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다시 밝을 테니 괜찮아요
내가 가장 힘든 시절, 나에게 위로를 해주었던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지금은 전보다는 조금 서먹해졌고, 잘 안 만나지만 아직도 나에게 소중한 친구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고 나서 정말 많이 힘들어했었고, 툭하면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밤마다 숨죽여 울었다. 하다못해 동갑인 어린 친구에게까지 나 너무 힘들다며 매일을 기대 살았다. 시간은 흘러 내 생일이 다가왔고, 12시가 되자마자 그 친구는 내게 생일 문자를 보내주었다. 내용의 일부분을 보여주자면 이러했다.
일단 이 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 네가 최근에 심적으로 많이 힘든 것 같아서 마음이 복잡해. 난 너의 친구인데.. 너를 힘 가는 대로 지탱해 주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감정이 들어.
– 중략–
아무튼 생일 축하해. 오늘 하루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길 바랄게. 진심으로 사랑해 (이름).
2년 만에 다시 꺼내보는 글이다. 오랜만에 읽으니 당장이라도 그 친구에게 달려가 꼭 끌어안아주고 싶다. 네가 있어서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너는 내 친구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행복하다고 말이다.
글 쓰는 시점, 내일이 밸런타인데이이다. 초콜릿을 사서, 편지와 함께 오래된 그 친구 집 앞에 몰래 둘 예정이다. 그 친구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나도 그에 보답하고 싶다. 몸은 멀어져도 나는 아직도 네게 마음이 가 있다고 말이다.
나처럼 힘든 상황에 날 받쳐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솔직히 나도 어떻게 말을 먼저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그 외로움과 공허함이 얼마나 클지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홀로 견디려 티 하나 내려고 하지 않고 있을지 모르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으니까, 다 지나갈 거니까, 우울해도 괜찮지만 그게 너무 오래가지만 말아달라고 꼭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레 위로를 해준다면 잠시 그 자리에 서 멍하니 있는다. 그리고 머지않아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흐른다. 예전에는 위로 한 마디 들어도 그저 날 챙겨줘서 고맙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젠 알아줘서 고맙다는 감정이 든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나 힘든 거 알아줘서 고맙다고. 그래서 겨우겨우 눈물을 잘 참아도 그때만큼은 눈물이 흐른다.
당신도 그럴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마음 편히 털어놓은 것도 꽤 오래전 일지도 모르고, 마음껏 남 눈치 안 보고 울어본 것도 꽤 오래전 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남에게 진심이 담긴 위로를 받은 것은 그것보다 더 오래전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예고 없는 위로를 듣는다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저항 없이 눈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래도 울어도 괜찮다. 나는 어른이니까, 어린이가 아니니까 울면 안 된다는 생각은 버려도 된다. 어른이어도 주저앉아 마음껏 울어도 되고, 어린아이여도 주저앉아 마음껏 울어도 된다. 다 같은 사람이고, 다 같은 슬픔을 느끼니까.
당신도 그만 참아도 된다. 울어도 된다.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고도 남으니까.
오늘은,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푹 잘 자면 그게 잘 사는 거다. 잘 사는 게 별 거 아니다.
당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잘 사는 거다.
* 양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