 호출, 외부 손님 응대, 세탁물 수거 등을 집 안에서 누릴 수 있으며, 공간이 어떻게 ‘경험되고 운용될 것인지’까지 디자인된 주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 주거 형태가 주목받는 이유는 트렌드를 넘어서, 현대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첫째, '자기 관리'와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가는 ‘집’에 대한 정의를 바꾸고 있다. 단순히 쉬는 공간을 넘어, 회복하고, 돌보고, 정돈되는 플랫폼으로서의 주거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고소득층의 시간 민감성이다. 하이엔드 사용자일수록 바쁜 일정 속에서 일상적인 소모를 줄이고자 한다. 주거 내의 케어 시스템은 이러한 니즈에 직접 대응하며, 일상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정제된 라이프스타일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셋째, 브랜드 가치에 대한 신뢰도 주요 요인이다. 아만이나 포시즌스처럼 이미 호텔 경험을 통해 축적된 브랜드 자산은, ‘삶의 방식까지 제안하는 주거’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브랜드의 운영 퀄리티, 미감, 라이프스타일 철학을 주거에 접목해, 신뢰 기반의 주거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1인 고소득 가구와 글로벌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의 확산도 주요한 흐름이다. 기존의 대가족형 평면이나 시설보다, 혼자 또는 둘이 살며 정제된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누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소유’보다 ‘사용의 질’을 중시하는 세대의 등장과 맞물려, 서비스 중심 주거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더 이상 특정 고객층을 위한 틈새 주거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질, 시간의 쓰임, 감도의 일관성을 모두 실현할 수 있는 하이엔드 주거의 새로운 표준이자, 감성적 수요를 시스템으로 실현해낸 고도화된 라이프스타일 모델이다.
결국, 집은 이제 단순한 공간이 아닌 총체적 경험의 장이 된다. 그리고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그 경험을 가장 정제되고 섬세한 방식으로 설계한 주거의 진화형이다. 앞으로 고급 주거 시장의 질문은 점점 더 ‘어떻게 살 것인가’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의 중심에는, 분명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