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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을 한국 찜질방에 데려가다

기묘한 서울의 시간 - 3

by 뺙뺙의모험


내 스케줄은 3월3일 오후 5시,

DMC역에서 있었다.

어제 만난 한국을 혼자여행중인 시릴과 함께 노는것이 호스텔 소셜공간에서 여행기쓰고 쇼핑하며 시간보내는것보다 더 재밌을것같아,

좀더 같이 어울리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으로는 한국오는 외국관광객 국룰이라는 명동이삭토스트 를 먹었다.

프렌치토스트라고 적혀있어서 맞냐고 물어보니, 아니랜다.

이건 아시아 관광객 한정으로 인기가 있는건가, 달달한 토스트를 좀 낯설어하는것같았다.


가고싶은 곳으로는 "Korean Spa" 하고 "남산" 중에 고민하더니 전자를 선택했다. 조금다행

구글맵에 본인이 핀업한 찜질방을 보여주는데,

놀랍게도 내가 가끔 가는 찜질방이었다. - 지난주 토요일 밤비행기로 귀국한뒤에도 갔던 곳.


여기 한국인들만 아는 곳인데, 어떻게 찾았음?
구글에 Korean Spa 검색했는데 평점이 좋아서.
그리고 여긴 어때 ?
(jimjilbang 이라고 되어있었고 구글맵 별점 3점대)
비슷한 곳인데 아까 그 곳이 더 나아 ㅋㅋ



실제로도 여기 서울의 찜질방중엔 꽤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동북아는 질서사회다?


조금 돌아가지만 차막힐 걱정 없고 안정적인 방법인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는데, 환승통로에는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쉼터가 있었다.

파리지하철에 저런게 있었으면 하루만에 다 부숴졌을텐데...
중국 여행할때도 여기 저기에 배터리 대여 자판기가 있는걸 봤는데,
이것도 만약 파리에 있었으면 하루만에 부숴졌을거야.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느끼는건데, 아시아인들이

행동할 때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높은 공공질서와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다고 했다.


중국이? 라는 느낌이 들겠지만 코로나 19 이후의 중국 대도시는 질서와 치안이 매우 잡힌 상태이고, 이친구는 상하이, 쑤저우에만 있었으니 이런 반응도 무리가 아닌것같았다.


시릴이 얘기하는 한국의 인상이 일본여행 전 상상해보던 "일본의 이미지"와 많이 겹치는것도 신기했다.


편안하고 깔끔한 시스템과 잘 유지되는 공공질서, 친절하고 정중한데 곁을 잘 내주지 않는 사람들.

실제 여행해본 일본은 좀더 아날로그적이고, 수더분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지만...


행동을 상호간에 지켜보는 사회라서 그래.
나는 이런 사회에 적응했고,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행할때는 조금 더 혼란스럽고 자유로운곳들을 좋아하는 편이야



프랑스인의 한국의 찜질방 체험



영등포구청역에서 찜질방까지 걸어갔다.

1도 투어리스틱하지 않은 영등포구청 인근 거리를 맘에들어하는것같았다.


카운터에서 결제를 도와주시는 중년 여성 직원분이 미소를 보였다.

한국 찜질방에서 미소와 함께하는 응대를 경험한건 난생 처음이었다.


공용공간에서 만나기로 하고 찢어졌다.

목욕탕에 들어온 외국인을 보는 한국인손님들의 표정과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처음 가봤을 외국인의 표정이 매우 궁금했지만, 이건 성별이 다른 나로선 알수없는 영역.


소감은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낯선사람을 경계하는 한국인들이 모르는 사람들끼리 홀딱 벗고 있으면서 편하게 릴랙싱하고 있는것이 매우 인상적


이 얘기를 단톡방에 했었을때, 누가 굉장히 그럴싸한 분석을 내놓았다.

다들 벗고있으면 숨길수 있는 게 없어서 안전하니까 편안함을 느끼는거라고...


시릴은 양머리를 하고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자유롭게 널부러져서 수다도 떨고 보드게임도 하고 한숨 자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꽤 재밌어하기도 하고...

남녀가 나뉘어져있는 찜질방 흡연실을 보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 성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문화는 아니고 흡연할때는 상호 분리되는 쪽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

남자가 여성흡연실에 들어가는것은 안되지만 그 반대는 괜찮다고 설명했다.


소금방, 황토방과 아이스방(좀 무서워하던)을 번갈아 들어가본 뒤..


짜파게티 (안매운 라면을 찾다보니 선택지는 이거 하나)와 맥반석 계란, 식혜와 매실청을 시켰다.

식혜보다는 매실쪽을 마음에 들어 하는것같았고, 짜파게티는 잘 먹었고, 맥반석계란을 신기해했다.

김치는 맛있게 먹긴 했는데 동시에 매워했다 ㅋㅋㅋ

그리고 엄청 노곤해하더니 잠에 빠졌다. 찜질방은 원래 그러려고 있는 장소지 ....


이 찜질방을 12시간동안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시릴은 ?? 하는 느낌이었는데,

나가면서는 납득한듯했다. 진짜 하루 종일 Chill 할 수 있겠다고 .....


선유도공원 산책, 남프랑스 영업당하기


공원을 가보고싶다고 해서 가까운 선유도공원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는 처음 타본다고 했다 - 영어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아서 내릴 정거장 확인이 어렵기때문에.

하긴 나도 중국에서 지하철만 타고 버스를 딱 한번타봤지



낮에 여길 와본건 처음이었는데, 선유도공원은 밤이 더 예쁘긴 한것같았다.

한산했지만 흔들의자 벤치에는 다 사람들이 앉아있기도 하고, 시릴이 추워하기도 해서 공원 내 카페로 갔다.


프로방스 사람이니까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프로방스의 이미지가 맞는건지 궁금했다.

카페에서 "프로방스 스타일 인테리어" 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한 3분의 2 정도는 그거 아니라고 하고,

지금은 좀 노후화되고 쇠락해있긴 하지만 "파주 프로방스마을" 은 그래도 비슷한 부분이 약간 있다고 했다.


내가 프로방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중에 하나가 라벤더밭이었는데,

몰상식한 관광객들에 시달린 밭 주인이 결국 관광객 출입금지 결정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멀리에서만 바라볼수있다고...


그리고 시릴이 보여준 햇빛 쏟아지는 테라스석에서 사퀴테리와 치즈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한때,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바다와 암석이 섞여있는 산지에서 하는 조깅영상 같은게 너무 아름다웠다.


유럽에 간다면 독일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이없는 이유 - 오스트리아,이탈리아,일본을 가봤으니 독일만 가면 1,2차세계대전 전범국 컬렉션완성이라서)



이렇게 남프랑스를 영업당하게되었다. 아 프랑스 가게되면 파리, 보르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미팅갈 시간이 되어서 아쉽게 헤어졌다.

나도 한국인은 한국인인지 맛있는걸 많이 못 먹인게 특히 아쉬웠다.

여건이 되었다면 고기집데려갔을텐데.......




진짜 이런식으로 연휴를 보내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익숙한 서울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진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DMC역에서 만난 업체 대표님은

20년 전부터 일본여행을 시작하셔서 일본을 한 4~50번 다녀오신 분이었기에..

하쯔마부시 스타일의 장어덮밥을 얻어먹고, 일본 북해도까지 영업당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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