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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할 일, 너의 이름은

그 여름, 너에게 바치는 사랑의 선언

by 온하루


그 사람의 외도를 알게 된 그 여름,

나는 뱃속 아이의 이름부터 지었다.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동시에, 이 아이는 내 아이라는 선포였다.

그 사람은 아버지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고,

아이에 대한 권리는 나에게 있다는 분노였다.


내 아이가 그 사람의 성을 따라야 하는 것이

더럽게 느껴졌다.

아이 아빠의 성, 나의 성,

그리고 사랑의 순우리말인 ' 다솜'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예를 들면 강유솜.


"엄마와 아빠는 헤어지지만,

너에 대한 사랑은 끊어지지 않아.

의심이 되면 언제든지 물어봐줘.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사랑한다고 대답해 줄게." 라는 나의 사랑고백을 새기고 싶었다.

아이의 존재감이 한 치도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네가 어쩔 수 없이 태어난 것이 아니었음을,

네 존재에 대해 한 순간도 고민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이 불행이 너의 존재 때문이 아님을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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