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매여 살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학생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학생들은 공부를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산다. 성적 하나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게 대한민국이니까.
나는 학생이라고 꼭 공부만 하며 지낼 수는 없다고 본다. 내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종종 하고, 친구들과도 웃으며 지내도 된다고 본다. 어른들은 세상에 공부만큼 쉬운 게 없다고 한다. 학창 시절만큼 걱정 하나 안 해도 되는 시절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인간관계가 엇갈리는 것도 학창 시절이었고, 공부 때문에 난생처음 번아웃이라는 게 온 것도 학창 시절이었다. 또한 이 모든 것들로 인해 자책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했고, 밤마다 울며 보낸 것도 전부 다 학창 시절이었다. 사회에 나가도 이건 똑같을 것이다.
제목에는 성적에 얽매여 살지 마라고 적었지만, 그게 솔직히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시험 못 보면 어때, 나는 노력했으면 된 거야.' 라는 생각을 아무리 해도 결과가 나오면 역시 나 자신에게 또다시 실망을 하기 마련이다. 분명 결과가 나오고 부모님이 내게 뭐라 하더라도 나 자신만큼은 절대로 내게 뭐라 하지 말자고 생각해도 결국엔 나 자신을 또다시 비판하고 있다.
넌 왜 그것밖에 못 해?
잘하지도 못하면서 노력도 안 해.
진짜 한심하다.
좀 잘하면 안 되는 거야?
남에게는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말들을 왜 우리들은 자신에게 그렇게 쉽사리 내뱉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 자신인데 왜 그렇게 막 대하는 걸까. 남이 나에게 뭐라 하면 왜 막 대하지 하며 짜증이 나지만 왜 내가 나 자신한테 뭐라 하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까.
나는 성적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다. 인생에서 성적 빼면 목표가 없을 정도로 성적만 바라보며 사는 사람이다. 이렇게 성적만 바라보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왜 막상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닐까 싶다. 노력을 안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의 최대치를 하지 않아서? 맨날 하는 척만 해서?
데이식스 성진이 팬들에게 해 준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 그 최대한의 기준을 누가 정했어요? 자기가 기준을 잡아놓은 거잖아. 왜 그렇게 기준을 높여 놔요?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고작 이 정도였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
맞는 말이다. 그것도 엄청. 지금까지의 내가 잡아놓은 나의 노력의 기준은 나 자신이지 남이 아니었다. 가끔씩 남이 내게 " 너 그거 노력 하긴 했어?" 라고 할 때마다 나는 노력을 안 한 것 같아서 맨날 자책만 했었다. 그 자책하는 순간마저도 맨날 자책만 하고 또 시험기간이 되면 노력을 안 하겠지 싶어 계속 반복되는 게 싫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또 노력을 안 할 거라는 생각을 가진 채 적고 있다. 물론 미래는 알지 못한다. 미래에 내가 생각했을 때 죽어라 노력을 했을지, 안 했을지. 성적이 좋을지, 안 좋을지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가 노력의 기준을 조금 낮춰보는 건 어떨까 싶다. 나는 이게 나의 노력이라고. 더 이상의 최대는 없었다고 생각하며 다음 시험을 준비했음 한다.
이미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과거로 갈 수 없으니 다가오는 미래를 바라보며 살기를 바란다. 후회해 봤자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혹여나 오늘이 후회로 가득 찼어도 놔주었으면 좋겠다.
성적 그거 하나로 당신의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당신의 값어치는 훨씬 뛰어나니까. 그러니까 성적 하나로 나는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그만 버리고 살자.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당신은 뛰어나니까.
* 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