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여행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념품
지난 주 짧은 일정으로 오사카에 다녀왔다.
오사카 여행은 대체로 맛있는 음식과 쇼핑으로 채워진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 사이사이에 간간히 문화적인 쉼표를 찍듯 나카노시마 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에서 자연스럽게 들른 아트샵에서 나는 또 어김없이 엽서 코너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엽서들 사이를 오가며 하나하나 손에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면서
특별히 쓸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 여행의 순간과 그것을 기념하는 종이 한 장이 괜히 좋아서였다.
여행을 가면 유독 엽서를 많이 사오게 된다. 잔뜩 진열 된 종이들 사이에서 이 여행지를 가장 닮은, 잘 표현하는 한 장을 고르는 일. 그게 그 여행지의 사진일 때도 있고, 어떤 작품일 때도 있고 그저 귀여운 일러스트나 그래픽 일때도 있다. 그 때의 기분에 따라 고르게 될 한 장이 여행의 추억으로 남는다.
엽서가 좋은 이유는 분명하다. 다른 기념품들에 비하면 가격 부담이 거의 없고, 크기가 작아 보관이 쉽다.
어떤 기념품은 들고 다니는 것도 번거롭고 집에 가져오자마자 둘 곳이 애매해지기도 하지만
엽서는 서랍 속에 두어도, 책장 사이에 끼워 두어도 자연스럽다.
여행의 기억을 과하지 않게 남길 수 있는 물건이라는 점이 나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다.
여행지에서 모은 엽서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소품이 된다.
이미 너무 여러장이 모인 엽서들을 스크랩북으로 정리하면 시간 순으로 다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고,
마음에 드는 한 장은 작은 액자에 넣어 벽이나 선반 위에 두고 하나의 오브제로 즐긴다.
가구처럼 크지 않고, 그림처럼 부담스럽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존재감이 엽서의 매력이다.
가끔은 마음에 드는 한 장을 골라 마음을 담는 카드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뭔가 더 특별한 것을 선물하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그리고 집에 놓여진 엽서들에 문득 시선이 머물게 되면 " 아, 그때 그 곳 참 좋았었지" 하고
잠깐 여행을 떠났던 기억으로 돌아가게 된다.
엽서는 유행도 없고 기능도 미미하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그 의미가 깊어진다.
여행지에서 고른 작은 종이 한 장이 지금의 집과 나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는 것.
아마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여행을 떠날 때마다 엽서를 한 장씩 고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