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의 슬기로운 결혼생활
누군가와 같이 살면 꼭 트러블이 나는 것이 바로 집안일이다. 의식주를 함께 해야 하니 혼자 살 때 와는 달리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남과 살면 세탁기 돌리는 방식도 설거지하는 타이밍도 화장실 청소의 기준도 어느 하나 맞는 것이 없다.
우리는 그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생활적인 면에서 찰떡콩떡 맞았다. 정확히는 초기엔 맞는다고 생각했다.
상황적인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았다. 나는 대학교와 대학원 생활을 전부 기숙사에서 했으며 3인 1실, 2인 1실을 기본으로 지내왔다.
7년을 남과 살았고 이후에는 사회생활을 하며 자취를 시작했다.
그도 20살부터 집에서 독립하여 각 지역의 팀을 옮겨 다니며 숙소 생활을 했다. 약 10여 년이 넘게 팀 생활을 하고 있으니 집단생활에는 익숙하다.
즉, 이 말은 가족 외에 타인과 함께 오래 지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게 중요한가 하겠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타인과 오래 지내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내 친구들과 동생만 해도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룸메이트가 맞지 않아 반년 만에 전부 나왔다.
혼자가 편한지 함께가 편한지 이 부분은 후에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이 나이 쯤되니 다녀온 친구도 생겼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또 다른 세계관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차차 정리해서 영상으로 만들어보겠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싶겠지만 들어보시라.
둘의 청결도는 비슷했다. 서로 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물건이 흐트러져있는 꼴을 잘 못 본다.
한 명이 치우면 한 명도 무조건 치우고 있다. 성격 상 더러운 꼴을 그냥 두기 어렵다.
그가 백수시절 내 집에 눌러 있을 때부터 가사분담이 눈치껏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한 번도 누가 뭘 하자고 정한 적이 없이 서로 알아서 해낸다.
생활면이 잘 맞아서 이것으로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 둘은 생각했다. 이 정도면 같이 살기 난이도 '하'인데? 이것보다 난이도 상인 룸메들은 수년간 만났으니까.
대체로 이런 식이다. 빨래는 거의 내가 돌린다. 수건을 나눠서 돌리기도 하고, 이염이 있는 옷은 따로 분리해서 소량 세탁을 한다.
빨래를 할 때 내가 더 꼼꼼하다. 그렇다면 그는 빨래가 다 됐을 무렵 본인이 눈치껏 빨래를 널기 시작한다.
나는 집안에 머리카락 떨어져 있는 것이 싫어 매일 밀대를 밀어댄다. 그러면 모아둔 머리카락과 먼지를 치우는 일은 가끔 그가 해준다.
내가 요리를 해주면 그가 설거지를 한다. 화장실 청소는 내가 주로 하는 편인데, 쓰레기 버리는 일은 그가 주로 한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주로 그와 내가 한다는 것이지 한 명이 그날에 힘든 기색이 있다면 나머지 한 명이 전부 할 때도 있다.
생리통이 심해 누워있는 날에는 모든 집안일은 그가 한다. 그가 부상을 당한 날이면 내가 특급 대접을 해준다. 그것을 우리는 서로 감사해한다.
그리고 같이 하는 날도 많다. 빨래를 같이 널거나 요리를 같이 하거나 설거지를 같이 한다.
같이 살아보면 그렇다. 집안일이라는 게 누가 더 많이 하고 누가 더 적게 하고 정확하게 나누기가 어렵다. 특히 맞벌이를 하고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사실 어떤 순간은 누군가는 좀 더 많이 하고 있을 때가 있다. 시간이 좀 더 있는 사람, 체력이 좀 더 되는 사람이 하게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딱딱 정해놓고
하면 참으로 골치가 아파진다.
듣는 사람이 감정이 너무 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는 게 늘 똑같지는 않으니까.
그가 내게 닦달을 하지도 내가 그에게 닦달을 하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는 이렇게 말은 한다. "엇 이거 해주면 좋겠다~" "다음에 이렇게 해줄 수 있어?"
좋게 상대에게 말을 해주지만 사실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응 노력해 볼게" "알겠어 미안해" 한마디면 된다.
사실 가끔은 한 명이 미뤄놓고 안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이 사람이 오늘은 하기 싫은 날이구나 하고 기다려준다.
그러다가 3일째 되면 슬쩍 말해보거나 그냥 내가 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서로 해준다. 그러면 큰 일도 없다.
대부분은 그다음 날 자신의 집안일을 다 해낸다. 그럼 상대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면 그만이다.
우리는 꼭 하는 말이 있다. '고생했네, 고마워' 집안일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내가 요리를 해주면 그는 '너무 맛있다. 고마워~' 그가 설거지를 마치면 '너무 고생했다. 얼른 누우러 와~' 과일을 씻어주는 상대에게 '최곤데?' 한마디면 된다.
물론 진심도 담겨있지만 훗날에 말버릇처럼 되더라도 그것에는 우리가 지내온 시간만큼 진심이 쌓였다고 믿을 것이다.
사실 집안일이라는 표면적인 행위 이면에는 아주 진득한 진실이 있다. 집안일을 통해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배려 희생 인내 등등 바로 집안일은 의식주의 총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이 남자와는 집안일이 잘 맞아서 같이 살 결심을 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것이 마음에 들어 상대와 함께 살 결심을 했는지 궁금하다. 댓글로 알려주세요.
ps. 글에서 아름답게 말했지만 살면 살수록 더럽게 안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